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라틴어 산책 - 뿌리가 되는 언어 공부
한동일 지음 / 언어평등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의 로망스 계열 언어의 모태가 되는 라틴어에 관심이 많아서 최근 출간된 한동일 교수님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베스트셀러가 된 이전 작품처럼 라틴어 문장들의 사색적 측면과 함께 언어적 측면이 곁들여졌을 거라는 저의 기대와 반대로, 이번 책은 초급 라틴어 교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라틴어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망라되어 있었습니다. 언젠가 포스팅에 라틴어를 공부하겠다고 쓴 적이 있는데 저에게 꼭 필요한 책이고 두고두고 공부해 볼 책인 것 같습니다.

각 단원의 앞부분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통찰력을 주는 문장들과 교수님의 단상이 기술되어 있고, 그 문장을 가지고 문법적 설명을 해 주셔서 정말 흥미롭습니다. 문법적 내용은 차치해 두고, 각 장의 앞부분만 쓱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DESIDERO ERGO SUM."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DUM VITA EST, SPES EST." (살아있는 동안 희망은 있다.)

"NUNC FUTURUM TEMPUS SPECTARE DEBEMUS." (이제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한 문장과 두 페이지 분량의 짧은 단상이지만, 외워두고 싶을 만큼 임팩트가 강합니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시작하지만 그 생각에는 논리라는 힘이 있어야 하고, 그 논리는 단순한 논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이전에 자신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설득이어야 한다. 그때 '살아있는 동안 희망은 있다'라는 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137쪽)

이렇게 각 장의 앞부분을 훑어본 후에는 라틴어 어학 교재인 만큼 어학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저는 국내 서적에 있어서 라틴어의 올바른 표기가 궁금했는데, 라틴어 발음은 스콜라 발음(로마 발음)과 고전 발음(복원 발음)이 있습니다. 전자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사용한 방식이며 현재 이탈리아 중고교에서 사용하는 발음이고 후자는 르네상스 시대에 고전 문헌을 토대로 복원한 발음이고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라틴어 발음 표기 방법입니다. 제시된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Seneca)

로마 발음 : 논 스콜래, 세드 비때 디쉬무스.

고전 발음 : 논 스콜라에 세드 위이타에 디스키무스.

많은 검색을 걸쳐 경험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알았는데 명확히 설명을 해 주시니 확실해서 좋았습니다.

명사, 형용사, 동사 모두 인칭, 성별, 단/복수 등의 기준에 따라 변화가 많아서 눈이 빙글빙글 돌 것 같았지만, 라틴어를 제가 언어로 구사할 것은 아니고 목적은 제시된 문장을 해독하고 정확한 발음을 알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니 저는 그 기준으로 생각했습니다. 각 어휘에는 의미의 핵심이 되는 어간이 있고, 활용이 되는 어미가 있는데, 어간 부분은 영어 단어와도 비슷한 것이 많아서 이해가 쉬웠습니다.

라틴어 명사의 경우, 활용이 되는 부분에 주격(주어), 속격(소유격), 여격(간접 목적격), 대격(직접 목적격), 탈격(도구적 요소, ~로, ~로부터), 호격(감탄사, ~여)이 나타나므로 이 어미는 반드시 외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간의 끝부분이 어떤 모음으로 끝나는지에 따라 제1변화, 2변화, 3변화, 4변화, 5변화 명사가 있습니다.

동사 역시, 어간의 끝부분이 어떤 모음으로 끝나는지에 따라 동사 변화에 시제 변화까지 있어서 한 단어마다 160가지 정도 있다고 하니, 정말 라틴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하더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배웠던 프랑스어도 동사 변화가 있어서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라틴어에 비하니 양반이었고, 영어는 어쩌면 서구권 언어 중 제일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라틴어를 전공하여 학자가 될 요량이 아니라 교양으로서 공부한다면 저 자신의 기준에 따라 천천히 하더라도 동사/형용사/명사 변화를 익히며 문장들을 접해 보고 그런 다음, 로망스 계열 언어를 공부하면 눈이 뜨일 것 같아서 기대도 됩니다.

라틴어는 배우려고 해도 배울 곳도 마땅치 않은데 초/중급 수준으로 잘 정리된 이 책을 보며 저에게 필요한 부분을 익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연습문제와 해설까지 있어서 학습에는 최적화된 것 같고, '누드 제본'이라고 되어 있는데 책을 쫙 펼치고 메모하거나 활용하기에 정말 편합니다. 독자에 대한 출판사의 배려가 돋보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