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한 용서
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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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만이 용서다.

본문 21쪽.








이 책은 한 단어로 ‘추적’이다.




저자는 열네 살 때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를 용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녀가 용서를 추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녀가 7살 난 딸에게 홀로코스트를 상기시키는 전범 국가 독일의 국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용서란 무엇인지 저자 자신의 힘이 닿는 곳까지 추적하고 그것을 정리해 기록한 철학탐구서다.




이 여정에 여러 명의 철학자와 사회학자가 함께한다. 특히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블라디미르 얀켈레비치, 에마뉘엘 레비나스 같은 유대인 철학자들의 저서와 말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데리다를 뺀 나머지 세 사람은 유대인 말살을 직접 겪은 생존자들이다. 이들만큼 용서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한 사람이 또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예를 들어, 1장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가해자를 이해하면 용서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성을 상실한 중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의지 때문인가, 광기 때문인가? 재판에서 죄의 경중을 잴 때 기준 중 하나는 죄를 저지른 사람의 의지와 인식 여부다. 그렇다면 가해자가 자신의 범행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확한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정말 있는가?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면 용서 또한 불가능한 것일까?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음 즉, “타자의 완벽한 ‘타자성’(71쪽)”을 깨닫는다는 말은 곧 “내가 만물의 척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타자를 나와 나의 요구, 나의 선악 관념에 따라 평가하지 않는다는 의미(72쪽)”라고 말한다. 가해자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에 살인 충동이 생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해자를 이해하려는 부단한 노력 덕분에 용서가 가능해지기도 한다.






범행을 이해하려 애쓰는 자신의 부단한 노력을 그녀는 어떻게 설명할까?


“이해를 하면 무조건 감수해야 할 때보다 견디기가 수월하죠.”


본문 81쪽.






“의식적으로 한 생명을 죽이려면 일단 먼저 삶의 의미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삶의 의미가 자동적으로 모든 존재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문 79쪽.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망각과 용서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3장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망각을 인간의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했다. "잊지 못하는 사람은 ‘내려놓을’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다.(151쪽)" 그러나 "어떻게 그 모든 일을 싹 잊는단 말인가? (165쪽)"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을 겪었고 지금까지도 그걸 끌어안고 있다. 문제는 나에게 고통을 주고, 죄책감과 우울감에 빠지게 만드는 사건 대부분이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폭력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과, 위안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 둘은 사건의 성격도, 나의 개입 여부도, 피해자 가해자의 생존 여부도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개인적 용서의 문제고, 후자는 개인·사회·국가적 용서를 아우르는 문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인 에바 모제스 코르는 부모님과 쌍둥이 형제의 생명을 앗아간 나치를 사면한다는 선언을 했다. 그러나 다른 생존자들은 그녀의 용서는 피해자 전체와 상의하지 않은 것이며, 희생자 대신 용서할 권리가 그녀에겐 없다며 비판했다. 저자가 만난 또 다른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코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부인이 자신을 희생자라고 느끼고 홀로코스트를 용서함으로써 그 감정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한다면 홀로코스트가 잊힐 위험이 있습니다.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희생자를 기억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희생자의 이름으로 용서할 권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들을 기억해야 하고 그들에 대해 기록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들이 한때 살았고 활동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 테니까요. 우리 부모님이 그러했듯이요.(218~219쪽)"






“과거의 것이 현재의 것의 무덤을 파지 않으려면, 과거의 것이 잊혀야 할 (……) 한계를 정하기 위해 우리는 한 인간, 한 민족과 한 문화의 조형력이 얼마나 큰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조형력이란 스스로 고유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과거의 것과 낯선 것을 변형시켜 자기 것으로 만들며, 상처를 치유하고, 상실한 것을 대체하고, 부서진 형식을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본문 154쪽.











이 책 각 장의 끝에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딸을 잃은 여성, 30년 전 애인을 자기 손으로 죽인 남성,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저자가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죄와 악을 판단하고, 용서하거나 혹은 하지 않는다. 그중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뭐가 나쁜 짓이고 뭐가 아닌지는 각자가 결정해요. 


그러니까 용서할 수 있는 죄의 한계도 사람마다 다른 거죠.


본문 139쪽.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감정과 생각도 솔직하게 공유해 주었다. 프롤로그에서 열네 살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추억하며 시작했던 이 책은, 에필로그에서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날 집을 찾아온 어머니를 반기는 저자의 모습으로 끝이 났다. 그녀의 용서도 아직 종점에 도달한 것 같진 않았다.




나에게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나만이 겪고 나만이 기억하는 형태로 상처가 되어 남아 있다. 특정 사회와 국가에 속한 개인으로서도 나에겐 풀어야 할 응어리, 혹은 숙제가 남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용서에 대해서 마음껏 고민해보고 싶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사실 알고 있었다. 결론은 그리 쉽게 나지 않을 거라는걸. 용서란 포기가 아니라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기에.






용서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피와 살로 스며들 때까지 끝까지 연습해야 한다.


본문 152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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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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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청 통해 바라본 조선의 자화상








포도청(捕盜廳)은 도둑을 잡는 관아라는 뜻이다. 성종 때 포도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도적 떼들을 소탕하는 임시 기관이 만들어졌다. 이후, 시대와 권력의 흐름에 예민하게 변화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도맡아 했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수들이 포도청을 때려 부순 집단 난동이 일어난 조선 최대의 포도청 습격사건을 소개하며 1장을 연다. 우포도청 등록 제14책에 기록된 포도청 습격사건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구성한 내용인데, 포도대장의 불호령과 죄인들이 끌려와 상세한 증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관리의 부정부패, 기근과 민란 등으로 당시의 무너지는 조선 왕조의 기강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2장부터는 조선의 역사를 쭉 따라가며 포도청의 상세한 업무와 변천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문 도서 느낌이 강해진다. 1775년(영조 51년)에서 1890년(고종 27년)까지 포도청에서 처리한 사건을 정리한 기록인 〈포도청등록〉을 포함하여 경국대전, 비변사등록,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 유산과 각종 도서와 논문을 참고하여 정리된 내용이다. 저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뭐든지 세세하게 기록했던 조선의 문화가 참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다.



비리, 밀조, 밀매, 살인, 절도, 문서 위조, 도박 같은 현대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범죄 사건과 민란, 도적, 천주교 박해,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의 역사적 사건들까지 망라된 포도청의 업무와 그 기록물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포도청과 타 권력 기관/권세가 사이의 갈등이나 포졸에 대한 백성의 저항 사건들을 소개한 7장이나, 소설이나 사건 일지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1장의 내용이 개인적으로 읽는 재미가 더 있었다.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 포졸들이 뛰어나오는 장소, 혹은 죄인이 끌려가서 심문 받는 장소로만 포도청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포도청등록〉의 사건들을 뽑아 생생하게 재현한 책들이 앞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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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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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고뇌가

현실에선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되어버리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을까.








원작 소설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영화도 본 적이 없지만,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누군지는 안다. 그만큼 프랑켄슈타인은 유명하다. 1818년 처음 발표된 이후 200년간 영화, 드라마, 뮤지컬로 재탄생되었다. 감독과 작가는 매번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괴물과 박사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괴물이 보여준 인간성을 파고들고, 메리 셸리의 삶을 따라가기도 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실험을 하는 미친 과학자는 하나의 캐릭터로 정형화되었다.



거대한 괴물에게 쫓기는 공포, 창조자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피조물의 비극, 맹목적인 지식의 추구가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교훈….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책 표지를 손으로 쓸어보면 가죽을 얼기설기 꿰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데이비드 플런커트의 삽화도 작품의 음울하고 괴이스러운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200주년 기념판이라 더욱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소설은 주인공의 몰락에서부터 시작한다. 북극으로 가는 개척선의 선장 로버트 월튼은 우연히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남자를 구해주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창조한 괴물에게 쫓기고 있는 신세였다.



프랑켄슈타인은 과거의 자신을 "무방비인 데다 열정적"이었고, "피할 수 없는 불행과 파멸의 구렁텅이(53쪽)"로 끌려들어 갔다고 말하면서 로버트 선장에게 지식의 맹목적 추구가 얼마나 위험한지 자신의 이야기를 교훈 삼아 달라고 한다.





내가 주는 교훈이 내키지 않는다면 나를 본보기 삼아서라도 지식을 습득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고향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사는 사람이 타고난 재능 이상의 위대함을 꿈꾸는 사람보다 얼마나 더 행복한지 깨닫기 바랍니다.


본문 53쪽.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한때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연금술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을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우물 안 개구리였다. 청년이 된 그는 독일의 대학에서 최신 과학 수업을 들으며 지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삶을 창조하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연구가 성공해버리고, 그의 꿈은 현실이 되어 버린다.



박사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피조물에 대한 창조자의 의무감(131쪽)"은 없는 과학자였다. 공동묘지와 도살장을 헤집고 다니며 폐인처럼 괴물의 창조에 몰두하면서, 단 한 번도 이 실험이 가져올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2년간의 실험 끝에 살아 움직이는 괴물을 보고 무책임하게 도망쳐버린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는 죽기 전까지 끊임없는 죄책감과 고뇌에 시달린다.



프랑켄슈타인이 아직 아무것도 몰랐을 때, "인간의 몸에서 질병을 내쫓고 살인과 사고가 아니고서는 그 무엇도 인간을 파괴할 수 없게 만드는" 불로장생의 묘약을 찾는 연구에 매진한다. 그는 그 묘약의 발명이 더없이 "영광스러운 업적(36쪽)"이라는 섬뜩한 말을 한다. 질병과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선 사람들이 서로를 파괴하기 위해 살인과 사고를 더 적극적으로 일으킬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걸까? 프랑켄슈타인의 안이함을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창백한 피부, 네모 각진 머리통,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있는 이마, 게슴츠레한 두 눈, 지능이 낮고 난폭한 괴물. 영화에서 주로 묘사되는 이름 없는 괴물의 특징이다. 그러나 원작 소설의 이름 없는 괴물은 박사보다도 연민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캐릭터다.



박사의 작업실에서 쫓겨나온 괴물은 오두막에 사는 가족들을 몰래 관찰한다. 괴물은 그 가족들을 '보호자'라고 부른다. 괴물은 언어를 깨우치고, 음악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문학작품을 읽으며 자기 성찰까지 하는 놀라운 지성과 섬세한 감성의 결정체다.




주변에 찾아봐도 나 같은 사람은 보지 못했고,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괴물, 인간들이라면 마땅히 도망치고 멀리해야 하는 지상의 오점인 걸까?


(중략)


아, 차라리 처음의 그 숲을 떠나지 말 것을, 그저 허기와 갈증과 더위 말고는 아무것도 더 알거나 느끼지 말 것을!


지식이란 얼마나 희한한 것인지! 일단 얻게 되면 바위에 붙은 이끼처럼 정신에 들러붙으니. 가끔은 모든 생각과 감정을 털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고통이라는 감정을 극복할 방법은 하나뿐이고, 그게 죽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본문 159쪽.




증오가 있기 전에 애정이 있었다. 자신의 창조주이자 아버지인 박사의 사랑을 거부당하고 끔찍한 겉모습 때문에 사회로부터 공격당하고 나서야 괴물은 희망과 사랑을 버리고 진짜 괴물이 되었다. 그 짧은 삶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괴물이 처음부터 괴물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들의 주변을 영원히 떠나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살아갈지, 아니면 그들에게 불행을 안겨 주고 당신의 급격한 파멸을 불러올지는 당신 손에 달렸다.


본문 130쪽.




이름 없는 괴물을 진짜 괴물로 만든 건, 자신의 피조물을 괴물로 밖에 보지 못했던 창조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자신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맹목적 지식의 탐구로 인류를 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비극적인 인물. 창작물엔 이처럼 프랑켄슈타인을 닮은 과학자들이 나와 고뇌한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나 현실은 소설과는 다르다. 현실에선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고,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생긴다. 철학 · 윤리적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고뇌는 현실에선 누릴 수 없는 사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내게 괴기한 고딕 소설이며, 낭만 문학이기도 하다.










작가 메리 셸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부제를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고 붙였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선물했다. 그는 사슬로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는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고 나서 후회했을까? 돌과 사슬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고, 간은 그리스인에게 감정의 원천이다. 그리고 그의 간을 쪼아 먹는 독수리는 제우스의 상징이다.



인류에게 과학 기술이란 실험대에 누워있는 또 다른 괴물이 아닐까.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도살장과 해부실을 드나들었지,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완벽한 부위만을 이어붙여 2.4미터짜리 거한을 만들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정작 그게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공포에 사로잡혀 도망가지 않았던가. 우리는 과연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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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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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감정의 쓰레기통을 하나 장만했다.






책을 받은 날, 내 인생은 꼬여버린 실이었다.

내가 쓴 글에 내가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느낄 무렵이었고, 공모전 준비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고, 컨디션 난조에 한마디로 쓴 물이 났다.



그래서 책을 보고 가장 먼저 든 내 생각은

C 드라이브 찌르라기 폴더에서 디지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해 주는 출판사가 있어서 부럽다,였다.



그러다가 이 글귀를 보고서 정확히 2초 후에 나는 미친 사람처럼 웃어젖혔다.







이 문장을 읽은 나는 반쯤은 당황하고 반쯤은 반가웠는데,

심한 욕 없이 내 심경을 이보다 더 정확히 표현한 글은 본 적이 없어서였다. 

사실은 아직도 저 문장이 실제로 인쇄되어 내 눈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서울로 이사 오면서 버리지도 않고 챙겨온 작은 화이트보드에 떠오르는 내 생각을 적어보았다. 평소에 저딴 거에 내 생각을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내 속마음은 딱 그 사이즈였다. 30x40. 그걸로 두 판 정도 해먹으면 쓸 내용이 없을 정도로 내 속마음은 비루했다. 속마음조차도.



"힘들어, 졸려, 피곤해, 배고파, 뭐 갖고 싶다, 뭐 되고 싶다, 뭐 하고 싶다…"

내용도 어째 매슬로우 5단 욕구 중 대부분 1층에 머무는 것 같다.

정말 이게 다야?

적어도 이 책의 글은 매운맛이라도 있지….

화이트보드에 적힌 내 마음은 너무나 어린애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실실 웃겼다. 가족들도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

창피하면서도 해방감이 들고. 그래서 즐거웠다.








아무도 안 보는데 괜히 쪼는 것도 그만하고, 자기 검열도 그만하고, 내숭도 그만 떨고, 가식의 가면도 떨궈내고 나서야 이 책의 글을 좀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내 속마음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통쾌했던 글도 있고

'어우... 이건 절대 밖에서 말 못 하지!' 하면서도 입가는 씰룩씰룩, 마냥 신나기만 했던 글도 있었다.



나는 부정적인 것, 불평, 불만, 우울에 민감하고 그런 건 꼭꼭 숨겨두고 드러내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었던 거다. 내 감정을 마주 볼 용기도, 우아하게 처리할 방법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안은 썩어 문드러져갔는데. 무조건 감추고 꽁꽁 묶어둔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데.




좋은 사람인 나는 역사가 있다. 경력을 쌓아 명함을 만들고 인맥을 쌓아 평판을 만들고 추억을 쌓아 사랑을 만든다.

그런데 나쁜 나는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 어쩌면 진짜 나일지도 모르는데. 가끔은 진짜 내 동력인데. 사실은 나란 인간 그 자체인데.

본문 6쪽, 프롤로그 중에서.




목소리가 나오고 손이 있다고, 아무거나 말하고 쓰진 않는다. 내가 요 모양 요꼴이 된 게 상처 때문이라도, 남들에게 비슷한 상처를 주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참으면 병난다.

누구에게나 감정의 쓰레기통은 필요하다.






소담출판사 꼼꼼 평가단 9기 자격으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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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 - 밋밋한 글을 근사하게 만드는 100가지 글쓰기 방법
개리 프로보스트 지음, 장한라 옮김 / 행복한북클럽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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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려면 위대한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호감을 사는 사람은 되어야 한다.

본문 162쪽.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나는 책 표지 속 남자와 같은 자세를 한다. 깊은 한숨. 아무리 쉬어도 글쓰기 실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글 좀 잘 썼으면 좋겠다,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이 책을 펼쳤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100가지 글쓰기 팁이 들어있다. 간단명료한 문체와 예시문 덕분에 이해하기 쉬웠다. 100가지 팁 모두 목차에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수시로 들춰보며 적절한 조언을 찾기도 편하다.



본래 영미권 독자들을 상대로 쓰인 실용서이니, 책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문법 오류를 막는 방법이 나오는 8장은 영어권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출판사는 원작의 내용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번역하는 쪽을 택했다. 대신 한국 독자들을 위해 글쓰기 실력을 키워주는 유용한 팁 12개를 추가했다. 영문법 지식은 보너스로 얻어 가자.









모든 글에 사람을 집어넣어라.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인간미 넘치는 글을 쓰는 게 때로 어려울 수 있겠으나, 사실 안 그런 글이 거의 없다. 어떤 제품이든 사용 설명서조차도 고객인 ‘당신’이라는 사람을 향해 쓴 글 아니던가.


본문 165쪽, 독자의 호감을 얻는 방법 중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째, 독자의 신뢰도를 쌓는 것과 둘째, 글의 리듬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글쓰기를 바라보는 저자의 철학과도 연결되어 있고, 장르를 불문하고 이 책의 조언이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독자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사전 자료 조사부터 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단어 선택, 문법과 맞춤법 실수 고치기까지 글을 읽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



나는 글을 눈으로 읽기 때문에 당연히 글쓰기가 시각 예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저자는 "작곡이 시각 예술이 아니듯, 글쓰기도 시각 예술이 아니다(108쪽). 글을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는 귀를 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285쪽)"라고 말한다.



직접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본 경험이 있다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냥 눈으로 읽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실수들이 보이고, 다양한 길이의 문장이 모여 만들어내는 박자가 느껴진다.



내가 난생처음 들었던 3개월짜리 장르소설 수업에서도 선생님께 비슷한 말을 들었다. ”원고를 고쳐 쓸 때 소리 내서 읽으세요. 이것만 알아두시면 사실상 제 강의는 끝난 겁니다.“ 그만큼 고쳐 쓰기가 중요한데, 눈으로만 읽을 땐 자기 글의 문제점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서평이나 습작 원고를 고칠 때 글을 읽어주는 TTS(Text to Speech) 프로그램을 쓴다.




종이에 글을 쓰는 순간, 괴로움이 날아간다.

글 쓰는 게 정말 좋다. 그러다가도 다시 점점 싫어진다.

이 얘기를 하는 까닭은 당신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어서다.


본문 47쪽, 쓰지 않고도 글쓰기 실력을 기르는 방법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지식 이상을 얻어 간다. 저자의 깔끔하고 유머러스한 문체 덕분에 읽기 편하고 즐거웠고, 글쓰기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져서 용기도 받았다. 머리카락 몇 가닥쯤 잃더라도 내일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고쳐 쓸 용기를. 내일은 잘 써질 거야, 하는 조금 무모한 희망을. 1985년 첫 출간된 이래로 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사랑받으며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수시로 펼쳐볼 책이다.




도저히 뺄 수 없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모두 지워라.

거기가 글의 시작이다.

82쪽, 강력하게 글을 시작하는 방법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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