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그 아이 - 영화보다 잔인한 5.18 그날의 이야기! 고래동화마을 9
임지형 지음, 최민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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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활용한 5.18 계기교육 수업 이후, 저도 5.18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 있습니다.


<영화 속 그 아이>

'영화보다 잔인한 5.18 그날의 이야기!'라는 문구와 '임지형'이라는 작가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온라인 연수에서 강사님이 수업 사례로 보여준 <방과 후 초능력 클럽>이란 책을 학급문고로 사 두었는데, 아이들이 매우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임지형 작가에 대한 좋은 기억에 사둔 <슈퍼 히어로 학교>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물론 몇 권 읽어보진 않았지만, 임지형 작가의 책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왁자지껄 떠들다 웃다보면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마무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넣어 둔 개그 코드와 캐릭터들이 가볍게 책을 읽도록 도와준다고 할까요.


그런 임지형 작가와 5.18의 만남이라니, 처음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거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연 임지형 작가가 '잔인한 그날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동화 <영화 속 그 아이>는 작가가 우연찮게 참여하게 된 '낙화잔향'이란 영화 촬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이 배경인 영화를 찍어 본 경험을 이야기에 멋지게 녹여냈습니다.


찬들이의 엄마는 영화배우가 꿈입니다. 하지만 결혼 후 두 아이의 출산과 육아에 밀리고, 광주로의 이사로 인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민배우 오디션에 합격하게 되고 엑스트라 배역을 맡은 엄마가 찬들이와 함께 영화 촬영장에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찬들이와 엄마가 참여하는 영화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로 시민배우들의 역할은 대부분 계엄군에게 맞아 죽는 역할입니다. 비록 영화 촬영이지만 짧게나마 그날 있었던 일을 직접 체험하게 되면서 5.18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사실 중반부까지는 '5.18'보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심에 있습니다. 영화배우라는 엄마의 꿈과 그 모습을 선뜻 이해하기 힘든 찬들이와 나머지 가족들, 그리고 연기 학원에 다니는 제훈이를 통해 계속 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꿈, 즉 관심사가 같은 찬들이 엄마와 제훈이가 신나게 애기하는 걸 보며, 찬들이는 '아직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없는 나에겐 꿈이 있는 제훈이와 엄마가 얄미웠다. 그리고 기분 나쁘게도 부러웠다(94쪽)'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종반부에 가까워지며 이야기가 급변합니다. 찬들이는 영화 촬영 중 바닥에 엎드려 맞아 죽는 역할을 하며 1980년 5월에 계엄군에게 맞아죽어야 했던 아이들, 사람들에 감정이입합니다. 또, 5.18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친구를 호되게 혼내 주는 제훈이와 5.18 유공자인 할머니에 대한 비밀을 꺼내 놓는 무진이를 통해 '영화보다 잔인한 5.18 그날의 이야기'를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피켓을 들고 나서는 장면에서는 다시 오늘의 광주로 이야기의 주제가 바뀌는 듯 합니다.


책을 읽으며 최근 초등학생들에게는 잊혀져 가고 있는 날이지만, 아직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5월 18일의 광주가 그리 먼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가 실현되는 데 큰 자양분이 된 사건이지만, 그날의 희생자들과 가족들은 아직도 제대로 사과받지 못한 채 오늘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합니다. 아픈 역사일수록 기억을 하고 있어야 그 일을 반복해서 당하지 않는 거랍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를 잘 알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합니다(작가의 말에서 발췌).


아이들이, 그리고 많은 어른들이 <영화 속 그 아이>, 그리고 다양한 역사 동화를 통해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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