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미 비포 유』의 강렬함과 섬세함을 기대하며 조조 모예스의 신간을 기대하는 마음을 열었습니다. 7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소화할 수 있을까 살짝 염려하면서요. 역시나 유려한 문체와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일단 리듬을 타니 이틀 이상 걸리지 않더군요. 등장인물들의 시점이 교차하며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초반부에는 앞뒷장을 넘겨가며 분위기를 파악할 필요가 좀 있습니다.

이 책에는 상처입은 영혼들이 총출동합니다.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승마학교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으나 사랑하는 영국 여인을 만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영국으로 건너왔으나 적응할 수 없었던 할아버지 앙리, 망나니 같은 엄마가 일찍 죽고 할머니, 할아버지(앙리)와 온화한 시간을 보내다가 할머니가 몇 년 전, 돌아가시고 이번에는 갑자기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사랑하는 말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춘기 십대 소년 사라, 네 번의 유산을 겪으며 자신의 곁에 있지 않는 바람둥이 기질 다분한 남편과 별거하며 이혼을 준비 중인 헛똑똑이 변호사 너태샤, 그리고 바람둥이 기질 다분한 매력적인 사진작가이자 곧 너태샤의 전 남편이 될 맥.

런던을 배경으로 이들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어긋나버린 결혼을 종료하여야 할 시점이라 변호사인 너태샤는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맥이 싫어서가 아니라, 가장 슬프고 힘들었던 순간에 자신을 버려둔 것이 못내 원망스럽습니다. 그런 맥이 갑자기 자기도 집을 반은 소유하고 있다면 들어와 살겠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우연히 야밤의 슈퍼에서 물건을 슬쩍하는 것을 목격하고 하룻밤 묵게 해 준 소녀 사라까지 위탁아동으로 집에 들어오게 됩니다. 본의아니게 동거가 시작된 세 사람. 그리고 사라의 모든 기이한 행동의 원인이 되는 사라의 아름다운 말, 게다가 가출한 사라와 말을 좇아 프랑스까지 건너가는 로드트립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우왕좌왕 왁자지껄한 이 우연들의 향연이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말과 소녀가 볼을 맞대고 긴 속눈썹을 맞댄 사진. 이 시선이 너무나 좋지 않나요?

젊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건 희망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맥은 생각했다. 때로는 신뢰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덕분에 믿음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도 한다. 미래는 장애와 실망이 가득한 길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이로운 대상이라는 믿음.(671쪽)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언제든 어느 때든 신뢰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때문에 다시 믿음의 불꽃이 타오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 핵심이 이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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