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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왜 우리한테 문신을 새기나요?"
"정원엔 나비가 있어야 하니까."
본문 32쪽.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한꺼번에 이렇게나 많이 넘어버리는 소설이 또 있을까. 《나비 정원》은 스릴러 소설로 16살 여자애들을 납치해서 등에 정교하고 끔찍한 나비 날개 문신을 새기고, 21살이 되면 살인 후 시신을 보존처리해 날개를 전시해 놓는 '정원사'라고 불리는 연쇄 살인마가 나온다.
이 작품은 연쇄 살인마의 손아귀에서 피해자들을 구출한 FBI 요원들이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살인마는 붙잡혔고, 살아남은 이들의 목격 증언으로 악인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릴 수 있다. 사건의 해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살인마에게 납치당해 붙잡혔다. 섣불리 도망치다가 붙잡히면 목숨을 잃는다. 어떻게 대처할까? 물리적 힘으로는 상대를 절대 이길 수 없고 정보도 부족하며,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이렇게 자신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극단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이 있다.
FBI가 확보한 증인의 이름은 '마야'라 불리는 18살 소녀다. 나비정원에 끌려왔을 때 마야는 겨우 열여섯이었다. 당돌하고 침착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등장부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FBI 수사관들은 마야가 혹시 살인마와 한패인 건 아닌지 의심한다. 마야를 보고 있으면 영화〈23 아이덴티티〉의 주인공이 떠오른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도저히 마야가 정원사와 한 패거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정원사는 여자애를 딱 세 가지 이유로 죽였어요. 첫 번째는 나이가 너무 많다. 유통기한은 스물한 살까지로, 그 나이를 넘기면 아름다운 모습은 덧없이 날아가니, 정원사는 아름다움을 낚아챌 수 있을 때 낚아채야 했어요.
본문 109쪽.
이 작품은 불쾌하다. 이 단어가 딱 어울린다. 오해하지 마시라. 좋은 의미다. 심리 스릴러가 어디까지 끈적거리고 답답하여 불쾌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성년을 상대로 한 납치, 감금, 강간…. 소재가 그런 만큼 취향이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작가 닷 허친슨은 《나비 정원》을 시작으로 컬렉터 시리즈 3부작을 내놓았다. 오가와 요코의《침묵 박물관》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물건을 수집하고 정성을 들여 보존하는 행위, 그건 어떤 의미에서 광기의 표출이라는 걸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