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정원 뫼비우스 서재
서미애 지음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서미애 [인형의 정원]

그동안 주로 읽어온 외국의 추리소설들은 공간과 사건, 인물들의 낯설음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 판타지처럼 말이다. 가끔은 사람 이름이 헷갈려 작가가 장치해 놓은 트릭이나 복선을 파악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이런 외국적 느낌은 후발주자로서 그동안 외국 추리소설들을 모방해왔던 한국추리소설에서도 꽤 볼 수 있었다. 외국적인 전문 킬러들이 나오고 사건이 명료하고 깔끔하게 해결되는 그런 추리소설들 말이다. 이런 추리소설들을 주로 보아왔기 때문인지 나는 추리소설 하면 무조건 괴기한 분위기와 낯설음에서 오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한국적 추리소설을 생각할 때는 6.25라는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을 떠올렸었다.

그런데 '인형을 정원'을 읽으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인형의 정원은 김성종과는 다른 스타일의 추리소설이고 또 외국 추리소설들과도 다른, 한국 추리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와 장점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리얼리즘 추리소설에서는 낯설음과 괴기한 분위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외국의 추리소설에서 느끼기 어려운, 외국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현실감에서 비롯되는 섬뜩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추격자'나 '살인의 추억'에서 잘 보여주듯이 말이다.

'인형의 정원'과 같은 한국의 리얼리즘 추리소설들은 우리 주변의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인물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또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이 죽음을 당한다. 우리 옆집 아저씨가 살인마일 수도 있고, 재수가 없으면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미애의 '인형의 정원'은 꽤 수사 공부를 많이 한 과학적 추리소설이자 한국적 추리소설이다. 시작 부분에서 괴기한 분위기를 이끄어내는 외국 추리소설에 익숙해 있는 독자 입장으로 볼 때, 인형의 정원은 시작 부분이 범죄자의 심리를 너무 세밀하고 느리게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게 읽히고 재미와 흥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동안 외국 추리소설을 주로 읽어왔다면 외국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한국 추리소설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전에 텔레비전에 본, 특이하고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단막극 '반가운 살인자'의 작가로군요^^


책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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