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헤르츠 고래들
마치다 소노코 지음, 전화영 옮김 / 직선과곡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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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입니다.

서점대상의 경향에 충실한, 제 느낌에 서점대상다운 서점대상작이었어요.

(개떡같이 말했지만,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셨죠? ^^;)

역경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약한 자들이 연대하고

일상 속에서 기적 같은 행복을 찾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일본 남단 규슈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홀로 찾아온 20대 후반 여성 키코,

그녀는 '원치 않는 아이'였다는 이유로

친모, 의부에게 학대당한 경험이 있어요.

남의 집 숟가락, 젓가락 몇 개인지 다 세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홀로 찾아온 키코에게 동네사람들의 호기심이 폭발해요.

이 마을에서 키코는 자신과 비슷한 느낌의 소년을 발견합니다.

첫눈에 소녀로 착각할 만큼 예쁘장하지만,

전신에서 악취가 날 정도로 씻지도 않고, 옷차림도 누추한 아이예요.

아이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둘은 가까워지고 키코는 아이도 학대받는 아이라는 걸 알아요.

키코는 아이를 52라고 부릅니다.

52란 일반적인 고래들이 내는 주파수 대역과 달리

52헤르츠의 소리로 우는 고래를 가리켜요.

아무리 친구들을 부르며 울어도 다른 고래들은 주파수가 다르니 듣지 못해요.

즉 아무리 누군가를 불러도 그 소리가 공기 중에 묻혀버리는

소외된 이, 외로운 이의 소리를 52헤르츠로 표현한 거예요.

서서히 밝혀지는 키코의 과거, 52의 과거,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향한 발걸음,

그리고 매우 드물게 52헤르츠 고래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소수의 다정하고 자상한 친구들의 동행,

마냥 오지랖, 무례, 몰상식 세트였던 동네 사람들의 속깊은 정까지

이곳에서 키코와 52는 자신들이 있을 곳을 만들어갑니다.


규슈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거닐다 온 느낌이에요.

어디선가 짠 냄새, 훅 하니 습기 품은 바닷바람이 제 머리칼을 불어 날리고

가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언덕길을 천천히 거니는 느낌이에요.

영화로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키코와 52의 캐릭터도 좋았고,

이들을 둘러싼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양념같은 캐릭터도 좋았어요.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들을 다해주었어요.

눈물 나는 감동도 있고

큭큭 웃음 나게 주거니받거니 하는 대사들도 좋았고요.

인류애를 회복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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