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너 자매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홍정아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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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자매≫는 1905년 <환락의 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작가로서의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누리게 된 근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디스 워튼이 쓴 작품입니다.

이 책은 중단편 소설집으로, <버너 자매>와 징구, <로마열(熱)>의 세 작품이 들어있습니다. 이 가운데 중편 소설 <버너 자매>를 소개합니다.


"뉴욕시가 활기 없는 마차처럼 느릿느릿 움직이고, 사람들이 음악 아카데미에서 소프라노 가수 크리스티나 닐슨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며, 국립 디자인 아카데미 벽에 걸린 허드슨 리버 화파의 풍경화 속 노을빛을 따사로이 쪼이던 시절."(p.9)

미국 뉴욕의 오래되고 인적이 드문 뒷골목에 위치한 누추한 지하에 아주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앤 엘리자와 애블리나 자매의 생계 터전이자 생활 공간인데요.

가난한 살림살이지만 두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고 살펴 가며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두 자매의 인생을 흔들어 놓은 허먼 래미라는 남자를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버너 자매는 이제 가게 안에서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단조롭게 느껴졌다. 램프 앞에서 보내는 저녁 시간을 길고 무덤덤했으며, 따분한 바느질과 핑킹 작업을 하며 습관적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무의미했다."(p.37)

어느 날 불쑥 그녀들의 인생으로 들어온 이름 밖에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남자로 인해, 두 자매의 일상은 그와 함께 있는 시간과 그가 없는 시간의 온도 차이가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이디스 워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속한 척박한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결국은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는데요. <버너 자매>는 19세기 시대상과 사회 변화를 담은 작품으로, 이 책에 나오는 두 주인공이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주 조용한 밤이었다. 애블리나는 다시는 말을 하거나 눈을 뜨지 않았다. 하지만 새벽이 오기 전 그 고요한 시간, 앤 엘리자는 이불 밖에서 쉬지 않고 떨리던 애블리나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는 것을 봤다. 그녀는 동생 몸 위로 허리를 굽혀 동생의 입에서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p.140)


≪버너 자매≫는 을유서포터즈4기 미션 도서로 받게 된 작품인데요 .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는 순간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솔직히 실망했는데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에밀리 디킨슨, 시몬 드 보부아르. 잘 알려진 4인과 달리 이디스 워튼은 작가도 작품도 너무 생경했고, 두 번째는 작품에서 그려진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암담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랜덤으로 받은 책 덕분에 낯선 작가와 작품을 알게 되었고 작품 속에 그려진 동생을 생각하는 앤 엘리자의 헌신적인 사랑과 시련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삶을 향해 나아가는 숭고한 정신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맑은 봄 하늘 아래 이 거대한 도시가 무수히 많은 일을 시작하려고 움직이며 고동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구인 광고가 붙은 가게 창문을 찾으며 계속 걸어갔다."(p.143)


<본 게시물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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