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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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페이지 넘어가면 심히 몸을 배배 꼬는 성마른 독자인 나에게 500페이지 책은 큰 도전이었다. 그러나 자녀가 있는 모든 여성들, 즉 엄마라는 입장과 생후 6주 된 아기가 사라졌다는 설정, 그리고 여러 여성들이 저글링하고 있는 많은 상황들이 너무나 공감되어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갔다.

우리나라에도 엄마들의 수많은 인터넷 카페들이 있고 또 산후조리원 동기모임 등 서로 교류하는 많은 모임이 있는데 미국에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앞두고 또 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이 서로 모여 교류하는 모임이 있나 보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호르몬으로 인한 감정 조절도 쉽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도 무거운데, 출산휴가 제도도 미흡한 상황에 처한 엄마들이 숨통을 트기 위해 하룻밤 클럽에서 즐겁게 모이고자 한다. 비밀에 휩싸인 아름다운 여성 위니도 마지못해 모임에 나오는데 그 사이에 위니의 아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온통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버리는 엄마들의 일상이 속도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미스터리적인 면에 있어서도 나쁘진 않았다. 범인의 내레이션을 중간 중간 삽입하는 서술 트릭을 약간 이용하여 범인을 오해하게 만든다. 범인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는 쾌감까지는 아니었지만 괜찮은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스터리의 결말보다도 각 여성들이 처한 상황들에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범인이 범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고독과 배신, 실망과 망상에도 안타까움이 깊이 느껴졌고, 그 외 다들 유복하고 행복하게만 보였던 그들 각자가 과거의 상처, 실패, 현재의 경제적, 관계의 고민들을 떠안고 저글링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그녀들이, ‘엄마’인 그들이 ‘감히’ 아기들을 두고 클럽에서 ‘보통 여자’들처럼 떠들썩하게 있었다는 것이 미디어에 밝혀지며 그들을 향해 싸늘한 사회의 시선이 부어진다. 이게 더 큰 공포인 것 같다. 누구나 미성숙하고 취약하고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족한 인간일 뿐인데 엄마가 된 순간, 성모 마리아라도 되어야 하는 것처럼 여성 스스로, 또 사회의 무언의 압박이 가해진다. 특히, 첫 아이들 낳은 후가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다. 처음 해 보는 일인데, 처음 가 보는 길인데, 완벽한 최고의 모습을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 페미니즘을 다룬 소설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다. 각자가 겪어온 과거의 상처들에는 남성, 위계에 의한 피해, 그리고 피해자임에도 비난받는 여성의 현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미숙하고 연약했던 자신으로부터 도망쳐 이제는 상처를 뒤로 하고 꿋꿋하게 살고 있는데 과거의 상처까지 원치 않게 노출되며 다시금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정말 곁에서 토닥토닥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인간이기에 이들은 서로의 상황을 질투하기도 하고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기도 한다.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거짓을 말하지도 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입장에서, 또 잃어버린 아기를 찾아야 한다는 강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연대한다. 이토록 부족하고 이토록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고 애틋해지는 그녀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갈 그녀들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괜시리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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