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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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에서 가운데 여인의 어깨에 앉아 있는 노란 새가 눈에 확실히 들어옵니다.

존 라이트라는 남자가 침대에서 목에 줄을 매고 죽은 모습을 루이스 헤일이 목격합니다.

이미 죽은 상태였죠.

존 라이트와 결혼하여 라이트 부인이 된 미니 포스터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있습니다.

강도가 들어와 남편을 죽이는 동안 잠에서 깨지 않았다는 누가 들어도 믿기 힘든 증언을 합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검사 앤더슨, 보안관 피터스, 그의 아내인 피터스 부인, 루이스 헤일,

그의 아내헤일 부인이 라이트 부부의 집을 찾아옵니다.

헤일 부인은 미니 포스터의 처녀 적 친구였어요.

어두컴컴하고 칙칙하며 을씨년스러운 집입니다.

햇살같이 화사하고 작은 새 같이 발랄했던 미니 포스터가

이곳에서 살았을 삶을 생각하니 헤일 부인은 마음이 미어집니다.

남자들은 피터스 부인과 헤일 부인의 대화를 비아냥거리며 으스대고 뻐기며 사건 현장을 오갑니다.

피터스 부인은 보안관의 아내라는 입장상, 다소 소극적이고 남자들의 편으로 살짝 기운 태도를 보입니다.

헤일 부인은 처녀 적 미니 포스터의 빛나는 청춘을 알고 있기에 안쓰러움과 애틋함이 넘쳐납니다.

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집에 애써 오려고 하지 않았기에 더 미안한 마음이 넘치죠.

이 소설에서는 작은 오브제들이 피터스 부인과 헤일 부인의 마음이 연대되어 가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과일잼이 담겼던 깨진 유리병, 방치된 설탕통, 반쯤 열린 설탕 봉지, 미완성인 퀼트 조각,

비어 있는 새장, 그리고 작은 상자 속에 뒤틀어진 작은 새...

손은 정리를 하면서 정말 미니 포스터가 그랬을까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죽은 작은 새를 보며 피터스 부인과 헤일 부인은 마음의 연대가 완성됩니다.

존 라이트가 작은 새를 죽였을 거라는 것, 그리고 아내인 미니 포스터의 마음도 같이 죽었을 거라는 것.

그리고 미니 포스터가 남편을 죽였을 거라는 확신에 이르지만,

이들이 교환한 눈빛은 무죄라는 확고한 결론을 의미합니다.

진짜 살인자가 응당 치러야 할 값을 치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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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존 호색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도끼로 두 차례 뇌를 가격당하여 사망한 사건이죠.

아내 마가렛 호색이 이내 체포되었고요.

첫 재판에서는 전원 남성인 배심원 12명 모두 그녀에게 유죄판결을 내리지만,

1년 후 메디슨 카운티에서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 뒤집혀 그녀는 풀려났고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여성의 연대가 가능한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기를 바라지만, 얼마나 가능할지 모릅니다.

경제적 수준, 자녀의 유무, 교육 수준, 장애의 유무, 정치적 성향, 세대, 개인의 성향 등

수많은 경우의 수로 분류를 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처럼 마음으로 다가가 공감하고 이해의 폭이 넓어질 때

각자가 자기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행동을 취할 때 보이지 않는 끈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법, 행정, 교육, 가정에서 각자의 몫을 제대로 한다면 작은 발전들이 모이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봅니다.

저자 수잔 글래스펠도 참으로 진취적이고 인간적으로 멋진 사람입니다.

남자는 위대한 바깥일, 여자는 하찮은 집안일을 한다고 여겨지는 시대 정신을 초월하여

저널리스트가 되고 극단을 운영하며 기획자, 작가, 감동,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몫을 합니다.

십인십색의 모습으로 마음의 연대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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