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
소니아 쿠데르 지음, 그레구아르 마비레 그림, 이다랑 옮김 / 제이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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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제이포럼의 전은주 대표님의 북토크 참석 후 J표 그림책은 믿고 보게 되었어요. 작년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거야>로 학급 그림책도 만들었는데, 올해 친구 사이의 관계에 대한 더 좋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이 책을 만났습니다.


교실에 있으면 유독 친구의 말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분 나쁜 말을 듣자마자 바로 교사에게 일러주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면 저는 먼저 너의 마음 표현을 했느냐고 물어요. (행감바) 네가 이렇게 말해서(행동) 내가 기분이 안 좋아(감정)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바람). 스스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은 후에도 문제가 계속 될 때에는 교사가 개입해야죠. 그런데 교사의 지도가 여러 번 되었는데도 말버릇이 고약하여 친구와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들의 나쁜 말은, 저는 무시하라고 합니다. 상대를 할수록 내 감정이 더 다치기 때문이에요.


이 책은 친구들에게 제멋대로 말하며 상처를 주는 폭군 바질과 그에 대해 "그래서 뭐?"로 대처하는 친구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런 태도는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쉽진 않죠. 단순 놀림은 반응하지 않으려는 단단한 자존감과 마음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알려줘요. 그런데 아이들은 솔직하게 말해주었어요. 기분이 나빠서 자꾸 말대꾸하며 싸우게 된다고요. 하지만 이런 반응도 좋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지켜보려고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생활 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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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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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전문학, 설국. 그와 관련된 키워드 중에는 도무지 내게 친숙한 단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는 많이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나온 10권 중 4권의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를 읽었는데 그 중 가장 좋았다고 하면 모순일까.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해, 설국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배우고 깨닫는 재미가 있었고, 내용을 쓴 작가님이 시인이라 그런지 문학적인 내용이 훨씬 더 감성적으로 다가와서 더 그랬다. 앞으로 나올 클클은 얼마나 더 좋은 내용일지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죽음, 허무와 같은 어두운 단어로 대표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심지어 자살로 생을 마쳤으니 더더욱 그런 느낌이다. 기억조차 하기 힘들 두 살, 세 살 때 차례로 아버지, 어머니를 여의고, 일곱살 때 할머니를, 열다섯 살 때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그. 그렇게 그에게는 그가 말하는 '고아 근성'이 자리 잡았고 그런 생각들을 극복하고자 이즈반도, 에치고유자와 등지로 여행을 다니기도 했는데 각각 <이즈의 무희>, <설국>의 배경이 되었으니 '여행'이란 단어를 그의 생에 긍정의 의미로 붙여주고 싶다.

그의 일화 중 학교와 관련된 내용이 흥미롭다. 작문 과목 등수가 88명 중 무려 뒤에서 3등인 것. 저자는 아직 그가 작문에 눈 뜨지 못했을 가능성, 중학 과정의 작문 평가 기준과 그의 성향이 맞지 않았을 가능성 두 가지를 제시하는데 난 아무래도 후자에 기운다. 글쓰기라는 것이 갑자기 실력이 좋아질 수가 없다. 중학 5학년 때 돌아가신 스승의 영결식 장면을 묘사한 <스승의 관을 어깨에 메고>를 학생 잡지에 발표했는데 이 정도면 그의 문학성은 이미 내재되어 있다고 보는 게 옳아 보인다.

그런 그도 좋은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퇴고를 반복하는 노력가였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마치 성경 구절 암송하듯 이 책을 읽고 저절로 외워진 설국의 첫 문장인데, 문학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도입부로 꼽힌다고 한다. 한 순간의 영감으로 탄생한 문장이 아니라고 하니 그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노력에 노력을 더해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려 애썼던 그의 모습에서 겸손함을 느끼고 장인정신을 배운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의 생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삶 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웠던 그의 생애라서 그럴까. 가스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이 더 소설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그의 생애를 살펴봤으니 이젠 그의 작품을 만날 차례다. 이렇게 좋은 해설서를 두고서도 <설국>이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면 그건 순전히 나의 부족한 내공 탓이리라. 무더운 여름에 눈 내린 그 곳을 떠올리며 시원한 문학 여행 얼른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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