플랫폼시대의 공공혁신 - 공동창조생태계가 답이다
홍길표.이립 지음, 권해상 감수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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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플랫폼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고려시대에도 우리나라는 동북아 교역의 중심지로서 아랍과 아시아를 이었으며, 그 이전 단군조선기에도 우리는 무역항으서의 기능을 톡톡히 해왔다. 그렇게 쌓은 부와 명성으로 인해 현대에도 우리는 코리아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새삼스레 플랫폼 산업이 주목을 받은 데에는 괄목할 만한 이유가 있다. 역사 동안 산업은 대개 유형의 재화를 판매해왔다. 그러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은 유래없는 풍족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 한 세기 동안 인류는 무형자산의 시장을 비대하게 키워냈다. 이제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산업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 산업이라고 해서 어떠한 기술력도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플랫폼 산업은 네트워크와 시장친화력 등에 의해 번창과 몰락이 결정된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힘입어, 학계와 재계의 두 저자가 함께 책을 펴냈다. 『플랫폼시대의 공공혁신』



민관공생 메커니즘

저자는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국가 운영체제의 설계로 타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정부의 몫도 중요하지만 공공부문에 대한 혁신이 함께 따라가 주어야 할 것으로 파악한다. 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혁신의 시작은 김대중 정부로 평가하고 있다.


pp.19-20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국민의 정부는 공공부문, 기업, 금용, 노동 등 4대 부문의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시장 메커니즘 회복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공공부문 혁신에 주력했다. 우선 한국통신, 포항제철, 담배인삼공사 등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을 개정하는 등 정부 투자기관의 인사, 예산, 조직관리에 있어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공기업 이외의 정부 산하기관들에 대해서는 폐지, 통합, 민영화, 민간 위탁, 제도 개선, 준조세 정비, 조직, 인력 감축 등 5가지 경영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의 정부가 민영화를 중심으로 하는 하드웨어 관점의 혁신에 주력했다면 참여정부는 경영평가, 고객만족도 조사 등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관점의 혁신에 주력했다.

p.21 한편 실용정부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민간과의 경합, 기능 중복 등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선진화'를 핵심 키워드로 공공부문의 혁신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형 경제성장 모델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상은 후발국들의 주요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포진된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의 경제모델을 수입하고,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형 경제성장 모델의 핵심은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운용에 있다. 정부와 민간의 능력을 구분짓는 시기는 1950년대, 1970년대, 1990년대로 나누어진다. 무정부상태나 다름 없었던 1950년대에는 민간의 능력이 정부를 압도했다. 그러나 1960년대 경제개발정책으로 인해 정부의 역량을 극대화 되었으며, 이 시기에 정부의 능력은 민간을 넘어섰다. 바로 국가주도 경제성장기가 이 때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지배력이 국경을 넘어서기가 어려운 강소국이다. 반면, 민간의 경제영토는 전세계로 확장되어나갔다. 이 차이로 인하여 1990년대를 즈음하여 민간은 세계로 뻗어나갔으며, 정부는 국내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을 맡았다. 따라서 현재는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로 변모하였다. 이는 미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p.57 2000년대에는 미국 내 정책 싱크탱크로 주목받는 RAND연구소가 더 이상 국가 주도로 국방 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해 향후 민간부문에서 개발될 신기술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방부문에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국가 미국의 정부 능력이 더 이상 무한 확장해 나가는 민간의 능력을 따라갈 수 없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택해야 할 것인가. 우리 역시 2000년대 이후 민간 능력이 정부 능력을 초월해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국가 운영 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것이 시급하다.



자본주의 4.0

사회주의체제의 몰락은 자본주의의 승리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첩된 판단이다. 자본주의1.0에 대응하여 태동한 것이 사회주의인데 이 시기의 자본주의는 자유방임주의를 채택하였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무시스템이 최고의 시스템으로 여겨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자유방임주의는 내부적 한계로 인하여, 사회 전체의 몰락을 야기시켰다. 대표적인 사건은 블랙먼데이, 대공황이었다.


이후 하이예크와 다퉈오던 케인즈의 이론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를 즈음한 것이 자본주의 2.0이었다. 경제사에서는 수정자본주의라 부른다. 국가주도의 시장. 사회주의체제를 생각보다도 크게 도입한 자본주의였다. 국가의 공장장은 대통령이었으며, 이 기계들을 유기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정부관료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 소련도 그랬다.


그러나 1970년대의 오일쇼크는 40년간 세계경제를 호령하던 케인지언의 몰락이라는 파생적 쇼크를 낳았다. 국가의 깊은 개입은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니라 여겨졌다. 그리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루즈벨트 이후 40년 만에 케인지언과의 결별을 고했다. 이것이 최근까지 이어오던 레이거노믹스, 이른바 자본주의3.0의 시대였다. 다시 사회주의 시스템과 거리를 둔 자본주의의 형성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본주의 4.0시대를 이야기한다. 와야 한다는 당위의 미래도 아니며, 올 것이다 하는 예측도 아니다.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 4.0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선도적 위치를 추구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 개념이 처음 언급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의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였다.


자본주의 4.0은 사회주의, 자본주의와는 무관한 흐름이다. 오히려 비판받던 경제학 내부로 깊숙히 들어간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경제학이 태동하고 수 세기 동안 경제학 내부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연구가 심도있게 진해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백 년 간은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축적되어 이제는 미시경제학 기본이론서에도 불확실성이라는 파트가 대부분 따로 나와있다. 또한 2002년 대니컬 카너먼이라는 심리학자의 노벨경제학 수상은 불확실성과 관련한 인간의 본능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경제학계의 의지로 볼 수있다.


p.59 자본주의 4.0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경제 환경에서 불확실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적응성 혼합경제'를 의미한다. 즉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합리적 기대라는 가정 아래 한 가지 정확한 경제 작동 모델만 존재한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시장의 결정과 정부의 결정 모두 시행착오를 거치며 경제 시스템이 변화하는 여건에 적응하면서 계속 진화해 가야 한다.

p.60 따라서 자본주의 4.0 하에서는 시장이 주도하는 또는 정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시장과 정부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장과 정부,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사고가 아니라 시장과 정부가 모두 틀릴 수 있음을 인식하고 서로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야 한다. (...) 즉 공공부문의 역할은 시장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개입하는 규제자(regulator)의 역할이 아니다.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생태계(platform)을 조성하고, 이 생태계 내에서 자율적 시장 참여자들이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진화적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공공부문 플랫폼

p.105 민간부문에서는 물리적 자산이나 기술 등의 핵심 자원을 활용해 플랫폼을 구축, 운영하되 플랫폼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나 부가가치를 사적으로 전유하는 '소유와 전유'의 원칙을 따른다. 반면 공공부문에서는 정부가 보유하거나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각종 자산, 정보, 기능 등의 핵심 자원을 활용해 플랫폼을 구축, 운영하되 플랫폼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나 부가가치를 참여자의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공유와 개방'의 원칙이 적용된다.


p.110 우리 사회는 정부 능력과 민간 능력의 이분법적 선택 논리에 갇혀 1990년대 중반 이후 아픈 추억을 경험했다. (...) 한국의 정부 및 공공기관은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권한과 통제 권력을 공공성 보호라는 명분하에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즉 규제 및 독점적 공공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고 한다.



콜렉티브 임팩트 운동의 운영 원리

민과 관이 상보적 관계에 놓여야한다는 사실은 경제구조에 문외한이라도 쉽게 납득을 할 수 있는 명제다. 중요한 것은 방법론인데, 이것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해답은 없다. 그러나 많은 연구성과물들의 축적과 몇몇 기관들의 통찰 덕분에 민간협력 모델의 성공적 실마리는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콜렉티브 임팩트 운동이다. 책에서는 Kania & Kramer(2011)의 논문을 인용하여 콜렉티브 임팩트의 5가지 중요한 운영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①공동의 어젠다(Common Agenda) ②공유된 성과 측정(Shared Measurement) ③상호 강화 활동(Mutually Reinforcing Activities) ④지속적인 의사소통(Continuous Communication) ⑤지원 골격 갖추기(Backbone Support)가 그것이다.



정리하면,

책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중요성을 초반에 강조 한 뒤에는 꾸준히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민간에서 확장되고 있는 플랫폼을 공공부문으로 끌어오면서, 그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 자체가 우수한 시스템이며 이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함께 생존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간다. 여기에는 기존에 있던 이론들 共, 同, 協의 원리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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