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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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아니라 현실 세계,

그것도 한 의사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구경 잘하고 가시기를.

본문 14쪽.









이 책의 구성인 ‘보다’, ‘듣다’, ‘두드리다’, ‘만지다’는 환자를 진찰하는 가장 기본적인 진찰 순서이다. ‘시청타촉’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의학과 의료 환경 그리고 의사로서 자신을 진단하는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보고, 듣고, 두드리고, 만지는 의사의 진찰은 증거 수집과 용의자 소거 과정을 통해 탐정의 추리와 비슷하다. 범인은 찾았으나, 사건을 해결할 수도, 범인을 체포할 수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사는 탐정이 될 수 없다.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원하지만 의사는 불확실함을 말하기 때문이다.(p.116)"





어떤 해부학 교수님이 해주셨다는 말이 떠오른다.


”앞으로 너희들을 이해해 주는 건, 같은 의사들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가족들조차도 너희를 이해 못 하고, 너희 의견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이런 의사들을 이해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기에 글을 쓴다.


본문 131쪽.





후덥지근한 여름날 새벽.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간 응급실. 절반 정도 꺼진 조명과 바깥공기와는 다른 병원 냄새에 긴장했던 어깨. 헝클어진 머리카락, 피곤에 반쯤 잠긴 눈으로 계단을 내려오던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이 떠올랐다. '감사합니다'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열린 자동문 밖으로 나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이 책을 읽으며 환자로서의 내 생각과 감정만 있던 그 기억의 자리에 여러 가지가 겹쳐졌다.




진찰실에 들어오는 환자를 보면서 스쳐 지나가는 의사의 생각과, 잠 못 자는 새벽, 호스피스 환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죽음 앞에서 느꼈던 패배감과, 응급실에서 마주했던 인간의 바닥, 그 바닥에 떨어진 보이지 않는 눈물, 어머니의 소중한 아들이며 위계질서의 말단 의사의 고민, 고이 접어둔 불가능한 꿈이 다시 펼쳐지는 찰나의 순간이….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사람으로서의 진솔한 글을 읽을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다.










응급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온다. 아픈 사람도 있지만, 보험 사기꾼에 알코올 중독자, 마약 중독자, 노숙자에 살인자까지. 자신의 삶을 포기한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은 인간들이 온다. 응급실뿐만이 아니다. - P78

그는 자리에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한 의사를 보았다. 그런 의사의 생각을 모른 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보호자의 말에 의사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울었다. 그날 그곳에서, 그는 차마 보고 싶지 않았던 한 인간의 바닥을 보았다. - P98

매일매일 새로운 자극과 도전이 필요했다. 모든 과를 두고 곰곰이 생각했다.(…) 가정의학과가 나에게 어울릴 것 같았다.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 또한 사람이 가진 ‘질병’이 아니라, 질병을 가진 ‘사람’을 볼 수 있었다. - P141

비록 의사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은지 가정환경과 은지의 우울한 삶도, 이비인후과 과장님의 수술 실력도, 어떻게든 환자를 빨리 퇴원시키도록 몰아가는 포괄수가제도,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한국 사회와 의료 문화도 내가 바꿀 수는 없다. 몇 년이 지나서야 겨우 이렇게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보는 게 전부이다. - P213

"의사 선생님 주려고 그렸어요."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20년 전, 의사를 꿈꾼 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불가능한 꿈을 꿔본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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