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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귀 축구 놀이 ㅣ 단비어린이 그림책
전은희 지음, 배민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4년 1월
평점 :
하나, 둘, 셋, 넷, 하나! 4진법?
《야광귀 축구 놀이》
알록달록 다양한 모습을 한 도깨비들이 모여서 축구를 즐기는 표지가 눈에 뜨인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모습이다. 그런데 야광귀, 이게 무엇일까? 어디서 들어본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생소한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도깨비 이름일 것 같긴 한데, 그것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증 한가득 한 페이지를 넘겨본다.
때는 바야흐로 설날, 사촌 동생이 빌려달라고 해도 절대 빌려주지 않았던 축구화. 준모는 그 축구화를 괴상한 그림자에게 빼앗겼다! 이 신발 저 신발 신어 보느라 정신이 없던 그림자, 그 그림자가 콩콩 뛸 때마다 번쩍이는 야광 무늬에서 상황의 급박함이 전달되고, 이야기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삽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유추하여 확장해 나아갈 수 있는 전체적인 흐름이 꽤 마음에 든다.
야광귀 세상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 또한 매우 실감이 난다. 창고에 쌓인 고무신, 짚신, 꽃신, 슬리퍼, 털신, 운동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축구화를 찾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골을 넣은 준모의 모습에 박장대소가 절로 난다. 준모의 발가락을 보며, 하나 둘 셋 넷 하나 이렇게 수를 세는 야광귀들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리는 여기서 10진수와 2진수, 야광귀의 4진수까지 떠올려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명절과 세시 풍속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그것을 평소에 즐기지는 않는다. 가끔 명절에 역사 유적지를 통해 체험하는 정도일 뿐, 과거의 낡은 풍습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역사가 주는 의미를 잘 알고 있고, 역사 없이 우리의 미래 또한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만큼 우리나라의 세시 풍속 또한 잊혀져서는 안 된다. ‘야광귀 쫓기’라는 풍속을 축구와 연계하여 유쾌하게 표현한 전은희 작가의 《야광귀 축구 놀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