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철학 클럽 - 소설로 읽는 특별한 철학 수업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로버트 그랜트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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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생의 꽃길이 보장되는 세계 최고 명문학교 '평생직장 보장학교'에 입학한 마일로는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멋진 학교 건물과 달리, 기계 같은 아이들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세계 최고 명실 상부한 명문학교지요. 이 학교의 천문학적인 학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온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깨가 으쓱으쓱합니다. 엄친딸, 엄친아들의 집합소지요. 살짝 반항기가 있는, 평범한 중산층 마일로는 자기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의아합니다. 마일로의 부모는 자신들의 '희생'을 무기로 열심히 하라고 하고 갑니다.

마일로는 점점 학교의 가공할 악행에 기함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보이지 않는 높은 담장 속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학교의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교장의 구미에 맞는, 혹은 사회의 고학력, 고지성 노예 양성을 위한 세뇌와 조작이 첨단 기술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마일로는 우연히 학교 안에서 헤매다가 학교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합니다. 그곳은 이 학교의 교사였다가 학교의 방침과 맞지 않는 철학을 가르쳐서 사실상 학교에서 퇴출당한 나이든 여교사 어설라가 돌보는 정원이었습니다. 어설라는 마일로와 함께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철학이란 그 어떤 것도 사실이라고 짐작하지 않는 거야. 우주의 법칙이나 우주가 어디에서 왔는지에서부터,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까지 모든 것이 철학의 주제가 될 수 있어. 하지만 단순히 놀라워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기도 해. 놀라워하는 마음, 궁금해하는 마음, 열린 마음으로 우리가 처하는 상황들이 얼마나 희한한지를 바라보는 데서 바로 철학이 시작되거든."

호기심, 궁금함, 놀라움에서 철학은 시작됩니다. 주어진 대로, 남이 말하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고 솔직하게 양심에 비추어 생각해 보는 거죠. 하지만 마일로에게도 그렇듯,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 특히 부모님들의 소원이라는 강력한 방해 무기가 모두에게 있습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 부모의 수고와 희생에 보답하는 길을 걸으려면 우리 자신의 진실은 때로 외면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철학은 어렵게 생각되지요. 아마도 이 책처럼 소설처럼, 미스터리 문학처럼 재미있게 접근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받은 철학 교육은 철학자별로, 사조별로 주장하는 바를 달달 잘 외워서 논술이나 국어 문제 푸는 데 활용하는 것을 지향해서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대화하면 돼. 삶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워서, 인류는 수천 년 동안이나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왔어. 그런대도 아직 정답을 모르지! '우주에 시작이 있었나?',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더 적게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은 공평한 일일까?', '용기와 어리석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답하기 어렵지 않니?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답을 찾아보는 게 좋아. 다른 사람들의 시각과 생각들도 들어 보면서 말이야. 그게 바로 철학이야."

어설라는 철학이란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답을 찾아보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법도 배우고요.

마일로와 뜻을 같이하는 몇 명의 깨어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리듀콘 6000을 사용하여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모범학생'을 만들려는 계략을 타파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엿듣습니다. '저항력'의 수준이 높으면 세뇌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요.

"권력자가 하는 말을 의문 없이 받아들이려면 저항력의 수준이 낮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저항력 수준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높습니다. 기계가 버티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어설라와 함께 철학으로 사고력을 단련하고 저항력을 높인 이 아이들 덕분에 리듀콘 6000이 망가져버립니다. 그리고 희생을 무기로 아이들을 '본의 아니게' 억압하던 부모들도 학교의 추악한 실체를 깨닫게 되지요.

정말 재미있는 소설 속에 철학적 사유가 잘 녹아있는 멋진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싶어서 성인인 제가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각 장의 엔트리 페이지에 적혀 있는 철학자들의 촌철살인 같은 명언들 또한 중요한 키포인트가 됩니다. 아래 목차 겸 철학자들의 말을 소개합니다.

1 평생 직장 보장 학교

달콤한 말솜씨와 사악한 마음으로 군중을 설득하면 국가에 커다란 불행이 닥친다.(에우리피데스)

2 질문은 금지한다!

맹목적인 순종을 요구할 때 인간의 모든 신성한 권리가 침해된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3 어느 날 아침에 생긴 일

모든 잔인함은 나약함에서 나온다. (세네카)

4 벽장 너머에서 만난 사람

놀라움은 철학자가 느끼는 감정이고,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된다.(플라톤)

5 수상한 장비

젊은이를 망치는 확실한 길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더 존경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프리드리히 니체)

6 너는 철학자의 영혼을 가졌어

철학적으로 사색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감은 눈을 뜨려 하지 않는 것과 같다.(르네 데카르트)

7 달라진 아이들

의심하는 건 유쾌하지 않지만, 확신하는 건 어리석다.(볼테르)

8 비밀의 철학 정원

관심이란 가장 희소하고도 순수한 형태의 너그러움이다.(시몬 베유)

9 믿을 수 없는 비밀

독재자의 한계는 그가 탄압하는 사람들의 인내력에 따라 규정된다.(프레더릭 더글러스)

10 희망이 있으면 나아갈 수 있다!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쉽다. 하지만 알맞은 상대에게, 알맞은 정도로, 알맞은 때에, 알맞은 목적으로, 알맞은 방식으로 화를 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쉽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

11 크리스마스 연휴

가장 수준 높은 교육은 그저 정보만을 주는 교육이 아니라, 세상 모든 존재와 조화로운 삶을 살게 해 주는 교육이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12 철학 저항단, 미스터리 철학 클럽

대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지 못한다면 마음이 편협한 것이다. (조지 엘리엇)

13 비밀이 탄로났다!

지식이 많아진다고 해서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헤라클레이토스)

14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우리는 잠을 자고 있다. 우리의 삶은 꿈이다. 하지만 가끔은 잠에서 깨어 우리가 꿈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15 세상을 향해 외치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혁명적인 일은 언제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큰 소리로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로자 룩셈부르크)

16 영혼을 없애는 건 쉽지 않다

철학자들은 이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했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

그리고 부록으로 안광복 철학 박사님의 철학 길잡이가 담겨있습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탁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어설라와 마일로가 했던 것처럼 친구들끼리, 혹은 어른과 아이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철학적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할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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