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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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분위기의 영상은커녕 이미지도 못 보지만 그런 글을 읽은 재미는 또 있어서 인터넷에서 괴담이나 기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읽곤 했는데, 막상 으스스한 글을 읽기에 제격인 여름은 그냥 보내고 말았지만 소설집 <카데바>에 수록된 단편들 각각의 짧은 소개를 보고 가을을 바로 코앞에 두고 몇 개월만에 기담을 읽었다.

먼저 이 책 <카데바>에 수록된 열 가지 단편을 순서대로 간략하게 소개하고나서 전반적인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버릇>은 곤란한 것들은 책상 서랍이나 장롱 서랍 같은 방구석에 처박아두는 버릇이 있는 여자아이가주인공으로, 그 곤란한 것들에는 학교에서 받은 우유나 생리대 심지어 햄스터 사체까지 있다.
이것이 더럽고 찝찝하고 고약한 버릇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인공은 버릇을 고칠 수가 없다.

<죄악>은 4년을 사귄 여자친구에게 잔인한 말을 내뱉으며 이별을 고한 남자에게 자살한 전 여자친구가 찾아오는 이야기이고, <악몽 그리고 악몽>은 계속해서 악몽을 꾸는 남자가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약물 처방도 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향>은 중고거래를 계기로 어린시절 살았던 지역에 가서 변함없는 그곳을 마주한 것을 소재로 했고, <카데바>는 어두운 분위기인데다 로봇 같아서 쭉 친구 하나 없던 의대생이 해부학 실습에서 본 시신에게 사랑을 느끼고 살인, 사체절도, 사체오욕, 사체은닉 혐의를 받은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카데바>는 주인공의 혐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표제작답게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별장괴담회>는 이 소설집에서 유일하게 작가가 실제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인데, 단순하게 작가가 지인들과 함께 놀러간 시골 별장에서 돌아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나눴던 것을 옮겼으니 자극적이지도 그리 무섭지도 않아 특히 심심했다.

그다음 수록된 단편 <포식>은 어렸을 적 고양이를 끔찍하게 학대해서 죽인 일이 현재 자신의 아내가 계속해서 유산하며 아이를 갖지 못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는 남자 이야기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단편을 통해 약한 존재를 괴롭히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작가가 고통스러워하면서까지 이런 글을 쓸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 단편을 읽는 나는 불쾌할 뿐이었다.
이 단편소설에는 길고양이를 산채로 불에 태워죽이고 새끼 길고양이가 돌에 짓이겨 죽는 등의 장면이 있는데, 길고양이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런 끔찍한 일은 소설 속 일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화가 났지 작가가 말하고자 한 교훈이 와닿지는 않았다.

<네 명의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 그대로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네 명의 여자, 팔자는 닮지 않기를 바랐건만 기어이 팔자를 닮고야 마는 사대의 이야기라서 내가 보기에는 <카데바>의 단편들 중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연애상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연애상담글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후반부를 예측 가능했으며 내가 복선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 전개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서.m4a>에는 방송작가를 꿈꿨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한 딸이 mp3에 남긴 음성을 매일 하나씩 듣는 엄마가 나온다.
딸이 mp3에 남긴 그 편지에는 죽음의 원인 같은 것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고, 들으면 딸이 죽은 것이 아닌 유토피아로 떠난 것만 같아지는 메시지였다.

삶, 죽음, 꿈을 관통하는 이 열 가지 단편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여 이야기가 현실인지 꿈인지 초자연적인 현상인지 혼동스럽게 한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가졌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

가장 처음에 말한 것처럼 인터넷에 올라온 괴담, 기담, 무서운 이야기를 찾아 읽곤 한 내가 읽은 이야기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에서도 번역되거나 추천을 많이 받거나 공유된 글이어서 여러 네티즌의 필터를 거치며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글이었다.
(그중에는 책으로 정식 출간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온 글 또한 출판사라는 필터를 한 번 거쳤으니 그만큼 흥미로운 글을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더해 전문가의 손도 거쳤으니 글이 더 탄탄할 것이라 기대했다.
이 책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 많은 단편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카데바> 속 단편들은 어떤 부분에서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없어서인지 간이 심심하게 된 음식을 먹는 것만 같았다.
또 어떤 이야기는 뒤가 예상이 되거나, 아니면 결말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공포가 아닌 불쾌함이 주가 되기도 하는 등의 아쉬움도 있었다.

이 책의 작가는 소설, 에세이, 여행, 사진 분야의 책을 열여섯 권이나 쓴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알고보니 작가의 책은 이 단편소설집 <카데바>와 마찬가지로 토이필북스 출판사에서 출판되었고, 그 출판사는 작가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였으니 작가는 자가출판으로 방식으로 책을 낸 것이었으리라.

출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우리는 더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아쉬운 책을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늘어난 것이고 출판이라는 필터도 한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게 된 셈이다.

아무튼 나는 단편소설집 <카데바>를 읽고 아쉬움을 느꼈지만 내 마음에 들었던 책을 다른 독자는 혹평했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또 다른 독자는 이 책을 나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기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단점 중 하나인 심심한 간이 입맛에 맞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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