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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평점 :
“흘러가는 시간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가 대화 없이 보내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야.”
152쪽.

“나를 다시 보는 걸 그렇게 못 견디겠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아빠를 잃는다는 게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는 뜻이에요. 아빠가 차지한 자리가 워낙 컸으니까. 엄마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했지만, 다른 말은 생략하고 넘어갈게요. 나는 아빠의 자리가 그렇게 컸는지 몰랐어요.”
45쪽.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일어나는 온갖 감정 중에서 가장 큰 것은 그들이 남겨둔 빈자리를 마주하는 순간에 오는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작년엔 유독 죽음과 관련된 책들을 자주 보았다. 유품 정리사의 삶에 대한 책 제목도 두 세권 이상 기억에 남아있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장례식에 갈 일이 생기거나, 아니면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가족의 죽음에 대한 가장 편안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는 마르크 레비 같은 작가가 써내는 종류일 것이다. 그의 데뷔 소설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동명의 로맨틱 코미디로 제작되었는데, 이 책 《고스트 인 러브》와 비슷한 점이 눈에 띈다. 먼저 죽은 사람이 산 자를 찾아온다는 점이 그렇다.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전성기 때 볼 수 있었던 영화 시나리오를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여기엔 우주 전쟁도, 악의 품은 귀신도, 고리타분한 정치도 나오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사랑에 빠진 유령이 나온다.
5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아들을 찾아와 사후세계의 영원이 걸린 부탁을 한다. 생전에 일생일대의 사랑이었던 여인의 장례식에 가서 유골함을 빼내고 아버지의 유골과 합쳐달라는 것. 아들은 아버지의 영혼이 보이는 것도 혼란스러운데 그 여인이 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에도 당황하는데… 과연 아버지의 부탁을 무사히 들어줄 수 있을까?
“정리해볼게요. 내가 모르는 아빠의 여자 장례식에 가서, 그 가족들 면전에서 화장한 유골을 훔치라는 거네요, 나더러.”
“정확해!”
75쪽.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은 아버지와 아들의 사소한 다툼과 화해 장면이었다. “그러는 너는 내가 즐겁게 사는지, 내가 행복한지, 내가 괜찮은 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냐"며 아들 토마에게 아버지 레몽이 소리치는 장면이 있다. 당연하지만 가장 먼저 부모님 생각이 났다.
토마처럼 세상을 떠난 이를 다시 만나는 기회를 얻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현재라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주어진다. “길을 열어주고 끊임없이 돌아봐주는(278쪽)”, 때로 영감의 원천(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이기도 한 존재에게 충실할 기회가.
“그러는 너는 내가 즐겁게 사는지, 내가 행복한지, 내가 괜찮은 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니?”
“나는 어린애였잖아요!” 토마가 외쳤다.
“지금은 컸잖아. 그때 나는 사무치게 고독했어.” 아버지가 소리쳤다.
51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