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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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작가이다. 작품에 따라 호불호는 있지만 어떤 직업의 세계를 뼛속까지 파고들어가는 주제의 작품은 모두 너무나 사랑한다. 이번 작품은 식물학자의 세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리얼하게 보여준다.

실은 작년 초에 일본 서점대상 후보작 발표가 나자마자 이맘때쯤 원서로 바로 구해서 읽고나서 한눈에 반했다. 올해 다시 내 사랑하는 모국어로 만난 『사랑 없는 세계』는 또 한번 내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주었다.

우직하게 요리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청년과 그 청년이 사랑하는 풀밖에 모르는 20대 여성 대학원생, 그들을 둘러싼 개성 넘치고 정겨운 동료들, 동네 사람들이 하모니를 이루어 한 장이 넘어가기 전에 한번씩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외곬처럼 식물의 세계에 매달리는 이들의 캐릭터, 오지랍 넓지만 속정 깊고 마음 착한 동네 사람들이 주거니받거니 만담하는 듯한 대화는 어찌나 웃긴지 모른다.

요리를 사랑하는 청년과 풀을 사랑하는 여성의 성장담이 무엇보다 가장 뿌듯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죽은 후에도 육체적인 후손이든 정신적인 후손이든 동반자이든 그 성장은 계승되어 지속되며 거창한지 모르지만 인류 전체가 성장해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성장소설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것은 식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식물과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이들의 모습에 내 모습을 겹쳐본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성장하기를 멈추는 나태를 멀리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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