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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에 새긴 약속 ㅣ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장세련 지음, 윤문영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5월
평점 :
나와 세상과의 특별함
《마성에 새긴 약속》

마성(馬城)은 말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돌로 막아 쌓은 담장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사용할 말을 기르기 위해 해안가, 섬 등에 200여개의 목장을 설치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울산에는 약 5.1km에 달하는 ‘남목 마성’이 있으며, 그 연유때문인지 울산 지역에는 ‘마성’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상점들이 즐비하다.
작가는 울산 동구청으로부터 스토리텔링을 부탁받고 취재를 하던 도중, 마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마성 안에 있는 ‘전후장’이라는 목장 관리인의 비석을 보고 풀어낸 이야기여서 그 내용에 더욱 솔깃해진다.
실제 역사 속의 ‘전후장’은 《마성에 새긴 약속》의 주인공 ‘전유상’으로 분하게 된다. 전유상의 할아버지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어 전유상의 집안은 망하게 되고, 집안이 가난하여 어쩔 수 없이 성 쌓기에 동원되었던 아버지는 고생 끝에 돌아가시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유상이만의 개인사가 아닌 것이다. 그 당시 군역이나 세금 납부를 대신하여 수많은 장정들이 동원되었고, 마성을 쌓다가 돌에 깔리거나 풍토병에 걸려 죽은 장정도 많았다고 한다. 군마와 진상마는 사람보다 더 귀한 생명이라고 이야기한 관원의 말 속에서도 그 당시 조선의 시대상이 잘 드러난다.
말을 관리하는 관청인 점마청, 그리고 목장 관리 벼슬인 감목관, 목장을 관리하는 산행장 등의 역사적 용어들이 유상이의 역동적인 이야기로 말미암아 좀 더 친숙하고 이해 쉽게 다가온다. 말의 역병을 막기 위해 중요한 의식으로 치러졌던 굿판과 관련한 대목은 무속 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배제한 채, 그것을 오롯이 우리의 역사적 문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땅의 형태, 즉 지형을 알면 그 지역의 문화가 보이고, 그 지역의 사람이 보인다고 한다. 동해안에 인접한 울산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거대한 마성이 지어졌고, 현재 울산 지역에서는 마성 터널, 마성 시장, 마성 갈비, 마성 족발, 마성 떡볶이 등의 상점명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성에 새긴 약속》은 역사적 사실, 또는 역사적 인물에 기반한 창작 동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커다란 시야를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