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비로소 노란색 띠지의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다.

"절대 그녀를 찾지 마십시오.

만나게 된다면, 결코 의심하지 마십시오."

이 책은 6가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작 단편집이다. 모큐멘터리라고 하는 실제 인물, 실제 장소를 허구의 이야기와 버무려 독자에게 현실감을 더해준다. 에세이나 논픽션 같은 형식으로 으스스한 괴담을 전해주니 독자는 더 손에 땀을 쥐며 읽게 된다.



괴담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은 프리랜서 라이터의 이야기로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위 사람이 자꾸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죽는 사건이 일어나고 (얼룩)

온 가족에 저주가 씐 것 같다며 액막이를 해야 한다고 했던 여성이 죽고 (저주)

오지랖은 넓지만 다정해보였던 옆집 중년 여성으로 인해 부부 사이가 틀어지고 아이가 유산되고 (망언)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가 대를 이어 몸이 불타 죽는 공포스러운 악몽을 꾸고 (악몽)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소녀의 향기가 맴돌고, 긴 머리카락이 하수구에 걸려 있다.(인연)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단편인 '금기'에서 하나의 맥으로 이어지면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과 연결된 것이었다.


호기심

어렸을 때 그렇게 무서워 하면서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전설의 고향'을 보던 우리 세대, 그리고 같은 근원에서 조금 형태를 달리한 이런 도시 괴담을 즐기는 요즘 우리. 결국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럴 리 없다고 믿으면서도 '혹시?' '내가 모르는 어떤 영적 존재가?'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괴담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호기심에 '그녀'를 찾았을 것이다. 호기심 반, 진심 반이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았다. Curiosity kills the cat.이라는 서양 속담처럼 호기심은 우리 인간의 본성이지만, 호기심은 때로 우리에게 해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궁금한 건 살아있는 자의 특권인 것 같다. 죽은 자는 궁금한 게 없을 테니...


악의와 염원

호기심과 함께 괴담이 도처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초자연적인 힘을 움직이는 인간의 간절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건 이 다섯 가지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듯 악의일 수도 있고, 염원일 수도 있다.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여리고 부드러운 것인지.... 손톱에도 코가 나가 버리는 부드러운 실크 같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인간을 천사로 만들기도 하고 악마로 만들기도 한다.

질투는 타오르는 불길 같아서 정말로 불길을 일으켜버렸다. 부지런히 일하고 돈도 잘 버는 아내가 부러웠던 남편, 그리고 어려서 세상을 떠난 딸을 놓아주지 못하고 혼령의 형태로라도 붙들고 싶은 미련이 뚝뚝 떨어진 가엾은 여인... 그리고 의심받아 괘씸함을 느끼는 누군가...

이 괴담에 오싹하는 현실성을 더해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인간의 감정이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어떤 감정이기에 이런 괴담이 일어난다 해도 그럴싸해보이는 것이다.


괴담의 매력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이 살얼음판이거나 언제 씽크홀이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지대라면 제정신으로 살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이런 괴담이 실제로 일어날 거로 믿는 사람이 몇 %나 될까? 우리는 편안히 음악을 들으며 귤을 까먹으며 지면의 활자로 새겨진 괴담을 읽으며 으스스함을 '굳이', '일부러' 느껴본다. 현실의 견고함과 안전함을 확인하며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아시자와 요 작가는 <아마리 종활 사진관>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소개되었고, 최근 엄청난 기세로 작품활동을 하여 일본 내에서 나오는 작품마다 화제를 몰고 있다. 이 신선한 괴담집을 필두로 하여 앞으로 역서가 발간될 것 같다. 몇 권 특히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다양한 문학적 시도를 하는 작가인 것 같아 앞으로의 활약상이 더욱 기대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