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노후빈곤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선데이마이니치 취재반 지음, 한상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후에 직면하게 될 경제적, 비경제적 문제들에 관하여 통계적 자료와 취재를 통해 실제 고령자들의 삶을 보여준 책으로 고령화가 어느 국가보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되는 것 같다. 비단,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각 개인이 인생을 어떻게 조망하고 준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초반부에서 일본에도 폐지 줍는 빈곤한 고령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일단 깜짝 놀랐다. 10여년 전에 일본에서 1년 반을 대학원 연구생으로 있으면서 고령자, 재취업 등에 관심이 있어 수업도 듣고 교수님께 말씀드려서 요양병원에도 방문한 적이 있고 친한 지인분이 그 때 환갑을 넘으신 분이어서 고령자의 삶에 대해 여쭤보기도 했었다. 우리나라가 싫든 좋든,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일본의 선례를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쾌적하고 거기 계신 분들도 만족스러워보였다. 나의 지인분도 연금과 남편의 기업연금, 약간의 유산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계신 것 같았다. 그리고 여행산업도 고령자층이 주요 고객인 양 고령여행객이 많았고 고령자들이 소비의 주체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회의 이면에 전혀 몰랐던 사실이 존재했다.

'노후빈곤'의 발단은 고용의 불안정이다.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지 못 하니 결혼도 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며 연금에 의존하여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몇 십 년전부터 사회문제가 된 '은둔형 외톨이'도 고령화가 된 것이다. 당연히 부모와 자식이 공동파산할 우려가 커지게 된다. 더 나아가 이들이 고령자가 됐을 때 정말 큰 사회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젊어서부터 수입이 없어 연금에도 가입을 안 했을 것이고 부모의 사망으로 수입이 아예 없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또다른 원인은 우리나라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내집 마련'을 위한 장기대출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자녀교육비'라는 큰 복병이 있으니 그야말로 노후빈곤을 가속화시키는 쌍두마차가 아닌가 싶다.

일본의 국민연금제도 및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도 인구가 줄어들 것을 상정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제도임을 지적하고 있다. 전체기간을 다 부어도 금액 자체가 연간 900만원꼴로 부족하며. 연금 불입기간을 다 못 채울 경우 수령액은 더욱 감소한다.

국민연금제도 등의 시스템적이고 거시적인 부분은 개인이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부분이고 개인 단위에서는 이 책에서 권하듯 주택 장기대출 상환을 계획적으로 서두르고 '서바이벌 플랜', 즉, 현재 자산과 부채, 수입과 지출을 시계열로 분석하여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노후생활의 정서적인 측면도 다루고 있는 점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젊어서부터의 건강관리, 정서적 지지를 줄 수 있는 인간관계 관리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예상치 않은 질병이나 이혼으로 빈곤이 촉발될 수도 있고 우울증이나 병 간호의 필요가 생길 경우 노후의 '삶의 질'에 치명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의 세련된 스카이라인이 멋진 미나토미라이를 걷고 야마시타 공원에서 눈물 날 정도로 멋진 불꽃놀이를 보면서도 바로 근처에 노숙자 쪽방촌이라고 할 수 있는 고토부키 마을의 존재도 몰랐고, 신주쿠의 번화가를 쏘다니면서 지척에 있는 고령자 임대주택단지도 몰랐다. '1억 중산층' 시대를 말하기에 부자나라라서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비정규직과 알바 수준의 불안정한 고용상태가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세대 간의 갈등이 더 심화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더욱 걱정된다. 당장 내 가족의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을 점검해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사회 제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채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물가는 높고 인건비는 낮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근로의지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솔직히 자기가 원하는 일을 못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당장 굶어죽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편의점 알바가 약 9천원 정도, 선술집 등은 1만 2천원 정도까지도 되기 때문이다. 물가도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비해 비싸다고 여겼지만 최근 십여 년, 나만의 체감 물가인지 모르지만 일본은 거의 제자리걸음, 우리나라는 급격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과도히 희생해오신 전후 베이비붐 세대 즉,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은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계획적인 경제생활의 설계로 늙어감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혜와 연륜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멋진 노인이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