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템페스트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예용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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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은 풍랑을 만난 배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난파당하여 한 이름 모를 섬에 표류하게 되는데 이 섬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언어의 마술사 셰익스피어의 언어로 유쾌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때로는 달콤하고 낭만적으로 그려집니다.

서술을 통해 배경 설명과 캐릭터 구축를 할 수 있는 소설과는 달리, 거의 대사로 처리해야 하는 희곡이니만큼 아래 제시한 인물 관계도는 책을 읽어가며 계속 들춰보게 되는 아주 소중한 자료입니다. 관계도를 넣어주신 편집자님의 센스가 탁월합니다.


주인공 프로스페로는 밀라노 공국의 공작이었는데 그는 백성들을 돌보는 치세보다도 자신의 지식욕, 탐구욕을 채우려고 마법 연구에 몰입하다가 가장 믿었던 남동생 안토니오에게 배신을 당하고 어린 딸 미란다와 함께 작은 섬에 갇혀 지냅니다. 곤잘로라는 늙은 충신 덕분에 목숨만은 건졌지요. 프로스페로는 그 섬에서 설욕의 시간을 기다리며 생활합니다. 그 사이 미란다도 많이 커서 아리따운 아가씨가 되었지요.

난파당한 배에 탄 이들은 프로스페로의 동생 안토니오와 손을 잡고 나폴리의 왕이 된 알론조, 안토니오 일행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희곡의 제목이기도 한 템페스트, 즉 폭풍우는 자연 현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프로스페로가 마법으로 일으킨 복수의 전주곡이었지요.

섬의 한쪽에서는 알론조와 안토니오 일행이 왕자인 퍼디넌드가 풍랑에 휩쓸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슬퍼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퍼디넌드가 프로스페로의 아리따운 딸 미란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지요. 한쪽에서는 프로스페로에게 앙심을 품은 괴물 캘리번이 프로스페로를 죽이기 위해 섬에서 난파당한 자들을 부추겨 프로스페로를 해치려고 합니다.

대사들이 역시 주옥 같습니다. 극중에서 프로스페로가 요정 에어리얼을 시켜 준비한 가면극에서 제우스의 아내 헤라, 대지의 여신 세레스, 무지개의 여신 아이리스가 등장하는데 대자연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세레스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안녕하시죠, 다채로운 빛깔의 전령이여. 그대는 한 번도 제우스의 부인인 주노 여왕님의 말씀을 어긴 적이 없죠. 샛노란 날개로 꽃들 위에 감미로운 물방울과 신선한 물줄기를 뿌려 주고 푸른 활로 우거진 숲과 밋밋한 땅도 축복해 주지. 내 자랑스러운 대지에 화려한 스카프를 둘러주고요. 당신의 여왕이 왜 저를 이 풀이 짧은 초원으로 부르셨지요?"(세레스의 대사, 100쪽)

셰익스피어는 대학 교육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사에 자연스럽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능통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제가 지식이 모자라 놓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괜히 초조하더라고요.

이 희곡은 통쾌하게 한 방 날려주는 복수극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밋밋하게 윤리적인 모범답안을 이끌어내는 것으 아니지만, 인간의 고매함, 고상함을 극도로 승화시키는 형태로 '용서'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이고 실리적으로 프로스페로는 자신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반역자들을 용서하고, 자신의 딸 미란다와 퍼디넌드 왕자를 결혼시켜 나폴리 왕가에 자신의 자손을 들여보내고 자신은 원래 자신의 공국이었던 곳으로 가 평온한 만년을 보내려고 하지요.

"공기일 뿐인 너도 저들을 보면 마음이 아픈데 같은 인간이며 저들 못지않게 고통을 느낄 줄 아는 내가 어찌 너만큼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느냐? 저 자들이 저지른 큰 잘못으로 뼈아픈 상처를 받았지만 고귀한 이성으로 분노를 잠재우겠다. 용서가 복수보다 더 가치 있는 행동이니까. 저들의 뉘우친다면 나의 유일한 목적은 더 이상의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걸로 바뀔 거다."(프로스페로의 대사, 113쪽)

인간의 권력, 믿었던 사람의 배신,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환경 등이 씁쓸하게 그려지지만, 저는 그래도 해피엔딩인 희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의 과장스러고 골계미와 익살 넘치는 대사들과 함께 서정적이고 색채와 빛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대사가 역시 셰익스피어로구나 싶었고, 동시에 그의 희곡의 묘미를 제가 100% 이해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습니다.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을 특히 좋아하여 어려서부터 희곡으로도 읽었습니다.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한국 독자들에게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것 같고, 저도 처음 접해봤는데 그의 희곡의 매력이 십분 살아있고 인간의 추함과 선량함이 동시에 잘 그려져 있어서 매료된 작품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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