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1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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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 길을 달려왔다고 하지만

가엾은 방랑자 잭은 곧장 돌아가야 한다네.


본문 62쪽.









《부적》은 이(異) 세계 판타지 소설이지만 공포 소설이며,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잭 소여의 눈에 비친 세상은 환상적이며, 미스터리하고 무시무시하다. 이것들은 "안전과 합리성(본문 246쪽)"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저자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는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이런 비합리성과 위험을 더욱 강화시켰다. 소년은 이런 부당한 고난을 거쳐 누구보다도 일찍 세상의 질서를 배우고,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운다.




1981년 9월, 12살 소년 잭 소여는 '테러토리'라 부르는 또 다른 세상의 존재를 알게 된다. 테러토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사람, 예를 들어 잭의 아빠 필립 소여는 테러토리와 현실 세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트위너'였다. 그는 테러토리와 현실 세계의 운명은 얽혀 있다고 믿었다. 테러토리와 현실 세계의 트위너들은 비슷한 시기에 죽음을 맞기도 하고, 테러토리에서 일어난 작은 전쟁이 현실 세계에선 세계 대전으로 번지기도 한다는게 그의 근거였다.




아빠와 후견인 아저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잭을 ”모든 고난과 혼란을 막아 줄 굳건한 성벽(37쪽)“도 사라졌다. 이제 잭과 엄마는 아빠의 동업자 모건 슬로트로부터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테러토리의 여왕 로라 델루시안은 병에 걸려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마치 잭의 엄마 릴리 소여처럼 말이다. 암에 걸린 엄마를 구하기 위해선 엄마의 트위너인 여왕을 구해야 한다.




이렇게 잭은 운명에 떠밀려 미국 땅의 동쪽에서 서쪽 끝까지 횡단하는 길고 긴 여정에 강제 참가하게 된다. 마시면 테러토리로 갈 수 있는 마법 주스가 담긴 유리병, 샌드위치와 지도를 배낭에 넣고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 운동화를 신은 잭이 걸어간다.




너는 부적을 손에 쥐게 될 거야. 마치 크리스털 공처럼 생겼단다. 방랑자 잭, 캘리포니아로 가서 그것을 가져오렴. 하지만 그것은 책임이자 십자가란다. 잭, 그것을 떨어뜨리는 순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단다.


본문 116쪽.




뉴햄프셔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거리는 약 4988킬로미터다. 잭은 히치하이크로 차를 얻어타고 서쪽으로 가야 한다. 잠잘 곳을 찾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도 벌어야 한다.




잭과 여왕의 목숨을 노리는 모건 슬로트는 돈과 권력에 눈이 먼 탐욕스러운 인물이다. 농경사회에 머무는 테러토리의 정치 경제 생태계에 관여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야망이 있다.




그러나 잭의 앞을 가로막고 뒤를 바짝 쫓아오는 적은 모건 슬로트뿐만이 아니다. 험한 날씨, 해진 신발, 배고픔, 아동성애자와 노동력 착취자들이 잭이 길바닥 위에서 맞닥뜨린 위험과 장애물이다.




잭은 이런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만의 대처 전략과 싸움 방식을 터득해간다. 의지할 사람 없이 길거리에 나앉아 두려움으로 벌벌 떨던 잭이 포기하지 않고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잭을 응원하게 된다.




”어깨를 활짝 펴! 너는 누구를 구하러 가는 거지? 어디로 가는 거냐고? 이런 꼴로는 열 발자국도 못 갈걸. 사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적어도 흉내는 낼 수 있잖아."


본문 228쪽.



이제 잭은 거리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쳤다. 만일 캐딜락을 타고 가는 것이라면 꿈과 같은 여정이겠지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히치하이크를 해서 이젠 지긋지긋한 사연들을 늘어놓는 것은, 모든 사람의 배려에 기대야 하고,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어야 할 때는 시련의 여정일 수밖에 없었다.


본문 427쪽.




모건 슬로트와 그의 부하들이 잭의 꽁무니를 바짝 쫓아온다. 그때마다 잭은 마법 주스를 마시고 두 세계를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위험에서 빠져나간다. 그런데 이제 마법 주스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6살 늑대 인간 '울프'까지 현실 세계로 데리고 와버렸다. 과연 잭은 울프를 데리고 무사히 서쪽으로 건너가 부적을 찾고 엄마를 구할 수 있을까? 2권 내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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