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모르는 그리움 나태주 필사시집
나태주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슬로우어스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울적해지고

맘 먹은 대로 잘 안 된다 느껴질 때,

나만 아무 일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꼬이고 사나워지려 할 때,

시를 읽는다.

정화작용을 가진 시들이

혼탁하게 진흙탕을 일으킨

마음의 웅덩이를 가라앉혀준다.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너만 모르는 그리움》은 필사시집이다.

몇 십 년간 가리워져 있던

문단의 추한 모습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30년 이상 삶과 언어가 일치하는

아름다운 노년의 시인이 주는

삶의 울림이 더욱 큰 것 같다.

어찌 보면 곰살맞고 낯간지러운 사랑의 시어들은

연인 혹은 배우자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와 부모님 누구를 향하더라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실제로 시인도 무남독녀 외동딸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이 아름다운 시들을

눈으로 쓰다듬으며 입으로 소리내어 읽고,

손으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며 맘에 새긴다.

5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감성을 촉촉하게 만져준다.

Part 1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Part 2 그대 그리워 잠 못 드는 밤

Part 3 안녕 안녕 오늘은 좋은 날

Part 4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Part 5 날이 맑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

 

 

시화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시어와 그림이 잘 어우러진다.

그리고 여백에 나의 손글씨로 필사할 수 있다.

캘리그라피를 멋지게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책에 낙서한 수준이 되어버려 약간 속상하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내 필사시집이 되었다.

그래서 소중하다.

시집에는 시인의 친필 필사 시도 담겨 있다.

 

동글동글 원만한 글씨체는

시인의 마음인 듯하며 더 포근하다.

맑은 날

오늘 날이 맑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

어려서 외갓집에 찾아가면

외할머니 오두막집 문 열고

나오시면서 하시던 말씀

오늘은 멀리서 찾아온

젊고도 어여쁜 너에게

되풀이 그 말을 들려준다

오늘 날이 맑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

이토록 맑은 날 두 팔 벌려

반가운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말간 봄을 기다리며

남은 겨울을 나태주 시인의 시집과

함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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