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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설날이 올 때까지 ㅣ 단비어린이 문학
김하은 지음, 송수정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4월
평점 :
당신의 복의 크기는 과연?
《다시 설날이 올 때까지》

요즘에는 ‘설날’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빅카인즈를 통해 최근의 연관어를 분석해 보니 중국, 베트남, 코로나19, 세뱃돈, 떡국 순(최근 500건의 뉴스 분석 기준)으로 해당 키워드들이 상위권에 랭킹되어 있었다.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는 키워드들 외에 세뱃돈, 떡국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런데 중요한 한 가지가 상위권에 빠져있다. 바로 ‘새해 인사’이다.
우리는 신년을 맞이하거나 설날이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복’의 사전적 정의는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이다. 작가는 이러한 ‘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그것을 받아서 어디에 사용하는 것인지와 더불어 복을 많이 받으면 남을 수도 있을텐데 남은 복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의 궁금증을 가지고 작가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슬기가 고집을 부리자 손에 쥔 줄이 희미해지더니 깜박거렸다. 그러더니 곧 사라질 것처럼 투명해졌다. 슬기는 당황했다. 설날이 올 때까지 복을 늘이라고 했는데,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복 줄이 사라지면 큰일이었다. 아직 이 줄을 어떻게 사용할지 다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가치를 ‘복 줄’이라는 것을 매개로 하여 시각화함으로써 그것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만들었다. 희미해지기도 하고, 깜빡거리기도 하고 갑자기 투명해지기도 하는 ‘복 줄’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될까?
‘포동이에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슬기의 복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이번에는 슬기 엄마와 아빠의 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슬기가 행복해질수록 두 사람은 불안해했다. 게다가 두 사람의 불안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참으로 이상하다. 슬기가 행복해질수록 엄마와 아빠는 불안해한다. 슬기가 행복을 느끼면, 엄마와 아빠는 당연히 행복이 넘쳐나야 하지 않을까? 지나친 근심과 걱정의 결말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인 것 같다. 성장이라는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임을 느끼게 한다. 함께 하는 성장은 지극히 아름답다.
‘엄마는 그림을 그리기보다 직장에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모든 걸 포기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하고 싶었던 걸 못 했을 때 느꼈던 아픈 마음을 잊고 살았는데, 슬기에게도 그런 마음을 느끼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포동이는 복 늘이는 방법에 대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즐기면 된다’고 했다. 포동이의 이런 말에 슬기의 고군분투가 통했던 것일까? 엄마도 아빠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슬기의 마음을 진정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복’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가족의 성장과 발전을 유쾌하게 풀어낸 의미있는 스토리 《다시 설날이 올 때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