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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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중퇴 후 알콜 중독과 무기력에 빠진 시습에게 중요한 일과는 바로 비숑 프리제 동생 이시봉과 하는 심야의 동네 야산 산책이다.

새벽이 가까워져 산에서 내려오던 중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뛰어간 이시봉이 길고양이를 학대범으로부터 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를 우연히 찍은 동네 친구가 SNS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이시봉은 유명세를 탄다.

남다른 비숑 이시봉을 만나기 위해 비숑 프리제 전문 업체에서 찾아오는데, 이시봉이 유럽 왕가의 귀족 비숑 프리제 혈통을 이어 받았다고 한다.

시습의 가족과 이시봉의 마음 아픈 사연, 이시봉을 탐내는 사람들과의 대립, 이시봉의 혈통에 얽힌 프랑스 유학생들의 사연과 스페인 역사까지!

이 이야기의 행방은 명랑한 비숑 프리제처럼 이리 뛰고 저리 팔짝거리지만 말 못하는 강아지 이시봉의 눈빛처럼 안타깝고 슬픈 깊이가 있다.

이기호 작가의 장기는 짧게 치고 빠지는 블랙 유머라고 생각했는데,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시간과 공간, 인물이 한껏 확장된 대서사극이다.

성장과 가족 드라마, 동물권과 노동권, 역사와 우정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짧지 않은 소설이 펼쳐지는 동안 우리의 주인공 이시봉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중음으로 짧게 몇 번 짖을 뿐이다. ‘안녕, 안녕-!’하고. 개는 사람의 일로 운명이 좌지우지되지만 스스로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 아닌 모든 생명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17년 동안 흰 개의 집사이자 가족이었던 사람으로서, 자신의 강아지에게 이야기 하나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모든 사람들이 정용이와 고도이처럼 자신의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는 세상이 오길

마음 아프고, 사랑스럽고, 다이내믹하고, 평화로운 강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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