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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유니콘 마을 - 2022 우수환경도서 ㅣ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중한 건 언제나 되돌아오는 법이니까.
본문 80쪽.
주인공 ‘라나’는 아빠와 함께 ‘메이’ 이모가 사는 바닷가 마을로 놀러 온다. 최근 이모네 마을에 커다란 태풍이 와서 이곳저곳을 보수해야 하는 일이 쌓였기에 도와줄 겸 온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엄마 ‘멜로디’와 자주 왔던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상처 입은 아기 유니콘을 발견하는 라나. 어쩌다가 다치게 된 걸까? 라나는 아기 유니콘을 이모네 집으로 데려와 다 나을 때까지 돌봐주기로 한다.
이 책은 바다 생태계의 회복과 주인공 라나의 심리적 치유를 동시에 그려내어 독자에게 두 배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라나는 언제나 작은 생명체를 먼저 생각하고 돌봐줬던 상냥하고 강한 엄마의 뒤를 이어 바다의 수호자가 된다. 또한 엄마의 죽음을 뛰어넘어 자신의 마음의 수호자가 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라나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눈물도 났고, 아기 유니콘과 바닷속 유니콘 마을의 환상적인 모습에 웃었다가, 라나가 아픔을 딛고 용기를 내어 일어서는 모습에 감동했다. 책을 덮고 나서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감정 표현을 할 줄 알고 말도 하는 사람을 상대로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이 꺼려 하는 일이다. 그 사람이 느끼게 될 아픔과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생명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말도 안 통하고 우리와 다르게 생긴 동식물에 대해서도 같은 정도의 감수성을 발휘하고 있는 걸까?
나의 감수성이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같은 인간이나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귀엽고 보기 좋은 생명체에만 한정되게 발동되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만약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거나 나무를 자를 때 수액이 아니라 피가 흐르고 아프다는 비명 소리가 난다면 그리 쉽게 자연을 파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좀 과격한 발상인가?) 이질감, 혐오, 익명성, 침묵은 폭력을 불러온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려면 생김새가 다르고 의사소통 방식이 다를 뿐 그들도 나와 비슷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작가 케이티 오닐은 바다 밑에 사는 유니콘 종족의 ‘아우레’를 선택했다. ‘아우레’는 인간과 같이 말도 하고 감정도 있는 지성체로서 말 못 하는 바다를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아우레는 메이 이모에게 마을 사람들이 쓰는 플라스틱 그물 때문에 산호초가 다친다고 '바다를 더는 해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러나 메이 이모와 마을 사람들은 순순히 그 말을 받아 주기가 힘든 것이, 만에 있는 작은 마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래전부터 계속된 고기잡이를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호초를 보호하면서 마을의 생계도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았던 시절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플라스틱 그물을 사용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작가 케이티 오닐은 교훈적인 메시지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강요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서 마을 사람들과 유니콘 종족은 서로를 도와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산호초가 무엇이며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왜 산호초가 파괴되며 그것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코너가 있다. 사람 혼자의 힘으로 환경 문제나 기후 변화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너무나 어렵고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돕는다.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를 내어 더 많은 이들이 생활 속 지구 돌보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 그래픽노블의 작가 케이티 오닐이 하는 일도 그것의 연장선에 있다. 오닐은 따뜻한 그림체와 판타지적 요소를 성 소수자, 성 평등, 환경 오염 등의 사회적 이슈와 결합시켜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많은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녀는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로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티 드래곤 클럽』에 이어 『바닷속 유니콘 마을』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으니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나볼 생각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