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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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의 작가가 어떤 공간에서 집필활동을 했는지, 그들의 공간 취향은 어땠는지, 집필 습관은 어땠는지 엿볼 수 있는 너무나 근사한 책이에요.

작가들의 성향을 따라 다섯 부류로 분류한 목차는 일목요연하고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작가는 어땠는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찾아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첫 번째 방 - 오직 홀로, 영감에 귀 기울이는 곳

두 번째 방 - 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

세 번째 방 - 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

네 번째 방 -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곳

다섯 번째 방 -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집스럽게

저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방의 주인공들이 궁금해지네요. 세 번째 방의 주인공들은 다음과 같아요.

마거릿 애트우드(집필실이 왜 필요하죠?),

J.K.롤링(좋은 카페가 중요한 이유),

실비아 플라스(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쓰기),

제임스 볼드윈(진정으로 혼자가 되는 밤),

거트루드 스타인(소와 자동차),

아서 코넌 도일(책상으로 변신하는 트렁크),

힐러리 맨틀(온 세상이 책상),

제이디 스미스(인터넷 멀리하기)

좋은 카페, 아이들이 잠든 시간, 진정으로 혼자가 되는 밤, 온 세상이 책상......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들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작가들의 공간에 대한 애착도 그들의 집필 습관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헤밍웨이는 침실에서 작업할 때면 벽에 붙여 둔 책장을 책상처럼 썼습니다. 가슴 높이까지 오는 책장 위에 타자기를 두고, 그 옆에는 책들과 종이 더미를 쌓아 놨죠. 작업량을 기록하는 차트도 가까이에 뒀는데, 하루에 500단어씩 성실하게 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해는 다시 떠오른다》를 쓸 때는 하루에 거의 2000단어를 썼대요. (101쪽)

헤밍웨이는 요즘 입식 책상처럼 그리 놓지 않은 책꽂이 위에 타자기를 두고 책상처럼 썼다고 하니 참으로 앞서나갔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마치 할당량 있는 직장인처럼 성실하고 꾸준하게 썼다는 것이 무척 통찰력 있었어요. 뭔가 섬광처럼, 계시처럼 영감이 떨어질 것 같지만, 하루하루의 성실한 집필 속에서 명작이 탄생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티핑 포인트》의 작가 맬컴 글래드웰은 커피숍이 글쓰기 소재를 떠올리는 데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죠. (156쪽)

본서에서 다룬 작가는 아니지만, 부록처럼 사이사이에 들어간 칼럼에서 제가 무척 좋아하는 말콤 글래드웰 작가가 살짝 언급됩니다. 커피숍이 글쓰기 소재를 떠올리는 데 좋다고 하네요. J.K.롤링이 유모차 끌고 카페를 전전하며 해리 포터를 썼다고 하던데 커피숍에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맨부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영국 소설가 힐러리 맨틀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든 다른 사람의 차에 타고 있든 상관하지 않고 메모를 하는 등 글을 쓰는 장소에 대해 아주 유연합니다. 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을 기록할 정도로 메모가 글을 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166쪽)

또 한 명의 작가 힐러리 맨틀은 온 세상이 책상이라고 했다는데 늘 메모하고 글을 썼다고 하니 열정도 대단하고, 유연함도 대단합니다.



자연 속에서 글을 쓴 작가을 중에서 <샬롯의 거미줄>을 쓴 E.B.화이트는 간소함을 즐겼다고 합니다. 별다른 가구 없는 오두막은 원래는 보트 창고였다고 합니다. 정말 샬롯의 거미줄의 모델이 되었을 법합니다. 정말 잘 어울립니다.

E.B.화이트는 작가이자 자연주의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좋아하여 영감을 받아 자연 속의 오두막 생활을 즐겼습니다. <월든>이 독자들은 물론, 작가들에게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작가들의 작가가 소로인 것 같습니다.

아주 예전 작가들만 있는 것 같아도 인터넷, SNS를 멀리하고 글을 쓰려 한 제이디 스미스의 이야기도 있고, 영미권 작가가 아닌 작가 중에는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도 있습니다. 재즈광으로 재즈클럽을 운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재즈 팬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외 작품을 투고한 후 받은 거절 편지를 다 모아두었던 커트 보니것, 소를 보며 오르가슴, 섹슈얼리티, 레즈비언 탄생의 신화적 개념 등의 영감을 얻었다는 거트루드 스타인, 반려동물을 너무나 사랑했던 이디스 워튼, 하루에 커피를 50잔 정도는 마셨다는 오노레 드 발자크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확실히 시대가 다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타자기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나옵니다. 타자기 브랜드까지 세세하게 나와요. Delete와 Backspace가 없는 거죠? 수정할 수 없는 타자기를 어떻게 썼을까 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연필 등 필기구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잉크와 깃펜으로 글을 쓰면 너무 멋질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침대에 잉크를 쏟는 작가 이야기도 나와요. 침대에서 글을 쓴 작가들도 의외로 많았습니다.

뒤에 부록으로는 작가들이 집필한 곳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위치 정보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문학 순례 같은 것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문학으로 만족하고 그들의 방을 글로 엿보는 것으로 족하지만요.

매력적인 장소를 그리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런던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제임스 오시스의 삽화가 책의 매력을 더해준 것 같습니다.

소중히 간직하며 숨 돌릴 때마다 들춰보고 여기 수록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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