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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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년여만에 큰 이사를 하며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렸다. 그래도 미처 정리를 못한 건 그대로 담아왔다. 아직도 나의 버리기는 to be continued 상태이다. 게다가 깔끔쟁이 엄마한테 정리 안 하고 산다는 말을 철들고 나서 적어도 30년은 듣고 살아왔다. 그리고 신입사원 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상무님이 우리 부서 쪽을 지나가시며 내 책상을 보시고 "여긴 남직원 책상인가?"라고 그러셨다며 사수였던 과장님께 박장대소, 포복절도를 당한 적도 있다. 정리에 소질이 없기도 하고, 요새 '미니멀 라이프', 일본에서는 '단샤리'가 트렌드인 듯하여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나보다.

정리의 비법이 담긴 책인 줄 알았더니 흥미로운 네 종류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책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는 이야기'이다. 굳이 부제를 단다면 '왜 그들은 정리를 못하는가?' 정도가 되려나? 순식간에 읽었다. 쉽게 읽히지만 주인공들의 사정은 가볍지만은 않다. 공감도 하고 분통도 터뜨리며 눈물도 찔끔하며 읽었다.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가 어질러져 있고 사다 놓을 걸 찾기가 힘들어 또 사고, 사기만 하고 봉지째 두기만 하는 30대 초반 독신 여성.

평생을 함께해 온 아내와 6개월 전에 사별하고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못 하는 70대 목어 만드는 장인인 남성.

지역 유지의 부인으로 남편은 죽고 이미 중년인 아들과 딸은 도시 생활로 혼자 살면서 쓸쓸함을 느끼는 노부인.

집에서 청소하는 방은 오지 하나. 온종일 초점 잃은 눈으로 허공만을 응시하며 살고 있는 엘리트 관료의 부인인 40대 여성.

이들은 온전히 타의(자녀 혹은 부모의 의뢰)로 정리 전문가 오바 도마리를 마지 못해 집에 들인다. 적의를 가득 담고 오바 도마리가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지켜보던 이들이 결국엔 마음을 연다. 오바 도마리의 유쾌한 오지랍이 참 고마울 정도이다. 책의 제목처럼 마음이, 혹은 일어원서의 제목대로 '인생'이 정리가 되지 않아 치우지 않는 혹은 치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물건을 치울 육체적 에너지를 무기력한 정신적 에너지가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다.

제시된 네 사람의 사정을 구구절절 소개하며 어디서 열불이 났는지, 어디서 가슴이 뭉클했는지, 어디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지, 어디서 눈물이 왈칵했는지 적어보고 싶지만, (추리소설도 아닌 책이지만) 그걸 다 말해 버리면 그야말로 김이 팍 샐 것이 명백하여 그러지는 않겠다.

오바 도마리가 나서서 이들의 인생부터, 공허한 마음부터 정리를 도와주니 정리도 절로 따라온다. 그만큼 힐링을 주는 이야기이다.

정리 비법을 얻으려 책을 폈다가 힐링을 얻었다. 마음이 힘을 얻으면 정리할 힘이 생기고 정리를 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마음에도 힘이 생기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정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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