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문자 - 설형 문자에서 이모티콘까지 지양청소년 과학.인문 시리즈 1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지음, 이미화 옮김 / 지양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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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데에는 인쇄술의 혁신을 일으킨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공도 빠뜨릴 수 없지만, 그 이전에 문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문자가 빼곡히 들어찬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외국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인지, 역사에 흥미가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셋 모두에 해당하기 때문인지, 나는 문자에도 관심이 갔다.
<반지의 제왕>의 작가로 유명한 J. R. R 톨킨처럼 문자를 창조하는 수준의 관심은 아니지만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신성문자)를 외웠던 정도의 관심이라고나 할까.
(쓰지 않으면 잊힌다고,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는 쓸 일이 없다보니 지금은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문자에 대한 관심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지양 청소년 과학 인문 시리즈 첫 번째 도서 <세계의 문자>는 5,500년 전 수메르에서 사용했던 설형문자(쐐기문자)부터 오늘날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쓰는 이모티콘과 인공 문자까지, 그리고 우리의 자랑 한글부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여러 소수 민족의 문자까지, 문자 역사의 흐름을 타고 다양한 문자를 그래픽노블 형식으로 소개한다.

이 그래픽노블은 문자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독자도 읽으면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부담을 갖지 않도록 각 문자를 깊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다루었다면 분량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런 문자가 있다고 소개하는 정도고 역사 또한 가볍게 훑어보는 느낌인데다 만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먼저 단어문자(표어문자)와 소리글자(표음문자) 등 문자 체계에 따라 분류된 각 문자 집단의 특징을 소개하며 앞으로 만날 다양한 문자를 그에 맞춰 이해하기 수월하게 했고, 수만 년 전 그려진 문자로 추정되는 동굴 벽화 이야기부터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에 적용된 유니코드와 이모티콘 이야기까지까지를 개괄적으로 알려주고 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여러 문화와 역사 속 다양한 문자를 각각 소개한다.

문자가 창조되고, 그 문자에서 다른 문자가 또 파생되고, 정복에 의해 고유의 문자가 사라지기도 하는문자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문자의 변천 과정 또한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되니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하게 뾰족뾰족하거나 꼬불꼬불하고 헷갈리게 생겨서 복잡해보이는 문자들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다시 한번 한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세계의 문자’에 대한 책에 ‘한글’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문자의 창조자들을 다룬 장에서 한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책에서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문자는 해당 소리를 나는 기관의 모양을 본떴고, 자음과 모음을 네모반듯한 블록 형태로 구성해서 글자를 만들 수 있어 논리적으로 뛰어나다고, 내가 한글에 대해 아는 그대로 소개했다.

한글을 설명한 부분을 보니까 다른 문자들도 이처럼 굵직한 특징을 뽑아내서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잘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픽노블 <세계의 문자>의 그림은 익살스러운 면이 있음에도 영미 문화권 작가와 달리 유머 감각이 돋보이지는 않지만(역시 비탈리 콘스탄티노프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여서 그런가?),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영화 <스타트랙> 속 클링온 문자나 앞서 언급했던 J. R. R. 톨킨이 만든 판타지 세계관 속 문자와 같은 인공 문자까지 다루었다는 것이다.

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스타트랙>에도 별 관심은 없음에도 며칠 전에 다시 본 잭 에프론 주연의 영화 <17 어게인>이나 오랜 시간 인기를 유지한 미드 <빅뱅이론>에서처럼 등장인물들이 판타지 세계관 속 그 언어들을 구사하는 것을 볼 때면 가상 언어의 위력에 놀라고 또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에 <세계의 문자>에서 가상 언어를 다룬 것이 흥미로웠다.

부록으로는 문자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가 도표로 알아보기 쉽게 그려져 있어 그래픽노블을 다 보고 다시 한번 책 내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만약 워낙 다양한 문자가 등장하는 통에 책을 보다가 역사의 흐름을 잃거나 헷갈리더라도 이 부록을 참고한다면 다시 물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글 다음으로 익숙한 문자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 덕분에 익숙해진 라틴 문자(로마자)일 것이다.
A부터 Z로 구성된 라틴문자도 처음에는 V 하나를 V,U,W처럼 읽다가 나중에 U와 J그리고 V 두 개가 겹친 모양의 W가 더해지는 등 변화를 거쳐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인데, 이렇게 변화를 거친 문자는 많고 그 이유도 각기 다르다.
문명이 발생하고, 서로 잡아 먹고 잡아 먹히고, 사라지듯 문자 또한 비슷한 운명을 거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문자도 점차 변화하고 있고, 언젠가는 사라지거나 아예 새로운 문자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원인은 과거 일본이 한글을 빼앗아가려고 했거나 중국이 소수민족에게서 고유의 문자를 빼앗고 문자를 통일하려고 했던 것과 같이 강제적인 것일 수도 있고 편의를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
책을 보고 서평을 쓰면서 한글을 비롯한 다양한 문자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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