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작은 공간 - gallery.museum.place, 로컬이 추천하는 도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곳 136
마스야마 가오리 지음, 서수지 옮김 / 시드페이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마음속에 그리운 곳 한둘쯤 있는 삶은 풍요하고 행복하다고 늘 생각한다. 내게는 그러한 곳이 두 곳 있다. 한 곳은 일본 도쿄, 또 다른 곳은 미국 시애틀이다. 여행자로서가 아닌, 거주자 혹은 생활인으로 지냈던 곳들이다. 그래서 일상의 촘촘함이 오가던 길마다 새겨진 곳들이다.

도쿄는 굳이 말하자면, 갔다와서 뒤늦게 사랑에 빠졌다고나 할까? 나라고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공통적 국민적 정서가 없을 리 없다. 일본에 간 것도 상경계열도 어문계열도 법학계열도 아닌 문과생으로의 한계를 외국어로 극복해보고자 하는 꼼수가 컸다. 각설하고 한일월드컵 직후, 욘사마의 인기몰이 등 한류가 일본 열도를 덮어 양국 관계가 유사 이래 가장 우호적이지 않았을까 싶은 2002년 10월 도쿄로 갔다. 대학원에 소속되어 1년 반의 연구과정을 마쳤다.

그 당시는 아마도 블로그 초창기였고 전설의 싸이월드가 크게 유행하던 때였다. 특별한 호기심이 있지도 않고, 여행을 좋아하지만 일상을 떨어버리고 돌아다닐 만큼 여유롭진 않기에 지인들과 몇몇 곳들만 돌아다녔다. 그러고 나서 귀국하고 취직, 결혼, 임신 및 출산이라는 일련의 발달과업의 단계를 빏아가며 이국에서 나홀로 지내봤던 그 시간의 가치가 더욱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그립고 아쉽고 생각나고... 사랑에 빠진 감정인 것 같다.

도쿄와 인근 수도권의 작은 문화공간들을 소개하는 안내서를 만났다. 공항에 있는 듯한 설렘 가득한 울렁거림이 느껴진다.

목차는 도쿄의 지역별, 인근 현(우리나라의 '도'와 같은 행정구역)별로 공간이 나열되어 있다.

각 지역별 도입 페이지에는 지도에 빨간색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곳들이 표시되어 있다.

가장 먼저 언제나 가고 싶은 바닷마을 가마쿠라 지역을 살펴봤다. 이름만 들어봤던 가마쿠라 문학관의 고풍스러운 전경이 나와있다. 사진을 통해 내부 공간의 정갈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옆 페이지에는 공간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나와 있다. 교통편, 입장료, 개관일, 특이사항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여행계획을 짜기에도 안성맞춤일 것 같다.

이 책에는 제목에 100퍼센트 부합하는 작은 공간들이 소개되어 있다. 더 크고 다양한 미술관들도 있고 여러 곳을 가봤지만 이렇게 작고 소박하여 여행책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보석 같은 공간들을 한데 모아 정리해놓았다. 이 책에 실린 곳들을 찾아 늦은 템포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면, 뉴욕, 서울과 함께 메트로폴리탄의 하나인 도쿄의 속살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에세이 장르를 좋아하여 그런 것을 기대했는데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도감 같기도 하고 여행 책자 같은 모습에 조금 실망했는데 잘 배치된 사진들과 함께 가보고 싶은 곳들이 보물창고 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듯하여 이 또한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감각 있는 사람이 서울의 작은 공간에 관한 책을 내주지 않으려나 새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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