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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시집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
을유세계문학전집 132.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저서,
≪서동시집≫ 띠지에 쓰여 있는 문구인데요.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의 저서 가운데에서도 가장 원숙미가 뛰어나다는 격찬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괴테가 칠순을 기념해서 출간한 시집입니다.
≪서동시집≫은 시를 통해 표현한 상징과 은유 속에 드러난 그의 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가인(歌人) 시편>을 포함해서 모두 12개의 시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의 시집 가운데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당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집의 말미에 <서동시집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주석과 해설>을 추가해 놓았는데요.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그의 시 세계는 물론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탁월한 주석과 해설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주석을 통해, 괴테는 자신을 여행자로 여겨주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밝히고 있는데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자가 이국의 풍속을 호의적으로 따르고, 언어를 배우려 애쓰고, 그곳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풍습을 받아들일 줄 안다면 칭송받아 마땅하지 않은가."(p.238)
≪서동시집≫의 배경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 당시에 겪었던 경험과 연인 마리아네 사이에서 느낀 사랑의 감정입니다. 배경을 바탕으로 이 글을 관통하는 주제 또한 두 가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된 노래라면, 얼마나 많은 원소들로부터 양분을 빨아들여야 하는가? 필부필부(匹夫匹婦)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대가들도 흡족한 기분으로 듣게 하려면. 노래할 때는 무엇보다 사랑이 주제가 되어야 한다."(pp.16~17)
사랑은 바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것으로, 고통과 기쁨이 하나로 혼재되어 있는 사랑이야말로 인간 구원의 길이라고 여긴 괴테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동양을 향한 서양의 인사", 괴테와 더불어 세계적인 대문호의 반열에 드는 독일 시인 하이네의 ≪서동시집≫에 대한 평가인데요. 이 시집은 당시에 만연한 서양을 중심으로 한 문화 우월주의를 벗어나, 동양 문화와의 조화와 공존을 모색한 괴테의 문화론이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낯선 이의 인사를 존중하라! 오랜 친구의 인사만큼 값진 것이니.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하고 서로 헤어지지 않은가! 그대는 동쪽으로, 그 사람은 서쪽으로, 제각기 길을 떠나-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우연히 마주치면……
오래된 믿음이 이제 새로운 결속을 맺는 것이다 - 첫 인사는 그토록 중요한 것이니, 인사 건네는 이에게 언제나 다정하게 인사하라."(pp.64~65)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동서양의 대립과 화해의 원리에 대한 형상화를 시도했는데요. 문학은 어느 한 민족이나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는 그의 상대적 보편주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서동시집≫은 문화의 상대성에 대한 괴테의 가치관이 담겨있는 작품으로, 그가 문학을 통해 보여준 공존과 관용의 정신은 현대 사회의 독자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선사합니다.
<을유서포터즈 4기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