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는 화보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대학교는 입학해서 고등학교 분반을 하듯 전공을 나눕니다.
00고등학교 1반, 2반, 3반을
00교육대학교 미술과, 음악과, 국어과
이런 식으로 과를 나누는 겁니다.
사실 교대생들은 모두 '00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를 다니고 졸업하지만, 주로 전공을 과라고 이야기 합니다.
전공(과) 구분을 초등학교 교과목대로 하는데,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체육, 음악, 미술, 영어.
여기에 컴퓨터와 교육학 그 자체를 더 공부하는 교육과가 추가되어 제가 졸업한 교대는 12개 과가 존재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는 전과목을 다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과목을 공부합니다.
하지만 주전공에 따라 '심화 전공'이란 이름으로 그 과만의 특색있는 전공 과목을 추가로 듣는 형식입니다.
이런 중요한 전공은 입학할 때 정해지는데, 성적 기준이나 선착순 등이 아닌 컴퓨터 추첨 형식입니다.
국어과를 1지망에 쓴 신입생이 정원내라면 상관이 없지만, 그 이상일 경우 무작위 추첨을 하는 방법입니다.
(과별로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남녀 따로 추첨)
저는 예능에 자신이 없었고, 주 전공을 텃밭을 가꿔야 한다는 실과를 후순위에 적었는데,
10지망이었던 '미술과'에 당첨되고 맙니다.
그리고 힘들게 힘들게 심화 전공 수업들을 들으며, 나름의 졸업 전시회라는 문턱을 넘어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책 서평에 이런 쓸 데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대학 때 교수님들(진짜 미술 전공 교수님들)이 그리시던 그림을 보던게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한 교수님은 '말'을 주로 그리시는 분이었는데,
'cosmos(존재, 세계)'라는 제목으로 연작 형식의 작업을 하셨습니다.
늘 그 분의 작품에는 말이 등장하는데, 말의 모습이 바뀐다거나 말을 그리는 재료가 바뀐다거나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의 전시회를 가보면 전시 순서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가 느껴진다는 거였습니다.
그냥 말만 그리시는 것 같던 분이었는데,
전시회를 가보니 나름의 흐름이 있고,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책 <나를 찾아서>를 읽어보니, 전시회를 지켜 본 느낌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찾아서>는 2018년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주최한 '언 프린티드-아이디어'에서 최종 선정되어 출간한 '아이'라는 작품에 글을 붙인 책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 최종 선정된 회화 작품들을 묶어 글 없는 그림책 <아이>를 출간한 작가는
이번에는 그 이야기에 글을 덧붙여 <나를 찾아서>를 출간한 겁니다.
아직 <아이>는 읽어보지 못해 정확한 내용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 없는 그림책보다
작가의 생각을 명확하게 관찰시킨 그림책이 이번 <나를 찾아서>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