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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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이뻐요
반짝여요
꽃이에요

꽃이라도
꽃잎이
두 장인 꽃

마음도
붉어져요
꿈을 꿔요.

....

아이를 둘 키우며 해사한 얼굴
특히, 잘 때 얼굴을 보며
정말 꽃잎같은 입술이구나!
장미 꽃잎이라도 내려앉은 듯
촉촉하고 고운 붉은 빛 입술...

아무리 쳐다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눈을 뜨고 있어도 꿈을 꾸는 듯하다.
시인은 누구의 입술을 보고 떠올린
시상인지 모르겠지만
내겐 아이들의 고운 입술이 떠올랐다.

....

부모 노릇

낳아주고
길러주고
가르쳐주고

그리고도
남는 일은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

....

내가 제일 못 하는 거 세 개 적혀 있다.
모든 일은 예정보다 한 발짝 앞서야 하고
참지 못 하고
이유없이 절대 지지 않는...
이런 내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미 되었으니 자라나가는 수밖에 없다.
부모로서...

....

한 사람

좋은 사람과라면
흐린 날은 흐려서 좋고
맑은 날은 맑아서 좋다고 한다

비뚤어진 장독대
장항아리들도 예뻐 보이고
깨어진 기왓장 조각까지
소중해 보인다

아, 그것이 그렇다면
오늘 나의 소망은
너에게 오직 그런
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

<도깨비>가 생각나는 시다.
"너와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사랑의 힘이다.
그렇게 좋은 사람과 결혼하여
만 10년을 살고
지금도 하루하루 시간을 쌓아가니
행복이 따로 없다.

....

초여름

너도 좋으냐
살아있는 목숨이

그래 나도 좋다.
살아있는 목숨이.

....

봄이 무르익어 늦봄, 초여름으로 가는 때
가장 좋아한다.
삶에 대한 긍정이 철철 넘친다.
준 브라이드(June Bride)가 되겠다고
날짜까지 정해놨건만
아빠 정년퇴직 일정에 쫓겨
춥고 우울한 겨울에 결혼했다. ㅋㅋ

어쨌든 그저 살아있어 기쁘고 감사한
초여름...
신록이 더욱 짙어가고 여름의 열기가
예감되는 초여름...
살아있는 목숨이라 좋다.

나태주 시인의 곱고 순박한 시의 언어로
치유받은 느낌이다.
정제되고 단련된,
그러나 난해하지 않고 겸손한,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품을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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