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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고양이 라니! ㅣ 단비어린이 문학
강정연 지음, 모로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4월
평점 :
나의 비밀스런 고양이 키우기
《액체 고양이 라니!》

뾰로통한 모습의 고양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귀엽기도 하고, 익살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어째 좀 이상하다. 얼굴은 분명 맞는데, 몸은 마치 램프의 요정 지니가 램프 속에서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오는 듯한 모양새다. 아직도 눈치를 못챘냐는 듯이 주황빛의 활자가 꿈틀거리며 느낌표를 앞세워 강조한다. ‘액체 고양이 라니!’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온 건 푸른 액체, 아니, 젤리, 아니, 덩어리······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 액체 괴물? 맞아요, 액괴.’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쪽지에 ‘액체 괴물’이라고 적었다가 ‘고양이’로 바꾸었을 뿐인데, 아뿔사! 갑자기 ‘액체 고양이’가 나타나다니! 이런 최상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또 있을까? 작가가 아이들을 알아도 너무나도 잘 아는 것 같다. 이쯤이면 아이들은 두 눈이 똥그래져 수도꼭지에서 나온 ‘그것’을 보고 또 보고, 맞는지 또 보고, 진짜여서 또 보고, 좋다고 또 볼 듯하다.
‘집 꼭대기까지 올라간 라니는 온몸을 쫙 펴며 아래로 뛰어내려어요. 라니는 바람 덕분에 몸이 풍선처럼 둥글게 부풀어 올랐지요. 라니는 아래로 내려올수록 더욱 얇고 넓게 늘어나 마당 가운데 서 있던 나를 덮으면서 바닥으로 내려앉았어요. 그러니까 나는 투명하고 커다란 라니 풍선 안에 들어가게 된 거죠.’
액괴로 만든 고양이를 만난 것도 너무 신이 나는데, 이번에는 액괴 고양이 풍선 속에 들어가 하늘을 날으며 산책을 하게 되다니! 이런 꿈만 같은 일이! 강정연 작가의 스펙터클한 스토리를 모로 작가의 그림 속에서 또 한 번 마주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소원 쪽지에 고양이라고 쓸지 말지 벌써 한 시간째 고민 중이에요. 고양이라고 쓰면 고양이 인형을 주시겠지? 인형은 진짜 시시한데.’
《액체 고양이 라니!》에 등장하는 ‘나’는 앵무새를 키워보고 싶었고, 강아지도 키워보고 싶었다. 그 뿐만 아니라 나비도 키워보고 싶었고, 고양이도 키워보고 싶었다. 또래의 여느 아이들처럼 ‘나’도 그러했다. 《액체 고양이 라니!》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을 쉽게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것 같다. 마음 속 깊은 곳,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갈망을 유쾌한 스토리로 풀어내어 마침내 잔잔한 평온을 주는 ‘나’의 이야기 《액체 고양이 라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