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이민주(무궁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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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족구왕)


사실 책 표지의 이 대사 때문에 책을 골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역 후에 만난 아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뭐 그리 군대를 늦게 갔냐고'라고 말 할 정도로 매우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온 해였습니다.


근무지 도서관의 영화 DVD를 대여해 집에서 보는 게 낙이던 시절, '족구왕'이라는 영화를 빌려봤습니다.

출처 네이버영화

응답하라 1988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안재홍 주인공의 영화란 점, 광화문 시네마의 '1999, 면회'를 재밌게 본 직후라는 점.


이 두 가지 이유로 영화를 빌려다 봤었는데, 낄낄대며 너무 재밌게 봐버리고 말았습니다.


군대 내내 일과처럼 하던 '족구'가 소재였기 때문인지, 복학생 만섭(안재홍)과 군대에서 막 복직한 제가 겹쳐서였기 때문인지, 영화가 끝난 다음에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 덕분이었는지 저도 복직 후 군대에서 하고 싶었던 여행도, 영화 보기도, 연애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 서평을 쓰는 데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하지만 이 책이 이런 추억을 떠올려 주는 책이란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책을 쓰는 방식이 이렇습니다.


각 챕터의 시작은 영화의 한 장면을 일러스트로 그린 작품으로 시작합니다.


영화를 그대로 옮긴 듯 특징을 잘 표현한 그림을 이야기를 시작하니 집중도가 올라갑니다.


일러스트 뒤에는 작가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금 제가 제 이야기를 풀어냈듯 말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줄거리를 매우 간단하게 옮겼습니다.


영화 전체의 줄거리라기 보단 작가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부분의 이야기만을 풀어냅니다.

(그래서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의 몰입감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 아쉽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내 인생과 다르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영화의 내용은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은 순간은 있을거고, 그 것이 영화의 한 장면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 정지버튼을 '일러스트'라는 도구를 활용해 누르고 있습니다.


작가의 정지버튼을 함께 하는 영화는 총 26편입니다.


족구왕, 소공녀, 프랭크, 4등, 벌새, 더 랍스터, 리틀 포레스트, 바그다드 카페:디렉터스 컷, 패터슨, 우리들, 땐뽀걸즈, 마듬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레이디 버드, 빌리 엘리어트, 걸어도 걸어도, 할머니의 먼 집, 원더, 칠곡 가시나들,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집의 시간들, 프란시스 하, 내일을 위한 시간, 류이치 사카모토:코다, 하나 그리고 둘, 그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작가의 인생이 액션이나 블록 버스터는 아니었나 봅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겁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가족과의 추억 이야기, 직장 생활의 애환 등 누구나 겪었을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매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성을 이어갈 수 있는 일러스트가 더해져 오래간만에 감성 충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러스트와 영화 스틸컷을 비교해 보는 즐거움은 보너스고요!


여러분들의 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작가의 이야기를 한 번 읽어 보시고, 여러분도 블로그나 일기장에 간단히 적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 인생과 맞닿아 있는 영화를 찾아보시는 건 어떤가요?


이민주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의 <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과 함께 여러분 인생의 추억을 다시 한 번 꺼내 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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