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만 모르는 그리움 ㅣ 나태주 필사시집
나태주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슬로우어스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10/pimg_7848151842441933.jpg)
마음이 울적해지고
맘 먹은 대로 잘 안 된다 느껴질 때,
나만 아무 일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꼬이고 사나워지려 할 때,
시를 읽는다.
정화작용을 가진 시들이
혼탁하게 진흙탕을 일으킨
마음의 웅덩이를 가라앉혀준다.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너만 모르는 그리움》은 필사시집이다.
몇 십 년간 가리워져 있던
문단의 추한 모습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30년 이상 삶과 언어가 일치하는
아름다운 노년의 시인이 주는
삶의 울림이 더욱 큰 것 같다.
어찌 보면 곰살맞고 낯간지러운 사랑의 시어들은
연인 혹은 배우자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와 부모님 누구를 향하더라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실제로 시인도 무남독녀 외동딸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이 아름다운 시들을
눈으로 쓰다듬으며 입으로 소리내어 읽고,
손으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며 맘에 새긴다.
5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감성을 촉촉하게 만져준다.
Part 1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Part 2 그대 그리워 잠 못 드는 밤
Part 3 안녕 안녕 오늘은 좋은 날
Part 4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Part 5 날이 맑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10/pimg_7848151842441935.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10/pimg_7848151842441936.jpg)
시화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시어와 그림이 잘 어우러진다.
그리고 여백에 나의 손글씨로 필사할 수 있다.
캘리그라피를 멋지게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책에 낙서한 수준이 되어버려 약간 속상하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내 필사시집이 되었다.
그래서 소중하다.
시집에는 시인의 친필 필사 시도 담겨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10/pimg_7848151842441937.jpg)
동글동글 원만한 글씨체는
시인의 마음인 듯하며 더 포근하다.
맑은 날
오늘 날이 맑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
어려서 외갓집에 찾아가면
외할머니 오두막집 문 열고
나오시면서 하시던 말씀
오늘은 멀리서 찾아온
젊고도 어여쁜 너에게
되풀이 그 말을 들려준다
오늘 날이 맑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
이토록 맑은 날 두 팔 벌려
반가운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말간 봄을 기다리며
남은 겨울을 나태주 시인의 시집과
함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