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끝까지 실망을 주지 않은 멋진 미스터리였다.



도쿄의 강도 사건과 도호쿠 산골짜기 호텔의 연쇄살인사건이 쌍곡선을 그리며 독자적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짜임새 있고 복잡하지 않고 불공평하지 않은 고전 본격 미스터리이다.



일란성 쌍둥이를 소재로 마술 영화 《프레스티지》를 보고 진실은 의외로 단순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이 출간된 1970년대에는 대단히 참신하고 충격적인 트릭이었을 것 같다.



도쿄에서 발생하는 연쇄 강도 사건. 범인은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세 번째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움직이고 용의자로 20대 중반 남성을 잡는다. 그런데, 그와 똑같이 생긴 남성이 있었다. 피해자들과 경찰은 모두 혼란에 빠진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였고 이들의 범행인지는 알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다. 의심만으로는 체포할 수 없다는 것을 악용한 영악하고 대담한 범행이었다.



한편, 정체불명의 초대장을 받고 도호쿠 지역의 외딴 산간지방의 호텔에서 스키여행을 하러 온 6명의 남녀. 곧 바깥세상과의 모든 소통의 끈이 끊기고 이들은 한 명씩 죽어나가고 그럴 때마다 볼링핀이 하나씩 사라진다.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두 사건이 평행선처럼 펼쳐지다가 만난다.



*



70년대 레트로 감성 물씬 나는 소설이다. 스마트폰, 네비, 위치추적시스템 없이 그 시절에는 어떻게 수사하고 범인을 검거했을까?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형식을 빌어서 진행했지만 니시무라 교타로만의 방식으로 무척 독특하고 참신했다. 정말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였다. 사회파 미스터리도 메시지도 있고 재미있지만 정통 미스터리랄까, 본격 미스터리는 정말 너무 재미있다. 게다가 밀실살인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일란성 쌍둥이라는 소재가 더 이상은 먹히지 않겠지만 충분히 반전이었다. 처음 본 사람은 충분히 헷갈릴 수 있을 듯하다. 초등학교 때 동네 친구 중 어른들도 다 헷갈린다고 할 만큼 닮은 일란성 쌍둥이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절대 헷갈리지 않았다. 분명 그렇게 닮은 쌍둥이도 드물긴 할 테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그리고 수십 년 지나고 우연히 둘 중 하나를 지하철에서 봤는데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강도를 당하는 경황없는 중에 본 사람이라면 둘을 대조하면 알아보지 못하는 게 당연하겠다.



그런데 살인의 동기... 그 정도로 이 정도의 연쇄살인을 하려나? 사회심리학 용어 중 '제노비스 신드롬%이라는 게 있는데 뉴욕에서 괴한에서 구타당하다 죽은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있다. 그걸 지켜보던 30여명의 사람들은 외면했다. 명백히 그들은 칭찬받을 수는 없는 자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해당해야 할 당위성이 있을까? 음, 난해하다.



어쨌든 컬러TV가 자랑이던 70년대 본격 미스터리 색다른 맛의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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