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 - 차별화된 기획을 위한 편집자들의 책 관찰법
박보영.김효선 지음 / 예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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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다. 역시 베테랑 편집자들이 쓴 최적의 안내서라는 생각이 든다. 예비 작가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자 모든 독자가 읽으면 유익할 만한 책이다.

한 달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는데 1만 부만 넘어도 베스트셀러로 인정받는 시대라는데 왜 이렇게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 많은 건지 늘 궁금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자기 표현과 발신의 장이 넓고 다양해진 게 아닌가 싶다. 또한 등단 작가의 검증된 필력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신선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갈망하는 시대의 요구가 반영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예비 작가들이 책을 어떻게 보고 시류를 읽고 기획할지, 둘째, 실제로 책 쓰기의 노하우, 셋째, 유용하고 실제적인 책 읽기 기술이다.

 

                            

<"시작이 반"이 아니라, "기획이 반">


무엇보다 저자들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말하고 있는 바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이라는 것이다. 기 출간된 도서들을 분석하고 "기본적인 정보+자신만의 특성"을 담은 기획을 하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에서 인용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말했다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깊이 탐구하여 노하우를 정리해 낼수록 독자들은 그 콘텐츠를 매력적이고 참신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탐구가 필수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113쪽)

결국 자신이 걸어온 삶의 궤적, 진창에서 뒹굴며 얻은 경험이 조개 속의 진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 진주를 어떻게 발견하고 캐내는가, 가 중요한 것 같다. 이 탐구 역시 글을 쓰고 고민 또 고민을 통해 얻어지는 것 같다. 일단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고 앉으면 글은 손가락이 쓰는 것인지, 엉덩이가 쓰는 것인지 처음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술술 풀려서 나도 모르게 좋은 글이 완성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역시 자존감이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뜬금없는 말 같지만, 나는 내 자신의 경험을 탐구하고 싶지가 않다. 가만히 있어도 불쑥불쑥 떠올라서 유쾌하지 않은 내 존재의 역사, 가능하기만 하다면 바쁜 일들 속으로 도피하고 싶은 것이 지금도 솔직한 심정인데 굳이 굳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 하나 싶다. 다만 예전에는 음지에 있고 비주류로 취급받았던 사람들이 진솔하고 담백하게 자신들의 경험을 직시하고 책으로 내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은 대단히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필요한 책 쓰기 기술>


매우 신선했던 포인트는 책을 쓰려 하든 그게 아니든 책 쓰기 기술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콘텐츠를 발견하고,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

모든 사람들이 책 쓰는 기술을 아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첫 번째 자신의 콘텐츠를 발견하는 기술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콘텐츠를 제삼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고 매력적으로 다듬어 표현하는 기술인데, 여기에는 문장력과 원고 구성력이 포함된다. (120~121쪽)

네이버가 우리 사회에 가장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싸이월드처럼 한순간 날아가버릴까 두렵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서평, 영화 리뷰, 상품 리뷰 등을 올리며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작가의 기회를 얻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떤가? 어떤 면에서는 글쓰기에 자신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시험(논술) 혹은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꽤나 잘했던 것 같다. 대학 입시에 갑자기 도입되었던 본고사와 논술에 있어서 별도의 사교육 없이 늘 전국 몇 백 등 안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학부와 대학원 시절, 친구, 후배 및 동생 레포트를 숱하게 대신 써줬고 거의 A를 받아줬으니 그리 나쁜 필력은 아닐 것이다.

자랑을 늘어놓았지만 역시 결론은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양은우 작가님의 책을 읽은 것은 아닌데 블로그 포스팅에서 '작가의 사회성'에 관해 읽은 적이 있다. 사회성이 책에 드러나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골자였던 것이다. 즉 나는 평가를 위한 극소수의 대상을 위한 글은 쓸 수 있지만 대중을 위한, 작가의 사회성이 중요한 글은 못 쓴다는 것이다. 하기사 누가 글 쓰라고 한다고 이런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 기뻐야 하는데 여전히 백지의 A4 화면을 마주하고 있으면 속이 울렁거린다. 또 어느샌가 몰입하여 손가락이 글을 쓰고는 있지만 역시 자진해서 굳이 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부담없이 이렇게 올리는 서평은 즐겁지만 이 역시 그저 두려울 때가 있다.


<"함께 쓰고 함께 가기"의 중요>

역시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하는 것인가? 저자들은 '합평'을 추천하고 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 몇 명과 모임을 만들어 원고를 평가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다면 어떨까? 이런 걸 합평이라고 한다. 합평을 할 때 대원칙이 있다. 첫째 예의를 지킬 것, 둘째 소비자로서 정확하게 평가할 것, 이다. (165쪽)

정확하게 평가하되, 예의를 지킬 것. 매사 특히 인간관계의 황금률인 것 같다. 먼저 비평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자문해봐야 할 것 같다. 예의를 지켜도 지적은 지적이니 말이다. 단지 책을 쓰는 목적뿐만 아니라 독서모임이나 스터디그룹도 같은 취지일 것이다. 뭐든 혼자 침잠해서 혼자 몰두하고 혼자 답을 내야 하는 나 같은 타입에게는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마음을 열어놔야겠다. 언젠가는 책쓰기를 위한 합평은 아니더라도 스터디그룹 등을 운영하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서평의 팁을 따라 나름대로 써본 서평이지만 때로 나는 전문가 서평을 표방? 혹은 모방한 글들보다 원초적으로 정말 '재미있다', '재미없다', '지루하다' 이런 독후감을 찾아 다닐 때도 있다. 어차피 전문 서평가들이 멋진 서평을 써줄 텐데 블로거들은 자유롭게 써보아도 좋지 않을까? 진솔하고 소박한 독후감이 더 좋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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