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매틱스 2 - 유휘, 히파티아 편 매스매틱스 2
이상엽 지음 / 길벗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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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 산치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과 같은 고대 그리스 지성들의 모습을 담은 <아테네 학당>에 그려진 유일한 여성, 남성들의 기록이라고 불릴 만큼 여성의 이름이 드문 역사에 뛰어난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이름을 남긴 여성, 따르는 자가 많았으나 종교의 공격을 받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여성, 히파티아의 죽음 이후 알렉산드리아는 학문의 중심이라는 명성을 잃었다.

이러니 내가 히파티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에 <매스매틱스 2>를 읽게 된 이유도 히파티아가 8할, 아니 9할은 차지했다.
때문에 피타고라스와 유클리드 편인 <매스매틱스 1>은 건너뛰고 유휘와 히파티아 편인 <매스매틱스 2>부터 읽게 되었는데, 소설의 주인공인 서연이 에피소드마다 다른 시간대에 살아가는 인물의 삶에 덧씌워지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가 어느 정도 독립적이어서 별 불편함 없이 읽었다.
서연이 그렇게도 찾는 ‘그’처럼 1권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2권에서 언급되기는 하지만, 2권을 읽으면서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기본 설정은 짐작할 수 있었고 말이다.

<매스매틱스 2> 유휘 편에서 서연은 지금으로 따지면 촉한의 국무총리 자리에 있는 제갈량 밑에서 일하는 강유 장군의 여동생 설이의 삶에 덧씌워졌다.
때는 삼국시대, 전란의 시대여서 설이가 된 서연은 오라버니 강유를 따라 병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제갈량을 만났고, 설이가 가진 수학적 지식을 눈여겨 본 제갈량이 설이에게 국경을 넘어 위나라의 영역 안에 있는 북해에 가서 유휘를 데려오라는 임무를 맡기면서 여정이 시작된다.

유휘는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학 내용이 집대성되어 있는 <구장산술>을 어린 나이에 통달하여 열아홉 설이 또래의 나이에 주해본까지 쓰고 있을 정도로 수학에 능통한 자로, 수학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제갈량이 그를 촉한 관리들의 교육자로 모셔오려는 것이었다.

전시에 국경을 넘어 위나라 영역으로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고, 제갈량의 계책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었으면 좋으련만 설이는 위나라 병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유휘를 찾아가는 여정 중 남루한 행색을 한 남자 하나를 만나는데,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지 유휘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서 소설을 읽다보면 책장이 그냥 휘리릭 넘어가버린다.

내가 앞서 말했다시피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는 거의 히파티아 때문이었으므로 유휘 편은 그렇게 기대를 안 했었는데 유휘 편이 재미있어서 <매스매틱스>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 읽게 되겠구나 했다.

소설은 궁금증을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이야기로 재미만 잡은 것이 아니라, 수학적인 면에도 충실해서 (옛날에는 동양이 서양을 앞섰다더니) 유휘 편을 읽으면 동양의 수학 또한 동시대 서양의 수학보다 앞서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수학적 무지 때문에 관리들에게 고혈이 짜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수학 교육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인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구고현의 정리처럼 동양 수학과 내가 학교에서 배워서 익숙한 서양 수학이 서로 같은 면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고 말이다.


“(...) 토지를 구획하든 물건을 나누든 거대한 건설 작업을 하든 곡물을 교환하든 그 어느 것 하나도 수학적인 사고 없이는 결코 합리적일 수 없어요. 왜 나날이 배고픈 백성의 수가 늘어날까요? 전란의 시대라서?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배부른 관리의 수도 똑같이 줄어들어야 맞는 거겠죠. 그런데 오히려 그런 관리들은 더 많아지고 있어요.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리 풍요의 시대가 온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일단 그 즐거움은 둘째 치더라도 끊임없이 수학과 마주해야 하죠.”

p.86-87


바른 성품과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설이를 누나라 부르며 따르는 귀여운 유휘, 그리고 유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난 남자와 설이, 이렇게 수학으로 이어진 셋의 관계성이 좋아서 서연이 지금의 삶을 떠나 또다른 삶에 씌워지기 전에 찾아오는 증상인 두통의 강도와 지속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속으로 이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생각했다.
고작 110여 페이지만에 등장인물들에게 정이 들었는지, 히파티아 편 때문에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히파티아 편을 앞두고 유휘 편을 계속 읽었으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글은 잘 써지니?”
“하아. 그게요, 누나. 제 성씨가 세운 나라에서 막상 귀빈 대접받을 생각을 하니까 집중이 잘 안 돼요. 어쩌죠?”
“후훗. 머리에 든 지식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영락없는 애네.”
“에이, 누님. 말은 바로 해야죠! 제가 애인 게 아니라 누나가 너무 애늙은이인...”
찰싹!
나는 유휘의 등짝을 시원하게 한 대 때렸다. 아무래도 한 대로는 모자라려나?
“아악! 미안, 미안! 누나 때리지 말아요! 글씨 망가져요! 아야!”

p.89-90


하지만 이별의 순간은 찾아오고, 주인공 서연은 설이의 삶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사라의 삶에 덧씌워져 알렉산드리아 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눈을 떴다.
유휘 편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히파티아 편은 처음부터 내 정신을 빼놓았는데, 유휘 편에서 나왔던 미스테리한 인물을 이번에는 서연이 놓치지 않고 딱 붙잡은 것이다.
그리고 서연이 내내 애타게 찾던 ‘그’(내가 숨기는 것이 아니라 서연도 이름을 알지 못해 ‘그’라고 부른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흥미진진해졌다.


“거기 서! 너! 혹시 ‘그’와도 연관이 있는 거야?”
“뭐?”
“‘그’도 너랑 똑같아! 아무리 떠올려보려 해도, 다른 건 다 기억나도 도저히 이름만은 기억이 나지 않아! 마치 애초부터 이름이 없었던 것처럼. 꼭 너와 같이!”

p.137


사라의 삶에 덧씌워진 서연은 알렉산드리아 대학 최고의 수학 권위자이자 사라가 듣는 기하학 수업 담당 교수인 히파티아의 눈에 들어 히파티아의 곁에서 신임받는 조교로 일하며 수학을 배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첫만남임에도 마치 사라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이아손을 만나게 되고, 강경한 기독교 근본주의자 키릴로스 대주교는 히파티아를 압박해오는데...

<매스매틱스>를 읽다보면 서연이 왜 그리고 어떻게 시대를 넘나들며 다른 사람의 삶에 덧씌워지는 것인지나 서연이 그리워하는 ‘그’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는데, 히파티아 편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또 흥미롭게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더는 넘길 수 있는 책장이 없어지자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수학자를 비롯한 등장인물과 수학에 대해서, 그리고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유휘 편과 히파티아 편 각각 소설을 끝맺은 뒤 주요 등장인물과 주요 사건, 그리고 소설에 등장한 수학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다루는 부분이 있는 것이 좋았다.
또 수학을 다루는 소설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야기가 속도감 있고 흥미로워서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었고, 수학적인 면도 고등수학정도를 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며 뒤에 소설에 나오는 수학을 모아서 소개하는 부분도 참고하니 어렵지 않았다.

그러니 <매스매틱스 2>를 반도 읽기 전에 내가 왜 <매스매틱스 1>을 놓쳤을까 싶었고, <매스매틱스 2>를 다 읽고나니 <매스매틱스 3>가 기다려졌다.
이렇게 내가 챙겨봐야 할 시리즈가 하나 더 생겼는데, 일단 아직 읽지 못한 <매스매틱스 1>이 다음 권이 출간될 때까지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줄 테지만 역시 금방 읽어버릴 것 같으므로 작가와 출판사는 조속히 <매스매틱스 3>을 출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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