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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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 상은 수상작은 반기 1회, 즉 1년에 두 번 발표한다. 이 책은 작년 2020년 163회 나오키상 수상작이었다. 개인데도 애수에 찬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표지 그림이 아마존 재팬에서 늘 눈에 띄어 궁금했던 책이었다.

저자 하세 세이슈는 불야성 시리즈를 비롯하여 하드보일드하고 누아르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였는데 <소년과 개> 이전에도 <비 내리는 숲의 개(미번역)>라는 작품에서 개를 소재로 다루었었다. 누아르적인 작품 말고도 산악 소설 등도 있어서 다양한 레파토리를 넘나드는 타고난 작가라는 생각은 했었다.

제1, 2차 세계대전이 서양 작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소재가 되고 있듯이,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뒤이어 일어난 쓰나미는 일본 작가들의 정신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그것이 작품세계에 반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적인 소재로 삼든, 간접적인 배경으로 삼든 동일본 대지진을 다루는 작품들을 상당히 많이 접했다.


이 작품 역시 동일본 대지진을 큰 맥으로 한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옳지 않은 일인 줄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 범죄 행위에 손을 담그는 사람, 고달프고 쓰라린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일본에 와서 대담한 범죄 행각을 저지르지만, 그 내면에는 본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누나와 살고 싶은 외국인 노동자, 나쁜 남자에게 꼬여 가족을 버리고 몸까지 팔고 결국 피로 손을 더럽힌 고독한 여자, 평생 괴퍅하게 살다가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늙은 사냥꾼 남자, 아내를 뒷전으로 두고 여름에는 산악 마라톤, 겨울에는 산악 스키에 빠져 결국 산에서 저 세상으로 간 남자, 그리고 이 책의 표제작의 주인공인 소년.

이들에게 어느 날 살며시 다가온 영특하고 늠름한 개 다몬. 몸속에 내장된 마이크로칩의 이름은 다몬이지만, 각 주인공은 자기가 붙이고 싶은 이름으로 다몬을 부른다.다몬과의 만남은 평탄치 않고 평범지 않은 그들의 삶의 마지막 위로와 희망이 된다.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지만 마지막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적지 않겠지만, 어찌 보면 허황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영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개가 몇 천 km의 여정을 달려간 이야기들을 해외 토픽 등에서 접할 수 있으므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서 리얼리티가 더해져서 코 끝이 찡해졌다.

교감 - 말을 통하지 않은 의사소통

그렇다. 개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각 주인공은 다몬과 교감했다. 그들은 말을 걸었고, 다몬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답했다. 몸짓으로 눈빛으로. 정말 중요한 것은 말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교감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온기 - 누구에게나 필요한 체온과 촉감

왜 허구의 개인데, 내 손에서 촉감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산속을 헤매고 다니고 멧돼지에게 물린 핏자국이 마른 꾀죄죄한 다몬에게서 사람의 체온보다 조금 높은 온기가, 포근한 촉감이 느껴질까? 왜 그 눈빛에서 동정이 느껴질까? 누구에게나, 내게도 다몬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재생과 회복 - 잃은 것을 다시 찾음

충격과 상실을 경험할 때 사람은 각각의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며 언어를 스스로 버리고 자기 속에 침잠했던 '소년'에게 말과 웃음을 다시 찾아준 것은 다몬이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 떠났지만,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가 된 다몬.


인면수심을 가진 사람들로 인한 뉴스로 시끄러워서 미디어를 꺼버리고 싶은 요즘이다. 동물의 탈을 썼지만 진정한 인간의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다몬의 이야기를 마음에 새겨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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