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자의 여행 - 형과 함께한 특별한 길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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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자'와 '여행'이라는 모순되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에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전혀 가늠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다고 할까?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미국의 '이치카와 다쿠지' 같은 느낌이다. 이치카와 다쿠지는 영화로도 제작된 동명의 원작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저자이다. 두 작가 모두 지고지순한 순애보적 사랑을 고집스럽게 아름답게 그리는 작가인 데다가 연령대도 60년대 초중반 출생으로 비슷하다.


맨디 무어의 아름답고 청순한 모습과 청아한 목소리로 내게 가장 소중한 영화 중 하나로 남은 《워크 투 리멤버》가 너무 좋아서 원서로 사서 읽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여행기,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 5명을 아내에게 남겨두고 여행을 떠나는 프롤로그 부분을 읽고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책장이 넘어감에 따라 웃었다 울었다 울다가 책장을 덮다가 다시 펴서 읽곤 했다.


애틋한 자매 사이의 우정, 끈끈한 동기간의 결속과 달리 형제 간에는 데면데면한 면이 있을 것 같은데 형과 함께 여행을 나선다. 그것도 아이 다섯과 엄청나게 밀려오는 원고 마감의 쓰나미를 앞두고말이다. 세계여행의 각 여행지에서의 소회와 함께 저자의 삶의 기억들을 날실과 씨실을 수놓듯이 아름답게 엮어낸다.


저자의 부모님은 학생 부부로 너무나 가난했지만 자녀들은 셋이서 뭉쳐서 늘 즐거웠던 유년시절을 지낸다. 멋진 외모와 대담한 배포를 가진 형, 그 형을 동경하면서 자신도 인정을 받기 위해 공부와 달리기에 열중하는 저자의 모습, 조용하고 영적이고 사랑스러운 여동생 데이나는 여느 형제자매들처럼 투닥거리고 경쟁심도 느끼지만 기본적인 신뢰와 애정으로 인생의 동반자로서 성장해간다.


이제 좀 살 만해졌을 때, 즉 극빈층에서 중산층에 진입했다고 생각됐을 때, 그리고 악화일로로 향하던 저자의 부모의 관계가 조금씩 개선의 기미기 보일 때, 저자의 어머니는 늘 꿈이었던 말을 사서 주말에는 말을 타는 시간을 가지는데 어느날 갑자기 말이 날뛰는 바람에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늘 밝고 다부졌던 어머니, 인생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 주었지만 자녀들에 대해 늘 긍정하고 사랑을 쏟아주었던 그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는 원래도 정신적인 이슈가 있었는데 어머니의 존재로 인해 많은 부분 결함이 메워졌던 것인지 어머니 사후, 여러 가지 정서적 문제가 나타나며 오랜 시간 괴로워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이라는 큰 위기 앞에서 저자의 삼 남매는 더욱 더 깊은 사랑으로 결속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른 나이에 인생의 사랑을 찾은 저자와 달리, 형은 '헌신'을 하지 않고 늘 나비처럼 많은 연애상대를 전전한다. 이들 형제에게 시련은 계속된다. 《워크 투 리멤버》의 여주인공의 모델이기도 했다는 사랑스러운 여동생 데이나가 뇌종양으로 몇 년간 투병하다가 쌍둥이 아들들을 남겨두고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저자의 둘째 아들 라이언의 병명을 알 수 없는 발달지체...


인생의 파고 앞에서 저자는 사건들의 의미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신을 더욱 신뢰하고 신앙을 더욱 붙잡는 반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려가버린 신을 이해할 수 없는 형은 신앙으로부터 멀어져간다. 두 사람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삶에서는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사회적으로는 저자는 데뷔작 발표와 동시에 일약 스타 작가가 되어 문단과 독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백만장자가 된다. 후속작들도 발표하는 족족 베스트셀러와 영상화 작업이 이뤄진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아버지의 죽음...


결국 형제만 남게 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모든 삶의 실타래들을 내려놓고 형과 여행을 떠났어야 하는 것이다. 바쁘게 달려오던 길에서 멈춰서서 현재 있는 곳을 떠나 이 책의 표지에 그려진 열기구를 타고 삶의 길을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했던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위에서 조망해 보고 다시 방향을 정하고 걸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일중독자인 저자의 삶의 사건들과 그가 느껴온 인생의 무게.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분 단위로 할 일을 정해 놓고 잠 잘 시간을 깎아가며 살아온 그야말로 워커홀릭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인생의 하프웨이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끄럽고 감칠맛나는 번역으로 두 중년 남성의 인생의 여정, 그리고 가족의 의미, 사랑과 헌신, 신앙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 또한, 소중한 가족과의 여행길에서 여백마다 읽을 수 있어서 더욱 값지고 아름다운 독서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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