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실험, 무엇이 문제일까?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14
전채은.한진수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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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원숭이의 눈꺼풀을 봉합해 1년간 실명 상태로 두고, 갓 출산한 어미 원숭이에게 새끼를 떼 놓고 봉제 인형을 내밀었다. 미국 하버드 의대 마거릿 리빙스턴의 연구실이 행한 실험에 학자들은 연구윤리 위반이라며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동물보호단체는 실험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하버드대는 “인류의 이익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인신공격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낸 채 일부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출처:"멀쩡한 눈꺼풀 봉합 1년간 실명"…실험한다고 원숭이에 몹쓸 짓 - 매일경제 (mk.co.kr))

바로 며칠 전에 읽은 생생한 기사입니다. 기사에는 원숭이의 눈을 붕대로 친친 감아둔 사진까지 실려 있어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본서에서 다루고 있는 동물 생체 실험에 대한 과학자들과 동물보호단체의 첨예한 대립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사였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마크 트웨인의 단편 소설 《어느 개 이야기》를 읽고 나서 동물 실험에 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사회 문제에 이렇게 실제적인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을 보면 문학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느 개 이야기》는 과학자 클로드 베르나르가 했던 실험에 관한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클로드 베르나르가 말한 인용문까지 실려 있어서 독서가 연결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아래 목차를 보면 동물 실험의 역사부터 논쟁 이슈, 찬반양론, 실험동물의 복지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잘 기술이 되어 있고, 각 부의 마지막 부분 '꼭꼭 씹어 생각 정리하기'에서는 한 페이지로 핵심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옵니다.

[차례]

1부 동물 실험의 역사

1장 동물 실험이란?

2장 동물 실험의 역사

2부 동물 실험 관련 법률 및 논쟁

1장 동물 실험 관련 법률

2장 교육용 실험에 관한 논쟁

3부 동물 실험의 종류

1장 의학용 실험

2장 독성 실험

4부 동물 실험에 관한 찬반양론

1장 동물 실험을 둘러싼 철학적 쟁점

5부 실험동물 복지

1장 실험동물 복지 위반 사례들

2장 실험실 내 3R의 실현

동물 실험은 의학, 생명 과학 연구, 교육용 실습, 독성 테스트, 의약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됩니다. 사실 동물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감정적으로 절대 안 된다, 인간의 효용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경도되기 쉬운데 예로부터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염병을 예방하는 백신, 치료제 등에 이용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윤리적, 철학적 잣대만을 들이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서술된 이 책에서도 동물 실험 자체를 최소화하고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복지를 증진시키되 완전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몽주의 철학과 과학의 발전과 함께 동물 실험도 활성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저에는 인간의 호기심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개 이야기》를 탄생시킨 과학자 클로드 베르나르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9세기는 생명 과학이 발전하는 시기였다. ... 베르나르는 "과학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과학적 사상에 전력하여 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도 듣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정한 생체 해부학자는 외과 의사가 어려운 수술에 들어갈 때와 같은 기쁨과 흥분 상태에서, 그리고 즐거운 느낌을 가지고 어려운 생체 해부에 접근해야 한다. 살아있는 동물에 칼을 대는 것을 겁내는 사람은 결코 생체 해부의 명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동물 실험에 아마도 반대 입장이었던 마크 트웨인은 그를 광기 어린 과학자의 모습으로 그려냈지만, 실제로 클로드 베르나르는 근대 생리학의 기초를 마련한 업적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으로 인한 동물 실험의 무용성을 뒷받침하는 예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있습니다. 입덧 치료제인 탈리도마이드는 동물 실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부작용으로 팔과 다리가 없는 기형아들이 태어난 것을 들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를 위한대학연맹'의 창립자 찰스 흄이 동물학자인 윌리엄 러셀과 미생물학자 렉스 버치에게 의뢰하여 실험실 동물에 대한 인도적 취급에 관해 연구하도록 한 결과 도출해 낸 원칙이 '3R 원칙'이다. 3R 원칙은 동물 실험의 숫자를 줄이고(Reduction, 감소), 비동물 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하며 고통을 최소화(Refinement)하는 것에서 앞머리 문자를 따온 것이다.

동물복지를 위해 도입된 3R 원칙은 아직까지도 동물 실험에서 가장 보편적인 시금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동물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보다 세포를 배양하여 실험을 하거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방법도 도입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움직임도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논란이 되었던 동물 실험의 예로 소개된 것 중 우리가 기계적으로 암기해 온 '최초로 우주로 간 개 라이카'의 뒷얘기는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게만 외웠지 라이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로켓 발사 5~7시간 내에 고음과 진동, 고열 등으로 사망했다는 문서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수중 변사체 부패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인간의 피부 조직과 가장 유사한 돼지를 사용했는데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실험하여 논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실험에 사용된 후 옥상에 처참하게 유기된 개들의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자들의 전 세계적인 정보 공유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동물 실험을 하더라도 정보 공유가 되어 똑같은 실험에 동물들이 여러 번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1차 정보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소유를 원하며, 자국 이기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작금의 세계 정세를 보아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회의도 듭니다. 게다가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일본군들이 그랬듯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기반으로 그들의 기초과학 분야가 발전했다는 것을 볼 때 그런 야욕을 품는 자들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두렵습니다.

실험 동물로 사용되었다가 생명을 건질 수 없는 경우는 인도적 종료 시점에 안락사를 시키지만, 건강을 회복한 동물은 일반적인 반려동물로 입양도 한다고 하니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찬반양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대안 없는 주장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복지 모두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저자 두 명의 입장 역시 최대한 동물 실험을 자제하되, 실험을 해야 할 경우는 3R 원칙을 지키는 쪽으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0대인 아이들과도 심도 있게 토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참고 도서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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