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 하
김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참 이상한 책입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습니다.

먼저 저자 소개가 없습니다.

'김동진' 이름 석자가 다 입니다. 심지어 한자도 다르게 나와 있습니다.(金대신 桐으로 표기했어요^^;;)

그럼 작가의 말을 찾아봅니다.

역시 없습니다.

'온전히 작품으로 승부하겠다는건가?', '신인 작가라 적을 게 없나?'

잡다한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한 뒤에는 다른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이런 의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치인이 필명으로 소설을 쓴 건가?'


이 소설을 일반적으로 규정한다면 '정치 소설' 쯤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거기에 '정치 무협 판타지'라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중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읽었던 무협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이 무림에 나와 다양한 적을 만나 무찌르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들며 결국, 무림을 제패하는 이야기.

이 흐름을 현재의 정치판으로 옮긴 느낌이었습니다.

줄거리는 짧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주인공이

최연소 국무총리가 되어

대한민국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이야기

이 줄거리를 보시면 제가 말씀 드린 '정치 무협 판타지'란 말이 와 닿으실까요?


일단 '정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주인공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 자기 지역구 공천을 뺏기고 상대 당 텃밭에 공천을 받은 국회의원과 만나게 됩니다.

당에게 버림 받은 거나 다름 없는 국회의원은 선거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지만 주인공과의 대화를 통해 힘을 얻고 버티고 일어나 결국 대통령이 됩니다.

이 과정은 매우 빠르게 전개됩니다. 주인공과는 이미 연락이 끊긴 상태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국회의원은 여소야대 국면으로 취임 3년차를 맞게 되고, 여당 또한 현 대통령보단 차기 대통령에 대한 욕심만 보입니다.

3년차 만에 '레임덕'이 온 것이지요.

하지만 우연찮은 기회에 주인공을 다시 만나고, 주인공의 정책 아이디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보게 됩니다.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회의 균등한 분배'가 필요하다는 주인공의 말에 대통령은 그 기회를 주인공에게 주기로 합니다.

바로 국무총리직 제안입니다.

그리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무총리가 된 주인공은 다양한 개혁을 시도합니다.

교육 3폐(수능, 교과서, 교대), 언론개혁, 체육협회 체질개선, 남북 교류, 후진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을 이야기하는 마닐라 선언, 국회의원 총조사, 지자체 중심의 새로운 유통망, 대기업 해체, 국회 해산 등...

정치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엄청난 화두라는 것을 알고 계실겁니다.

사실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논의 대상이 되는 것들입니다.

작가는 이런 다양한 개형 방법들을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소설을 쭉 읽다보면 현실 정치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두 번째로 '무협'의 의미입니다.

중국 무협지의 전형적인 패턴은 아까 말씀드렸듯, 주인공이 기연을 만나 절대 고수가 되어 무림을 평정해나가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소설의 주인공도 평범하게 고등학교까지 졸업 후, 사이버 대학을 졸업한 사람입니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청년이 국무총리가 된다고 하자, 수 많은 기득권 세력들은 반대를 넘어 어이가 없습니다.

"고졸에 비정규직이 국무총리를 한다고?"

그런 그를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토론을 신청하고, 암수를 펼치며 노력하지만, 주인공은 모두 예상했다는 듯이 하나 하나 넘어섭니다.

특히 주인공의 토론 수준은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있는 듯,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을 넘어 설득시켜 자신의 동료로 만들어 냅니다.

무협 소설처럼 주인공 주변의 절세가인(?)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든든한 동료들이 있고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던지 개혁의 화두를 설득시키기 위한 토론 장면들은 한 편의 검술 대결을 보듯 현란하게 진행됩니다.

정치적인 현안들이 대부분이라 어려울 수 있는 말들이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매우 통쾌합니다.

사실 다른 부수적인 것들을 신경쓰지 않고, 국민들을 위한 정책들이기에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 없습니다.

그냥 주인공의 검무를 보듯 천천히 읽어나가면, 무림의 절대고수처럼 대한민국의 정치계를 손에 쥐락펴락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판타지'의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셨다면, 판타지의 의미는 쉽게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물론 안 될 건 없지만, 현 대한민국의 절대적인 기득권 세력인 국회의원, 언론, 대기업을 상대로 전면전을 일으킬 국무총리를 볼 수 있을까요?

거기다가 북한을 설득해 월드컵 공동개최와 신의주 문화특별도시 추진까지 얻어낸다니...

생겨난다면 좋겠지만,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작가가 대한민국에 던진 화두들 중 하나만이라도 실제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그 파장력이 어마어마 할 것입니다.

그리고 논의가 안 될 정도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도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이 필명으로 글을 쓴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겁니다.


<프라임(Prime)>을 어떤 소설이라고 규정할 순 없습니다.

작가의 말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검색으로 찾아봐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판을 옮겨놓은 배경에 주인공의 통쾌한 행보, 그리고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지만 항상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준 이 소설을 나름 "정치 무협 판타지"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느낌의 한국 소설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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