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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로 쌓은 탑 ㅣ 단비어린이 그림책
김이삭 지음, 신소담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5월
평점 :
얼마나 큰 탑인 걸까?
《상추로 쌓은 탑》

따사롭고 포근한 화풍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늘하늘 나비들이 유유자적 여유롭게 날아다니고, 마치 《잭과 콩나무》에서의 콩나무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상추 위, 할머니가 온화한 미소로 물을 주고 계신다. 그 모습을 평화롭게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시선에 자꾸 눈길이 간다. 신소담 그림 작가가 표현한 《상추로 쌓은 탑》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일단 책을 펼치면 좌우 양면이 모두 그림으로 되어 있다. 글씨를 찾아볼 겨를도 없이 풍성한 색채감과 역동성에 순간 빠져들고 만다. 모종판에 한가득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새싹들과 그 위로 쏴아 시원하게 뿜어지는 물줄기들의 생생한 묘사에 마음을 뻿긴다.
이내 곧 보여지는 평화로운 그들의 모습. 할머니와 손녀, 손주 그리고 강아지까지 일렬로 함께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상추 모종을 심고, 두렁 위의 상추들이 어느 새 활짝 웃고 있고, 드디어 ‘글씨’, 그러니까 ‘글밥’도 등장한다.
‘할머니가 상춧잎을 땁니다.’
‘한 잎
두 잎
세 잎’
‘소쿠리에 포갠 잎’
이쯤이면 확실히 느끼고 알 수 있게 된다. 김이삭 작가의 따스한 감성이 녹아든 ‘동시와 그림이 만난’ 특별한 그림책임을 말이다. 김이삭 작가의 아버지는 시인이 꿈이셨고, 엄마는 영화를 좋아하셨다고 한다. 밤마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셨던 할머니의 사랑까지 더해져 작가만의 아름다운 세계가 만들어진 것 같다.
한가득 풍성한 상추탑을 뒤로 한 채 할머니가 상추를 팔고 있는 시장의 모습, 그리고 몽골로 잠시 떠난 아이들의 엄마를 그리는 모습에서 잔잔한 여운이 느껴진다. 학용품이 되고, 삼촌 등록금이 되고, 약값도 될 상추탑. 그것의 막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포근함과 행복감이 내내 느껴지는 이유는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덕분일 것이다. 두 작가의 멋진 콜라보로 탄생한 《상추로 쌓은 탑》으로 잊고 있었던, 놓치고 있었던 감성을 다시금 일깨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