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형제들 -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
정종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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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학창시절 이후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큰 관심을 갖거나 따로 공부하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근현대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일과 항일, 또는 우익과 좌익 둘로 나뉘어 다른 길을 걸은 형제들, 또 뜻을 함께 한 형제들, 그리고 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피보다 더 진한 신념으로 이어진 의형제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열세 쌍의 형제(여기에서 형제란 형제와 자매, 남매를 통틀어 말한 것이다)이야기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평에서는 일부 형제만 소개할 예정인데, 먼저 검찰총장 이인과 남로당원 이철 형제를 만나보자.
이인은 1923년 도쿄에서 시행된 변호사 자격 시험에서 유일한 조선인 합격자로 경성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독립지사들의 사상 사건을 맡아 무료 변론에 나섰는데, 그가 변호한 사건만으로도 독립운동사를 엮을 수 있을 정도라는 데다 일본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빌미로 고문까지 받아 평생 보행이 부자유스러울 만큼 다리가 상했으니 그가 일제강점기에 얼마나 올곧게 산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족주의 사건과 공산주의 사건을 구별 않고 변론을 맡았던 이전과 달리 해방 이후 이인은 미군정의 검찰총장이 되었고 남로당의 불법화와 탄압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그의 동생 이철은 조선좌익서적출판협의회의 핵심적인 실무 책임자였던 것으로 보이며 형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이인은 “철 같은 놈은 잡아 죽일 수밖에 없다”며 이철과 의절하다시피 했지만, 동생이 1950년 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는 이철이 탈당 성명서의 성명을 시인하기만 하면 풀려날 수 있게 담당 검사에게 손을 썼다.
전후사정을 들은 이철이 결국 성명은 자신의 본의가 아니라며 부인하여 수감 생활을 했지만 말이다.
그 뒤 이철은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자 풀려났다가, 유엔군이 서울을 탈환하여 인민군이 퇴각할 때 월북하다 사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과 이철 형제의 이야기는 이인의 행보 +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형제지만 위기에서는 구해내고자 한 애증 + 이철의 마지막 + 그리고 이인의 아들이지만 이철을 따랐던 이옥이 이철이 전공했던 불문학의 나라 프랑스로 떠났다는 것까지 더해져 이 책에 실린 형제들 중에 유독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형제 중 동생인 안익태의 이름은 알고 있는 사람이 꽤 있을 텐데, <애국가>의 작곡가인데도 여러 연구에 의해 1940년 전후로 한 그의 유럽 활동 대부분이 히틀러의 독일과 일본의 우호와 협력을 증진하는 음악 프로그램들이었다는 게 드러나며 친일 행위로 논란이 있었던 자이기 때문이다.
형인 안익조는 학창 시절에는 유명한 야구선수였고 수의학과 의학을 전공했으며 세계적인 기업 컬럼비아레코드사에 취직하기도 했지만, 해방 후 헌병대장으로 근무하면서 부역 혐의을 받아 처형되었다.
후에 둘 다 <친일인명사전>에 나란히 실리지만 안익조는 전쟁 통에 반역자로 처형되어 묻힌 곳조차 모르는 반면 안익태는 대한민국 최초의 문화훈장도받고 해외에 정착해서 잘 살다 죽었다.

저자는 안익조 안익태 형제의 이야기를 하며 ‘친일’과 ‘친북’으로사람을 낙인찍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책에서는 형제들의 행보와 함께 저자의 의견이 함께 적혀있다.
그래서 처음에 소개한 이인과 이철 형제 그리고 이인의 아들 이옥의 이야기는 더 깊이있게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소설 같았지만, 안익태가 친일/친나치 활동을 하는 선택을 했던 환경에 대해서도 곱씹어봐야 한다는 등의 몇 가지 생각에는 친일파 척결은커녕 그 후손까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에 살고있는 나로서는 공감이 가지 않기도 했다.

어쨌든 형제들에 대한, 그리고 형제들의 이야기에서 비롯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내가 생각지 않았을 부분을 생각해보게 하기도 했고, 책에 수록된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흥미를 끄는 특별한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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