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아리아 - 스물세 편의 오페라로 본 예술의 본질
손수연 지음 / 북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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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음악 평론가인 저자가 오페라에 나오는 23곡의 아리아와 각 아리아를 표현한 혹은 각 아리아에서 연상되는 그림을 연결하여 적은 글 모음집이다. 성악 전공자이자 문학 박사라서 그런지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은 물론 글로 풀어낸 솜씨가 그야말로 예술이다.

오페라의 내용은 물론, 오페라가 작곡된 시대적 배경, 오페라의 대략적인 내용, 오페라에 함축된 풍자와 시대 비판까지 풍부한 지식이 담겨 있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한 그림을 보면 아리아와 절묘하게 조화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이 사용된 기악곡과 협주곡, 혹은 교향곡이 가깝게 느껴지는 바면, 오페라는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거리감이 꽤 느껴지는 음악의 장르인데, 각 오페라를 대표하는 아리아들은 이곳저곳에서 일부분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곳들도 있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에 삽입된 '편지의 이중창'은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이다. 정확한 음은 생각나지 않았으나 유튜브를 찾아서 <쇼생크 탈출>의 그 장면을 보니 분명히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드물게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나비 부인>의 정확한 내용을 알고 경악했다. <나비 부인>의 무대를 관광지로 삼기도 하고 일본인들이 꽤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용을 알고 나니 분노가 치밀 지경이었다. 물론 몇백 년 전 작품을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순애보로 포장된 삼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의식하지도 않았지만 모르는 것투성이인 것 같다. 오페라의 제목 정도를 들어본 적만 있을 뿐, 내용은 전혀 몰랐다. 익숙하다고 해서 아는 것이 아닌데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책에 소개된 아리아들은 거의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봤는데 오페라 전체를 찾아서 한번 봐야겠다. 보면 더 관심이 생기고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페라는 드라마와 음악의 결합인 동시에 부용, 무대미술, 의상 등을 포함한 당대 예술의 총체다. 오페라를 보다 보면 음악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시가 들리고, 무용이 보이고, 미술이 보인다.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는 오페라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빛깔을 지닌 무대예술이다."(4쪽)

바로 이러한 이유로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앞으로 오페라에도 반하게 되고 뮤지컬 배우 중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 것처럼 오페라 가수 중에도 좋아하는 성악가가 생길지 모르겠다. 아니, 이미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유지태 씨가 열연한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코>의 주인공 배재철 성악가이다. 최고의 테너에게 주어지는 찬사 '리리코 스핀코'라고 불렸지만 세계적인 가수로 도약하려던 30대 초반, 성대암으로 인해 목소리의 기능을 잃고 만다. 유튜브를 찾아 전성기 무대를 보았는데 정말 문외한인 내 귀에도 세계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 느껴지는 전율이 돋는 목소리였다. 눈물겨운 재활을 통해 지금도 무대에 서신다. 이전과 음역대는 다르고 성량도 조금은 다른 것 같지만 여전히 음을 정확히 짚어내는 타고난 음감, 낮고 부드럽고 풍부한 그 음색에는 절로 눈물이 흘렀다. 지금은 인간 승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인생이라는 오페라의 주인공인 것이다. 앞으로도 이 분의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싶다.

책을 읽는데 차분하고 지적인 음성으로 조근조근 설명해 주는 듯한 오디오북 같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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