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 책과 드라마,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서른네 개의 일본 문화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1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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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전문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신 저자분이 독서와 여행을 통해 세심하게 관찰한 일본 문화에 관한 짤막짤막한 이야기 34가지를 담은 에세이이다. 다음의 6개의 주제로 묶은 각각의 이야기들은 매우 읽기 쉬우면서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일본의 책 문화와 서점,

일본을 걷는다,

책과 드라마로 만난 일본,

일본의 장인 정신,

일본 문화 체험,

일본 문화 에세이



일전에 어떤 책을 보니 책을 읽고 가능하다면 작가를 꼭 만나보라는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을 수 있다면서 말입니다. 아사이 료와의 만남은 그 사실을 확인한 좋은 자리였습니다. (51쪽)



아사이 료 작가가 2014년에 우리나라에 왔을 때 독자와의 만남에 참석하셨다고 한다. 아사이 료 작가는 『누구』라는 책을 통해 나도 깊은 인상을 받았던 작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으로 출퇴근하며 출근 전 카페에서 글을 쓴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전업 작가로 전향했는지 여전히 겸업으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구』는 취업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전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 깊이 통찰한 책이어서 20대 작가의 그 예리함과 섬세함, 깊이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 나서 이 작가의 작품을 기획해 보고 싶어서 평이 좋은 에세이를 몇 권 읽었는데 그 소설에서 만났던 감동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헤이세이 세대, 즉 일본의 신세대로 대표되는 작가로서 세상을 보는 시각은 재미있고 필력이 가볍고도 통통 튀어서 재미있긴 했다.

 





그리고 소소한 일본 생활담이 추억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일본인 세 명, 서양인 한 명, 그리고 저자 이렇게 다섯 명이 함께 살았던 셰어하우스의 이야기, 온천과 동네목욕탕, 심야 레스토랑 이야기 등이 재미있었다. 내가 다닌 학교는 따로 기숙사가 없어서 여성 전용 기숙사에서 지냈었는데 지방에서 상경하여 직장 생활하는 일본인들, 외국 유학생들이 몇 십 명 살았던 곳이다. 제작년에 갔을 때는 이미 사라져 있어서 서운하긴 했지만 그때도 낡은 목조 건물이어서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있으리라고 기대도 하지 않긴 했다.



당시의 나는 일본에 대단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일본 문화를 많이 경험해보고 싶다거나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문과생으로서 영어와 일어 양쪽을 어느 정도 하면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략과 또 취직하기 전에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외국에서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1년 반의 일본행을 택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저 생활인처럼 학교와 기숙사를 왔다갔다 하고 가끔 산책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정도였다. 적극성이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여행도 많이 다니지 않았고 많은 경험을 한 것도 아니었다는 게 좀 아깝다. 모든 게 살과 피가 되는 것인데,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것은 일본 문화에 관한 저자분의 담론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의 시각이 잘 담겨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프리터를 선택하는 것이 꼭 취업시장에서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기 일을 스스로 창조하는 여성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저자 자신도 십 년 이상 근무하던 직장을 퇴사하고 1인 출판사를 차린 멋진 분이다.



나는 매우 전통적이고 틀에 잡힌 면이 없지 않아 불가피한 상황에 몰리지 않았더라면 결코 회사를 관두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제도권에 의해 보호받는 것을 택하는 주의였기 때문이다. 남편과 맞벌이, 금전적으로도 어느 정도 대등한 수준이었기에 어느 쪽이든 비상상황이 생기더라도 한쪽이 경제활동을 하면 가정 경제에는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을 애초에 목표로 했다. 지금도 회사에 있었더라면, 경력 16년차 금융권 직원이었더라면 내 연봉이 어느 정도 수준일 것이고...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끊어버린 다리였고 그 다음 길을 찾는 것은 정말 막막한 일이었다. 늘 하라는 대로, 해야 할 것은 성실하게 해 왔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정글에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평생 일을 할 것을 생각했기에 전업주부라는 보기는 없는 문제였다. 그런 고민을 해 봤기에 저자분이 선택한 길과 그 추진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프리터의 삶에 대해 나도 예전에 들었던 것 같은 인식은 없고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지금 프리터와 비슷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프리터도 자기의 전문적인 것이 없다면 20, 30대에는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수 있지만 40, 50대 그리고 노후에 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오지랖 넓게 들기도 한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지막 에세이의 제목이다. 결론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제는 남자들에 관한 게 아니라 여자들에 관한 것이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혼자이기에 가능한 일들이 많기에 최대한 즐기라고 하고 싶다. 차곡차곡 경제적인 면에서나 사회적인 면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은 그 전제일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면 기혼자이기에 가능한 행복을 맘껏 누리라고 하고 싶다. 내 주위에는 결혼하고 만난 관계가 아니라 이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들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특히 아주 친밀한 관계의 경우는 더 그렇다. 교육을 마치고 대부분 취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길이 어느 정도 정해진 남성과 달리, 여성의 길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서로의 입장이 너무나 달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주는 경우도 많고 질시와 시기가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프레임으로 언론에서 반목을 부추기는 것도 아주 악질적이라고 생각한다. 기혼과 비혼, 워킹맘과 전업맘, 남편의 경제수준에 따른 가정 형편, 자녀의 유무 등등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여 서로 비교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누구와 함께 있든 자기의 인생이니 그 인생의 주인으로서 후회 없는 삶을 살면 좋겠다.



짧은 책이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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