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짱 할아버지와 자작나무 친구들 - 우리 숲에서 배우는 자연 생태 동화
이용직 지음, 유유 그림 / 들메나무 / 2019년 10월
평점 :
여느 나무들과 달리, 나무껍질이 흰색의 자작나무는 무척 신비롭고 특별해 보여서 좋아한다. 16년 전인가, 홋카이도에 여행 갔을 때 갔던 통나무로 만든 치즈 공방 옆의 자작나무 숲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마치 빨강머리 앤과 다이아나가 우정의 서약을 맺었던 숲이 꼭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공상 속에 잠겼었다.
강원도에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자작나무 숲의 자작나무 3총사 (자작이, 작희, 작비)와 숲을 지켜온 나무의사 할아버지와의 잔잔한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시기라도 특별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자작나무 숲인데 기억해야 할 것은 누군가가 심고 가꾸었기에 숲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나라가 영국, 독일, 뉴질랜드와 함께 전 세계 4대 산림녹화 성공국가로 꼽히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민둥산에서 조림(造林)에 성공한 나라라는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어른도 몰랐던 나무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자작나무 원산지가 러시아 및 북유럽이지만 1974년 조림을 시작했을 당시 러시아와의 국교가 체결되어 있지 않아 홋카이도에서 자작나무를 들여와 수많은 주민들이 묘목을 이고 지고 날라가며 한 그루 한 그루 심었다. 무려 70만 그루의 나무이다. 한 그루 한 그루 얼마나 아끼는 마음으로 심었을지 마음이 찡하다. 그리고 소중하게 가꾸어 하늘을 향해 건강하게 쭉쭉 뻗은 오늘의 숲이 조성되었다. 2012년에 일반에 공개되어 매년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렇게 소중하게 가꿔왔는데 산불의 위험, 병충해의 위험, 나무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의 위험 등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에서 자작나무 숲과 함께 다루고 있는 소나무들에 치명적이고 치료제가 없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얼핏 들어보기만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니 저절로 걱정이 되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찬찬히 관찰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게 관심이고 사랑인 것이다. 나는 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뇌리에 남아있는 나무가 몇 그루 있을 정도로 어느 곳에 가든 나무들을 살피고 늘 바라보며 흐뭇해 한다. 대학 캠퍼스 신과대 앞에 있던 아름다운 느티나무, 도쿄 다이칸야마에 있었던 화려한 여왕 같았던 능수 벚나무, 기숙사 가는 길에 있었던 매혹적인 향의 금목서 등등... 그러면서도 나무에 대해 알려는 노력은 한 적이 없었다. 이름 정도는 검색해 보고 기억해 두려고 노력했지만 나무의 특성, 위험,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보려고 실은 학습적인 목적으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오히려 내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아이들 걸음으로는 좀 힘들다지만 둘째가 좀 더 크면 인제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에 찾아가 숲 속 산보를 경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