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일상 미스터리 소설을 만났다.
'내친구의서재'라는 멋진 이름의 1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지붕에서 고양이가 졸고 있고
고양이가 자기집처럼 들락날락하는 고양이 카페가 있는 고즈넉한 변두리 마을이 이 소설의 무대이다.
'야나카긴자'는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도쿄 변두리의 마을이다.
신주쿠, 시부야, 롯본기 등 마천루가 하늘을 찌르는, 휘황찬란한 불야성인 도심과 대비하여
오래된 상점가와 주택가, 소박한 일상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주변부를 '시타마치(下町)'라고 한다.
그리고 문제를 풀어가는 당사자 둘.
양복을 입고 있는 형 노리오는 얼굴, 키, 능력 모두 평범한 신참 변호사이다.
말이 변호사지, 유약하여 늘 마을 사람들에게 휘둘려
하는 일이라고는 심부름 센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의 민원 처리 수준이다.
반면, 아이돌 뺨 치는 외모와 마약견에 비견하는 후각, 비상한 두뇌를 가진 동생 리쓰.
온갖 명언들을 줄줄 꿰고 있다가 사건의 실마리로 툭툭 던지는 사회성 제로의 천재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법시험을 붙어 3차까지 갔다가
법해석 문제로 면접관과 싸워 떨어진 전력을 갖고 있다.
책에서는 4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의 흔한 문제들,
그러나 성가시고 불편하고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는 문제들이다.
며느리가 맘에 안 드는 시어머니, 집주인이 재건축하려는 오래된 빌라에서 나가지 않는 세입자,
스마트한 형만 편애하던 어머니가 남긴 유언장을 숨긴 별볼일없는 38세 만화가 지망생,
밑바닥 인생이지만 헤어진 아들을 지켜주려 하는 아버지...
짧은 에피소드들의 모음이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잘 부각시켜서 찔끔 눈물까지 났다.
그리고, 주변인물 즉 조연들이 너무나 단짠단짠 양념같아서 웃으며 읽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 하나 없고 나쁜 짓을 한 사람도 상황과 오해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막 피력한다.
아버지와 힘을 합해 변호사로 지내다 망해가는 절의 주지스님이 됐지만,
여자만 밝히고, 시답지 않은 안건들만 물어오는 마루메 아저씨,
자타공인 아이돌 간호사, 예쁜 얼굴과 글래머 몸매의 소유자이자 마루메 아저씨의 딸인 사키,
노리오와 리쓰의 부모가 죽은 후 거둬 돌봐 준 야무진 이모와 전직 야쿠자였던 이모부...
그리고 고양이 카페라는 따스한 오후 4시같은 공간...
그리고 백미가 완벽한 외모와 지능의 소유자이지만 사회성 제로인 리쓰가 툭툭 던지는 명언.
수첩에 다 메모해 놓고 싶을 지경이다.
"행복한 가정은 어디나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자네는 그저 눈으로 볼 뿐, 관찰이라는 걸 하지 않는군.
본다는 것과 관찰한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네." (셜록 홈스)
"진정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마르셀 프루스트)
"중상모략에 이기는 길은 그것을 경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맹트농 후작부인)
어쨌든 돈 못 버는 동네 변호사 형제와 마찬가지로 돈벌이 안 되는 동네 카페의
왁자지껄하지만 평온한 하루하루가 정겹다.
속편이 나오면 좋겠다.
아울러 1인 출판사 격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