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시피 - 나의 친구, 강아지를 위한 힘센 한 끼
김지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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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은 친구들의 위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소화된다. 사료가 소화되는데 7~10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생식은 2~4시간, 화식은 3~5시간 정도로 사료와 생식 그리고 화식은 소화 시간에서 큰 차이가 난다.

(...) 자연식에 물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음수량 조절에도 도음이 되니 자연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자연식을 시작한 지 어느덧 8년이 되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친구들의 신체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만 신경 쓴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며칠간 먹을 양을 한 번에 만들어 소분해두면 사료만큼 간단히 급여할 수 있다. 칩뽀의 활력은 직접 만든 힘센 한 끼에서 오는 것임을 확신한다.

p.16-17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건 키우지 않는 사람이건, 많은 사람들은 사료가 강아지 건강에 제일이며 다른 것, 특히 사람이 먹는 음식은 먹이지 않는 게 좋다고들 하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사료는 인간이 강아지의 끼니를 간편하게 챙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형태일 뿐이고, 심지어 강아지를 위한 완전식품처럼 떠받들여지는 사료 대부분은 완전식품은커녕 이걸 먹어도 되나 싶은 쓰레기에 가까웠으니까 말이다.

물론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휴먼그레이드 등급에 사용한 재료 및 성분이 좋다고 소문난 비싼 사료도 있지만 일단 내가 맛본 바로는 맛이 드럽게 없었기에, 먹는 즐거움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이건 강아지도 다르지 않다고 보는 나는 건강에 나쁘지 않은 선에서 강아지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려고 나름대로 신경을 써왔다.

그 결과 우리 강아지는 제조환경과 재료와 성분 등을 고려하여 엄선하는 건사료 반, 집에서 준비하는 자연식 반 정도의 비율로 식사를 한 지 오래지만 (간식도 시중에서 파는 간식은 절대 먹이지 않고 집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간식까지 포함하면 강아지가 먹는 음식 중 건사료 비율은 더욱 줄어든다) 강아지의 식단에서 건사료를 빼고 자연식만으로 채우지는 못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 대부분이 사라졌다.

먼저, 나는 전문가가 아닌 내가 만든 요리만 먹이면 영양불균형으로 강아지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자연식을 하려면 강아지에게 필요한 영양소도 챙겨야하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의 비율도 맞춰야 하고 배우고 신경써야 할 게 많다는데 건강한 식단으로 내가 잘 챙겨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자연식을 너무 엄격하고 까다롭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는데, 8년간 자연식을 먹어온 저자의 강아지 두 마리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자처럼 강아지가 먹어도 되는 식재료를 준비하고 동물성 단백질 비율이 60~70%가 되도록 구성하며 채소는 강아지가 소화하기 쉽게 잘게 다져서 요리하는 정도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갖 조미료로 간을 맞추고 더 다양한 재료를 써야 하는 사람의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강아지 자연식 요리 과정이 단순하기는 하지만, 특히나 <개시피>는 요리에 있어 자타공인 똥손 망손에 매일매일 귀차니즘이 하늘을 찌르는 나도 모두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면서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탄생시키는 강아지 자연식 레시피들로만 준비되었다.

강아지 관절에 좋은 그린홍합을 세척하고 소금기를 빼서 데친 뒤 파프리카와 유기농 아기치즈 1단계(염분과 첨가물이 없는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하면 풍미가 더 좋다는 팁도 적혀있다)를 얹어 굽기만 하면 되는 초간단 레시피나 전자레인지로 만드는 건강 케이크 레시피 처럼, 맛깔나는 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과 함께라면 나 같은 사람도 강아지를 위한 자연식 만들 수 있다! (어디선가 조정석 씨 목소리가 들린다. 야, 너도 요리 할 수 있어)

본문은 저자가 강아지들과 제주도로 건너갔던 가을부터 겨울, 봄, 여름까지 계절별로 나누어 제철음식으로 만들어 더 맛있고 건강한 강아지 자연식을 만나볼 수 있게 했는데, 두부 크림, 황태 파우더, 고기 소보로, 달걀껍질 파우더, 제주 채소 파우더, 제주 채소 퓌레처럼 만들어두면 요리에 응용하기 좋은 레시피부터 연어 타르트, 두부 크림을 곁들인 강아지 카스텔라, 키슈, 헬시 케이크 같은 베이커리와, 흰살 생선 수프, 굴림만둣국, 늙은호박 수프, 고기치즈롤, 돈까스, 테린, 미트볼 파스타, 양상추롤 처럼 레스토랑의 에피타이저나 본식 같은 요리와, 그릭요거트, 우유푸딩, 펫푸치노, 닭고기 스무디 같은 디저트 레시피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담겨있다.

거기에다 요리들은 모두 비주얼적으로도 훌륭해서 내가 다 먹고 싶을 정도였고, 그중 우리 강아지에게 멋진 키슈를 가장 먼저 만들어주고 싶었다.

참, 자연식을 만들어 줄 때 강아지에게 먹어야 하는 양을 잘 모르겠다는 것도 큰 고민거리였는데, 몸무게 5kg의 칩과 5.5kg의 뽀에게 레시피대로 만든 요리를 식사나 간식으로서 얼마만큼 먹이는지를 알려줘서 참고가 되었다.
이렇게 칩과 뽀가 먹는 자연식의 양을 참고하고, 강아지의 변 상태를 확인하며 강아지에게 맞는 양을 찾으면 될 것이다.

<개시피>는 단순히 쉬운 강아지 자연식 요리 레시피만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저자는 육지에서 펫푸드 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운 고기와 삶은 고기를 구분하는 미슐랭 강아지 칩과 마당에 있는 고양이 밥까지 탐내는 뽀라는 두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제주도로 건너가서 지내고 있는데, 책에는 레시피에 앞서 위치한 짧은 에세이로 제주도에서 민박을 운영하며 강아지 두 마리의 자연식을 손수 만들며 지내는 그 감성까지 담아냈다.

두 강아지들를 향한 사랑이 듬뿍 녹아든 글과 곳곳에 위치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칩과 뽀의 사진은 이 책을 그 어느 레시피북보다 따스한 레시피북으로 만들고, 책을 보는 내내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으며 치유가 되는 기분까지 들게 했다.

책속에 담긴 행복해보이는 칩과 뽀의 모습을 보면 나도 어서 <개시피>를 참고해서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지는데, 우리 강아지뿐만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도 마음껏 뛰어놀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행복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개시피>는 많은 강아지들과 그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책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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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1 미래로봇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1
전승민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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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처럼 사진 자료가 풍부해서 로봇과 그의 활약을 보는 재미도 있고, 로봇 분야의 성과뿐만 아니라 그래서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현실성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글에 이틀만에 다 읽어버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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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1 미래로봇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1
전승민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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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는 과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주제를 한 권당 하나 선정하여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그에 대해 설명하는 책으로, 책의 크기나 전체적인 디자인은 잡지 같지만 잡지는 여러 필자가 기고한 글이 묶인 데 반해 한 필자가 한 주제에 대해 쓴 글이 담겼다는 데에서 책의 느낌을 풍기는, 잡지와 책 사이에 위치한 느낌이다.



본문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온라인 서점에서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1 미래로봇> 구매 시 포인트(마일리지) 차감으로 받을 수 있는 ‘렌티큘러 미니 브로마이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렌티큘러 미니 브로마이드는 엽서 정도 되는 크키여서 렌티큘러 카드에 더 가깝지 않나 싶은데, 렌티큘러 카드를 움직이면 휴머노이드 로봇 HUBO의내부(설계 구조)가 나타난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책갈피로 쓰고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책상 옆에 붙여 놓았는데, 선명한 편인 이미지가 물 흐르듯 변환이 되어 렌티큘러 효과가 좋고 겉과 속이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 HUBO의 멋진 반전 매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렌티큘러 미니 브로마이드를 놓치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새로운 과학 도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첫 번째 책은 ‘로봇’을 주제로 로봇 기술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달했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로봇은 어떠한 모습으로 무슨 역할을 할지 내다보았다.


들어가는 말과 맺음말 사이에 있는 본문은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장에서는 영화 속 로봇의 모습과 현실 속 로봇의 모습(영화 속 로봇의 모습은 이후에도 몇 번 더 등장하여 감초 역할을 한다)을 맛보기로 보여주며 앞으로 이 책에서 만날 로봇과 과학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두 번째 장에서는 마치 머리 없는 소나 개 같은 모습을 하고는 네 다리로 험한 지형이나 장애물도 문제 없이 걸으며 짐꾼 노릇을 톡톡히 하는 4족 보행 로봇, 그리고 두 손으로 일하고 두 발로 걸을 수 있어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대해 다룬다.

네발 로봇은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뿐만 아니라 미국 보스턴의 병원에서는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시험적으로 투입되었는데, 로봇의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태블릿PC를 달아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로봇’하면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일 테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처음에는 실용성이 없고 홍보 목적으로만 쓸모가 있는 정도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재난 현장에서 로봇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재난 현장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어 태세가 전환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재난 현장은 인간이 생활하던 터전인 만큼 다른 형태의 로봇보다는 인간을 닮아 인간의 행동, 사다리를 기어 올라가거나 벨브를 잠그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유리했던 것이다.

원전 전문가들 말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1차 폭발 이후 누군가 원전에 들어가 냉각수 밸브 등을 잠그고 나왔다면 2차 폭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 사례만 봐도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재난 장소에서 로봇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수 있을지 짐작이 간다.

또 책 곳곳에서 로봇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기술력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특히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한국에서는 재난 로봇 경진 대회라고 불렸던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 2015년에 한국 카이스트(KAIST) 휴보 연구진이 최종 우승을 했으며, 두 팔과 두 다리로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로봇은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개발한 휴보를 포함해서 세계에서 단 두대 뿐이라고 하니 말이다.


‘로봇’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은 인간형 로봇이라고 하긴 했지만, 어떤 영화의 탄생 이후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로봇이 하나 더 있을 것이다.

그 영화는 바로 마블의 <아이언맨> 시리즈이고, 이쯤되면 눈치챘을 텐데 내가 말하는 로봇은 <아이언맨> 시리즈를 비롯한 마블 유니버스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가 입고 나오는 ‘아이언맨 슈트’다.

<아이어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입으면 인체 기능을 폭발적으로 높여주는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활약하는데, 이렇게 사람의 몸을 로봇이 감싸는 형태로 사람의 신체 능력을 높여주는 웨어러블 로봇(외골격 로봇)과 의사를 보조하는 용도로 실용화된 수술용 로봇의 현재와 미래를 세 번째 장에서 만날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크게 건강한 사람의 신체 능력을 높여줘서 산업 현장이나 재난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종류와 하체 마비 환자나 전신 마비 환자와 같은 환자를 돕는 재활 장비 성격을 가진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과 그 작동원리는 알면 알수록 놀라웠고 또 의외인 면도 있었다.

전자와 후자는 둘 다 웨어러블 로봇이라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질 것 같지만 군사용/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은 건강한 사람이 신체를 움직이면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따라가는 게 관건이라면 재활/환자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은 로봇 스스로 사람의 몸을 보조해서 안정적으로 걷게 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데, 저자가 이를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동료에게 환자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어주는 장면으로 설명하니 확 와닿았다.


영화 ‘어벤저스’를 보면 금속 갑옷으로 만든 로봇, 즉 웨어러블 로봇(아이언맨)을 입고 싸우는 슈퍼 영웅 ‘토니’가 등장한다. 토니에게 또 다른 웨어러블 로봇(워머신)을 받아 입고 싸우는 ‘로디’도 중요한 등장 인물. 그는 동료의 실수로 척수에 상처를 입고 평생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몸이 된다. 토니는 로디를 위해 그의 걸음걸이를 보조해 줄 ‘환자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을 새롭게 만들어 준다.

영화 속에서 토니는 천재 과학자다. 거의 ‘궁극의 웨어러블 로봇’으로 보이는 ‘아이언맨 슈트’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지만 로디를 위한 하반신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 때는 하나하나 걸음걸이를 시험하면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영화 제작진이 웨어러블 로봇의 종류에 대해 적잖이 고민하고 올바르게 연출했다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 실제로 환자 보조 목적의 웨어러블 로봇은 군사용, 산업용 강화복과는 설계의 원리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p.85



사실 웨어러블 로봇의 모습은 아이언맨 슈트라기보다는 비교하자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로봇에 더 가까웠지만, 산업체에서나 환자들의 재활에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종류는 그보다 훨씬 가벼워졌으면서도 기능이 뛰어났고, 뇌파를 이용해서 신체 마비 환자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경이로운 성과를 보며 로봇이 인류에게 가져다 줄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1 미래로봇> 중 특히나 2장 휴머노이드 로봇과 3장 웨어러블 로봇에 대해서 흥미롭게 읽었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네 번째 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 산업 현장에서의 로봇을 다룬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번에 다루는 로봇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아가, 공장에서 단순히 반복 행동을 하는것이 아니라 주위 상황을 인식하고 인간과 협력하여 일을 할 수 있는 ‘협동로봇’과, 정해진 항로를 따라 자동으로 나아갈 뿐이어서 항상 사람이 지켜보고 수시로 설정을 변경해줘야 하는 항공기의 오토 파일럿 기능이나 자동차의 크루즈 기능이 아니라 암초나 파도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나아갈 항로를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 운항 선박’이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는 우리 생활 속 로봇, 그러니까 공항에서 돌아다니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나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는 데 사용되는 물류용 자율 이동 로봇이나 몇 개의 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배달/서빙 로봇과 같은 자율 주행 로봇,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로봇 청소기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드론과 자율주행차처럼 앞서 만난 로봇보다 더 현실감 느껴지는 로봇을 만나보았다.


지금까지는 책이 담은 내용이 주였다면 내가 책을 읽으며 느낀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첫 번째 책 미래로봇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책 내부는 잡지처럼 이미지가 풍부한데, (선명함이 아쉬운 사진 자료가 몇 개 있긴 했지만 그게 거슬리지 않을 만큼) 큼직하고 선명한 사진 자료가 가득해서 다양한 로봇과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리고 로봇의 밝은 전망과 함께 한계와 독자가 가장 궁금해 할 실용화에 대해서도 다루어 (관련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한 아무리 기술이 진보했을지라도 그 기술이 우리 생활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인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실용화 문제 또한 중요하다) 현실적인 글이 좋았다.

실은 나는 로봇에 대해 그닥 아는 바가 없었는데, 예전에 춤추는 작은 로봇들이 나오는 영상도 보고 로보트 태권브이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들기란 생각보다 어렵다는 정보를 들었던 게 내 뇌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된 로봇 관련 정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미래로봇 편을 보니 이제는 두 발로 걷는 것은 물론이고 제비돌기를 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이 만들어졌더라!)

그런데도 내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 글, 그리고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을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알려주거나 로봇의 성과뿐만 아니라 그래서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등 흥미로우면서도 로봇과 깊은 관련이 없는 삶을 사는 독자의 피부에도 와닿는 글에서 현장을 뛰어다닌 과학전문기자와 저술가로 활동한 저자의 경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1 미래로봇>은 로봇에 문외한인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며, <아이어맨>과 같은 영화 속 로봇을 두근거린 적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올 여름에 출간 예정인 <과학이슈 하이라이트>의 두 번째 책의 주제는 ‘양자’라는데, 이번에 첫 번째 책을 읽고나니 로봇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양자도 어떻게 다룰지 오히려 기대되며 두 번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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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테러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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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한 투쟁에 공감할 수 있는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면 분명 와닿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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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테러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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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테러> 책표지에는 붉은색, 보라색, 녹색의 끈이 얽혀 하나의 꽃을 피워내고 있는 듯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저자 브래디 미카코가 가네코 후미코, 에밀리 데이비슨, 마거릿 스키니더, 이 세 여자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등장시키며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었으니 이 책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역시 이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소개되는 세 여성은 각자 무정부주의자(가네코 후미코), 여성 참정권을 위해 무력 투쟁하는 서프러제트(에밀리 데이비슨),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봉기하는 민족주의자(마거릿 스키니더)로 눈앞에 두고 있는 목표는 달라 보일지라도,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여성이 명백하게 2등 시민에 지나지 않았을 당시 평등을 추구하며 자신의 신념을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긴 여성들이라는 분명한 공통점으로 우리를 고무시키는 역사적 인물들이다.

(온라인 서점 포인트로 받을 수 있는 타투 스티커와 함께)


먼저 가네코 후미코는 영화 <박열> 때문에 이름을 아는 사람이 꽤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나만해도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 때문에 가네코 후미코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 박열이 가네코 후미코의 동지이자 연인이어서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도 영화에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 <여자들의 테러>에서도 가네코 후미코는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가네코 후미코는 막장 드라마에서도 혀를 내두를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아버지는 후미코의 어머니를 내쫓았을 뿐만 아니라 처제와 삼각관계까지 만들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의 재혼을 반복했다.
그런 부모에게서 떨어져 일제가 조선의 주권을 강탈했던 일제 강점기에 할머니와 함께 조선 부강으로 건너왔지만 손녀가 아니라 하녀로 취급 받으며 지냈고, 삶이 너무 힘들었던 후미코는 열세 살 나이에 투신자살하고자 금강변에 서기까지 한다.

애초에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았던 무호적자로 국가 시스템 바깥에 있었으며, 가정이나 학교나 직장 그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해 있었던 적이 없었던 가네코 후미코가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1923년 간토대지진이 발생했고,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조선인이 방화나 습격을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가 일본인들의 조선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시가 나오야志賀直哉도 이렇게 썼다.
(...)
마쓰이다에서 병사 23인에, 구경꾼 10명 남짓이 조선인 하나를 쫓아가는 것을 보았다. 바로 돌아온 한 사람이 차창 아래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였다.” 너무나 쉬웠다.

p.180



이때 정부도 반정부 사상을 가진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노동 운동가들을 박해하며 검거하고 살해했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동지이자 연인 사이였던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도 (이 둘은 생각보다 훨씬 담백한 사이였던 듯하다) 대지진이 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검속되었다.

일본 민중들이 집단 광기에 사로잡혀 조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때는 검속되는 것이 박열에게는 좀더 안전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후에도 경찰은 둘을 계속 붙잡아두고는 학살을 정당화 하는 데, 그리고 학살에 책임지라는 국제 사회의 추궁에 곤란해지자 조선인이고 무정부주의자잉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이용하려고 한다.

그렇게 경찰에 체포되어 신문을 받고 재판소에 섰을 때 전향은커녕 자기 사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장으로 쓰는 가네코 후미코의 대범함에 놀랐다.


(...) “당신은 황족에 대해 평소 존칭을 사용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 천황 폐하를 환자라고 불렀습니다”라고 했다. 황태자는 “도련님”, 그리고 다른 황족은 “안중에 없습니다”. 대신 등 다른 관료들은 유상무상(어중이떠중이)”, 경시청의 관료는 부르주아의 충견이므로 “불독” 혹은 “개새끼”였다며 후미코는 두려움 없이 이야기했다.

p.188



다음으로 에밀리 데이비슨은 여성사회정치연합(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 WSPU)에 소속되어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위한 무력 투쟁을 하는 서프러제트로 활동했다.

사실 영화 <서프러제트>를 보았기에 서프러제트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고 WSPU의 지도자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책에서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아닌 에밀리 데이비슨을 소개했는지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러나 에밀리 데이비슨이 바로 엡섬 더비에서 달리는 경주마 앞으로 뛰어들었던 바로 그 서프러제트였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서프러제트는 무력 투쟁 저항 활동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끌어 세간에 여성 참정권 운동을 주지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썼는데, 에밀리는 그 전략에 적극적인 것 이상으로, WSPU에서도 꺼려할 정도로 여성 참정권을 위한 행동이 과격한 편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다른 서프러제트와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여러 번 드나들었고, 감옥에서의 단식투쟁 때문에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통스러운 강제 음식 주입을 당하거나 물대포에 두드려 맞는 등의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무엇보다 마지막 활동, 국왕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선전하기에 안성맞춤으로 큰 이벤트인 엡섬 더비에서 경주마들이 달리고 있는 경마 코스로 걸어나와 국왕의 말과 충돌했던 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에밀리가 경마 코스로 걸어 나올 때에는 손에 들려 있었으며, 국왕의 말과 부딪히고 쓰러진 에밀리의 외투 안쪽에도 있었던 것은 WSPU의 깃발이었다.

나는 비록 에밀리 데이비슨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한 서프러제트가 여성 참정권 운동을 알리고자 경주마가 달리고 있는 위험한 경기장에 뛰어들었던 장면은 영화의 인상적인 몇 장면 중 하나로 아직도 기억한다.

에밀리가 튀어나왔던 곳은 세 회사의 카메라가 찍는 지점이었으므로 위 장면의 실제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에밀리가 말과의 충돌까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동차에 부딪히는 것과 다름 없다는 말에 부딪히는 위험을 감수하고 행한 일이 당시부터 지금까지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에밀리의 행동이 적어도 무의미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에밀리에게 과연 죽을 마음이 있었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그것은 본인밖에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마도 에밀리에게는 무슨 일이든 벌여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 아닐까? 에밀리는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을 받았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졸업 학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5년 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악마 취급을 받으면서 몸을 바쳐 싸웠지만 여성 참정권 운동은 진전되지 않았다. 그저 죄인으로 수감되어 고문이나 다름없는 강제 음식 주입을 당하고, 몸과 마음이 극한까지 고통받을 뿐이었다. 아무리 원해도, 아무리 외쳐도 여자는 언제까지나 2급 시민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이 상황을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돌파한 다음에야 내가 원하는 삶이 있다.
돌파만 할 수 있다면 그 앞으로 펼쳐지는 신세계에 자기가 있든 없든 에밀리에게는 상관없었던 것 아닐까? 만약 자기가 그곳에 없더라도 거기에는 다른 여자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은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p.138-139



마지막으로, 마거릿 스키니더는 ‘아일랜드 사람이 쓴 아일랜드 역사’ 책을 읽고 부모의 조국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고, 뛰어난 저격수로 영국으로부터의 아일랜드 독립을 위한 부활절 봉기에 참여한 인물이다.
역시 멀지 않은 과거에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한 역사가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아일랜드 독립의 역사에 이입이 안 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마거릿 스키니더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아일랜드 독립을 위한 과정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뛰어난 저격수로서의 능력도 있고 영국군의 총알 세례를 감수하며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서 폭탄을 던지는 일에 자원하는 용기를 가진 마거릿도 대단했지만, 여기에 멋진 여성을 한 명 더 발견했다.
그 여성의 이름은 콘스턴스 마키에비치로 마담이라고 불렸고, 부활절 봉기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등원하지는 않았지만), 후에 영국 하원에서 최초의 여성 의원으로 선출되고, 또 서구에서 처음으로 여성 장관이 된 인물이다.

하지만 콘스턴스 마키에비치가 멋지다고 생각한 이유는 저격의 명수로 칭송받는 실력에다 경찰에게 미소 지으며 총구를 겨누는 박력있는 모습, 여자인 자신도 전령이 아니라 병사로서 아일랜드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싶다는 마거릿을 저격수로 써줄 것을 건의해서 승낙을 얻어낸 배려심, 마거릿에게 자신의 군복보다 훨씬 좋은 직물로 군복을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면모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거릿이 부상을 입고 돌아오자 마거릿이 총을 맞은 현장에 가서 멋진 실력으로 원수를 갚고 왔다는 장면에서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거릿이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마담은 어느새 방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병사 한 사람을 데리고 마거릿이 총을 맞은 현장으로 간 것이다.
마딤과 동행한 병사는 방화 목표물이었던 건물 옆에 죽어있는 17세 소년의 사체를 일부러 안아 올렸다. 적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생각대로 영국군 병사가 총을 쏘기 시작했다. 저격수는 2명이었다. 마담은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두 발의 총탄으로 두 사람 다 사살했다.
“원수를 갚고 왔어.”
머거릿의 침대 옆으로 돌아온 마담은 상냥하게 말했다.

p.194



이렇게 <여자들의 테러>에 소개되는 목숨을 건 여성들의 약 100년 전의 투쟁은 여전히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아일랜드에 공감할 수 있는 역사를 가진 현재의 대한민국 여성의 마음에도 분명 와닿을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 에밀리 데이비슨, 마거릿 스키니더는 물론이고 책속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 또한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중요한 사람들이며 그들은 앞으로도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에는 한국어판까지 친절하게 적혀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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